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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놓치기 아까웠던 대박 상품, 휴고보스 코트

by 프라우지니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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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달력에 여러 색의 글자들이 내가 어느 곳을 가야하는지 알려줍니다.

 

빨간글씨는 일하러 가야하고,

초록글씨는 연극이나 오페라/뮤지컬을 보러 극장에 가야하고,

파란 글씨는 독일어를 배우러 저녁에 시민대학을 가죠.

 

보통 극장 공연은 저녁에 있는데, 오늘은 오전에 공연이 있었습니다.

 

 

www.landestheater-linz.at 에서 캡처

 

 

남녀 간의 심리를 다룬 연극이여서 학생들도 볼 수 있게 낮 공연을 한듯한데..

보통 낮 공연은 안 되는 것이 공짜티켓이건만, 이 공연은 예외인지라 보러갔었습니다.

 

헤어질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자꾸 어긋났고,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해서 결국에는 헤어지게 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인데 교육적인 내용이었나 봅니다.

고등학생들이 선생님의 감독 아래 보러왔었으니 말이죠.

 

물론 내용은 주인공인 남녀 외에 여자를 때리고 무시하는 남자의 친구도 나오고, 돈 때문에 늙은이와 하룻밤을 보내는 어린 소녀들도 나오고, 지나가는 젊은 여자의 궁디를 보러 침을 흘리는 돈 많은 늙은 아저씨(부자와 정치인)도 나옵니다. 독일에서 열리는 9월의 축제인 옥토버 페스트“를 배경으로 사랑와 주변인들 이이야기가 다채로웠습니다.

 

이 연극은 대화내용이 다 이해가 되서 보면서 혼자 감탄을 했었습니다.

내 독일어 실력이 그새 확~ 업그레이드 된 것인지, 아님 이 연극이 쉬웠나 봅니다.^^

 

보통 저녁공연이면 1시간 공연 후 중간에 쉬는 시간(파우제 15분~30분)이 있어서 공연이 끝나면 10시가 넘는데.. 오늘은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아직 오후 1시경, 바로 집에 가기 거시기해서 시내를 걸었습니다. 옷가게를 누비고 다니다가 혹시나..하는 마음에 성당 옆의 카리타스 중고가게를 한번 가봤죠.

 

내가 중고 옷을 그리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가끔은 대박상품도 발견하는지라..

시내에 갔다가 그 근처를 걷게 되면 한번 살짝꿍 들려봅니다.

 

어떤 가게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823

중고가게에서의 횡재

 

 

 

가게 안을 한 바퀴 돌면서 대충 옷을 훑어보다가 나왔습니다.

 

이런 곳에서 옷을 고를 때는 저의 노하우라고 한다면...

 

일단 브랜드의 옷을 첫 번째로 확인하고, 그리고는 라벨을 확인합니다.

 

라벨이 너덜너덜하면 어지간히 입은 헌옷이고,

라벨이 새것이면 한두 번 입었거나 새 옷입니다.

 

옷의 원단은 라벨에서 확인합니다. 울인지, 면인지 모든 정보들을 여기서 읽죠.

 

그리고 발견한 쇼윈도에 걸려있는 코트.

HUGOBOSS 휴고보스

 

처음에는 무심코 본지라 남자 코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이즈가 38. (보통 M 사이즈, 66~77)

 

여자 옷인가? 싶어서 나왔던 가게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쇼윈도에 걸려있는 휴고보스 코트좀 볼 수 있을까요?

 

 

 

직원에 진열장에 들어가서 코트를 가지고 나옵니다.

 

“사이즈가 38이면 코트 여자 옷이네요?”

“네, 한번 입어 보실래요?”

 

38사이즈면 제 사이즈이고, 말로만 들어봤던 유명브랜드라 호기심에 한번 입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용 해 본 휴고보스는 향수가 전부이거든요.^^;

 

휴고보스 코트가 75유로(십만 원이 조금 안 되는..)면 중고라고 해도 무지 싼 거죠.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해?” 하는 마음도 사실 조금은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다시 보지 못할 저렴한 가격이니 말이죠.

 



얼마나 아까웠음 평소에는 안하던 사진 특히나 전신샷을 올렸을까요? ^^;

이 코트는 “메리노 울”로 만든 코트입니다.

제가 요즘 사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메리노 울”입니다.

 

보통 울 제품에 비해서 보풀도 안 일어나서 좋거든요.

벨트도 다른 코트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맘에 딱 듭니다.

 

어깨도 핏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인데..

38 이면 딱 내사이즈인데..

 

휴고보스는 사이즈가 조금 작게 나온 것인지..

안에 반팔셔츠를 입고 있는 지금 조금 끼듯이 맞습니다.

 

한겨울에는 반팔셔츠만 입고 코트 입으면 감기 걸리니..

안에 조금 두께감이 있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러면 단추들이 안 잠길 거 같습니다.

 

억지로 잠글 수는 있을 거 같은데..

그랬다가는 단추들이 다 파파팍 터지면서 코트가 타악~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아시죠? 헐크가 변신할 때 옷들이 터져나가는 그런..^^;

 

코트를 입어다가, 벗었다가..

벨트를 고정했다가 풀렀다가..

두어 번 코트 앞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하. 지. 만.

코트 입겠다고 내 벌어진 어깨뼈나 골반 뼈를 줄일 수는 없는 일이고..

코트를 직원에게 다시 넘겨주고 가게 문을 나오는데 정말 많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내 몸이 조금만 작았어도 이번 기회에 휴고보스 한번 입어볼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휴고보스 코트”가 맞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코트 하나 입어보겠다고 내 삶의 기쁨인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죠.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님 길 위에 살 때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던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것인지.. 요새는 어디를 간다고 하면 일단 먹을 것부터 챙기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먹는 것에 목숨 건다는 이야기죠.^^;

 

무엇보다 중요한건 옷을 사다가 넣어둘 옷장도 신통치 않습니다.

지금은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사는 임시거처인지라 짐을 더 늘여서도 안 되고..

(이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지만, 지금 우리부부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휴고보스 겨울코트는 대충 450유로선이네요.

 

다음에 정말 이 브랜드가 입고 싶거나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디자인의 코트가 생기면..

그때는 옷에 내몸을 맞추지 않고, 내 몸에 맞는 사이즈를 사 입을 생각입니다.

 

내가 꼭 휴고보스를 입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사입을수 있는 여유는 있지만,

(저 통장에 잔고 넉넉한 아낙입니다.^^)

 

올해는 의류회사에 다니는 큰 언니가 선물 해 준 “구스다운 롱코트가 2개나 있고, 그중에 하나는 백화점에서 휴고보스 신제품 코트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라고 하니 휴고보스 안 입어도 절대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75유로짜리 코트는 놓치기 아까운 대박상품이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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