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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와 자주 마주치는 그녀

by 프라우지니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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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린츠는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하지만 시내는 “우리 읍내”같이 작은 곳이죠.

 

린츠 중앙역에 내려서 한 10분여분 슬슬 걸어가면..

린츠 중앙광장도 나오고 시내를 가로 지르는 도나우 강도 나옵니다.

 

시내를 가로지르면서 대성당도 보고 길가에 있는 성당 몇 개 보고 나노라면..

“린츠 완전정복” 느낌도 듭니다.

 

물론 찾아보면 볼 것이 더 많기는 하지만..

시내 중심거리를 걸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도시를 다 본 것 같죠.^^

 

그렇게 큰 것 같으면서도 작은 린츠시내.

요즘 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시내가 작다고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닌지라..

이곳 사람들의 생활환경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극장에 가서 오페라를 보고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

 

집에 가는 전차를 타려고 정거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무대 위에 있던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지나 갑니다.

 

방금 전 무대에서 열창을 하던 합창단원이 지나갑니다.

무대의 막이 내리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사이 분장을 다 지웠네요.^^

 

주연배우가 아닌 합창단임에도 내가 한 번에 알아보는 건..

그 사람이 혹시 “한국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공연 중에 주연배우보다는 합창단원을 더 눈여겨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못 보던 동양인 합창단원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재주를 가지게 됐습니다.^^

 

오페라 합창단은 뒤에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닌지라..극에 따라서 군중이 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행인이 되기도 하고, 파티 장에서 춤추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하죠.

 

한 오페라에서도 시간에 따라서 다른 복장, 다른 인물로 등장 하는 것이 합창단원입니다.

영화로 따지자면 "엑스트라"같은 존재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오페라를 자주 보다보면 한국인으로 보이는 합창단원의 얼굴은 금방 익혀지는지라..

새로운 오페라를 볼 때마다 내가(나만) 아는 그 단원은 또 어떤 배역으로 등장할지 기대도 됩니다.^^

 

전차 정거장에 서서 합창단원이 지나가나 싶으면..

이번에는 악기가방을 메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무대 위의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종류(예술인?)의 인간인지라 거리가 느껴지는데..

길에서 이렇게 만나다보면 참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엊그제는 시내에 갔다가 길가의 카페에서 호탕하게 웃어대는 사람들이 있는지라 쳐다보니..

무대 위에서 크고 작은 배역으로 등장하는 스페인계 성악가가 사람들 속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녀가 무대 위에 서는 성악가이니 그녀에 함께 있는 사람들도 성악가들인 텐데...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가수는 그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녀는 금발이 아닌 흑발 성악가였고,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을 몇 개봤었거든요.

 

나와 자주 스치는 무대 위 사람들은 오페라뿐 아닙니다.

요즘은 연극배우들도 꽤, 자주, 스칩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모르는데..

나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그 사람들을 너무 자주 본지라..

만나면 너무나 친숙한 느낌입니다. ^^;

 

 

 

내가 요즘 심하게 자주 스치는 그녀입니다.

팔색조처럼 매번 다른 작품에 멋진 연기를 펼치는 열정적인 연극배우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그녀를 보면서 얼굴을 익혔는데..

그녀가 나와 같은 관객석에 앉아있는걸 처음 본 날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배우들을 객석에서 몇 번 본 후에야 알았습니다.

연극배우들은 자신들이 출연하지 않는 작품에는 관객으로 찾아온다는 걸.

 

그렇게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그녀를 몇 번.

나와 같은 관객석에 앉은 그녀를 또 몇 번 봤었는데..

 

얼마 전에는 오페라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그녀를 봤습니다.

 

저녁시간에는 30분에 한 대씩 전차가 오는지라..

20분 정도 전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냥 서서 20분을 보내느니 슬슬 시내를 걸었습니다.

걷다가 전차를 탈 생각이었거든요.

 

걷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내가 아는 그녀가 옵니다.

나처럼 혼자서 오페라를 보러 왔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연극배우인지라, 다른 연극만 보는 줄 알았었는데..

오페라도 가끔 보러 오는 모양입니다.

 

앞서 걷던 내가 전차를 타려는 정거장에 서니,

내 뒤에 오던 그녀가 내 곁을 지나쳐서 걸어갑니다.

 

그녀가 내 곁을 스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살짝 웃어줄까?” 아님 “안녕, 카타리나!” 할까? 하는 고민을 살짝 했었지만!

 

그냥 무표정하게 나를 보는 그녀를 나도 빤히 쳐다봤습니다.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녀는 아는데..

웃어라도 줄걸 그랬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작은 소도시여서..

이곳 사람들이 차나 아닌 자전거나, 전차, 혹은 걸어 다녀서..

나는 이곳의 연예인(예술인)들을 먼 곳이 아닌 바로 코앞에서 마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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