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을 당했습니다.^^
길 가다가 잡혀서 마이크를 앞에 놓고 이야기 해 보기도 처음이네요.^^;
저 한국도 아닌 오스트리아의 거리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금발의 외국인이면 겉만 봐서는 티가 안 나니 현지인인줄 알고 인터뷰를 부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외모부터 티가 심하게 나는 외국인이라 말을 안 시켜봐도 금방 아는데..
내가 외국인인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마이크를 들이미는 아이들.
조금 망설이듯이 나에게 왔다면 어찌 도망갈 기회를 벌었을 텐데..
건물을 나오자마자 나에게 접근한 아이들에게 잡혀 얼떨결에 인터뷰를 해치웠습니다.
자! 그 현장으로 한번 가보실까요?
구글지도에서 캡처
시내의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도서관과 VHS (Volkshochschule 폴크스호흐슐레(여러 가지 강의를 배울 수 있는 시민대학))시민대학이 같이 있는지라, 이곳에 등록을 하러 왔다가 건물은 나서는데..
세아이가 나에게 다가옵니다.
열댓 정도 됐으려나? 보기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와서 나에게 하는 말.
“저희에게 시간 좀 내주세요.”
“응? 뭘 하는데?”
“인터뷰요.”
“날? 뭘?”
내가 엉거주춤 하고 있는 사이에 마이크를 들고 있던 여자아이가 첫 번째 질문을 던집니다.
아닌 밤중에 받는 홍두께도 아니고..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접근한지라 어디서 왔고, 얼마나 살았고,
내 독일어는 어디에서 배웠고...같은 걸 인터뷰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인터뷰가 아니고 퀴즈 게임이었나 봅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은 해야 하는 거죠.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달팽이는 자웅동체(암수한몸)라는..
첫 번째 대답을 하니 바로 날아오는 두 번째 질문.
“종이는 어디서 나오죠?”
“(원료를 묻는다는 생각에) 나무”
바로 이어서 세 번째 질문이 들어옵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현상 자주 일어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침 시내로 나오는 길, 전차 안에서 무료신문을 대충 훑어봤었습니다.
요새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걸 대충 읽다가 눈에 들어왔던 기사의 한 대목!
“축산업이 생각보다 엄청난 공해를 일으키니 일주일에 한번은 채식을 해야 한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난지라..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채식보다는..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비행기대신에 기차를 타고 다니고!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여러 좋은 모범 답안이 많은데..
난 왜 갑자기 그 “채식”만 생각이 난 것인지..^^;
미리 질문을 하고, 대답할 시간을 줬음 좀 더 적당한 대답이 나갔을 텐데..
“돌발퀴즈“같은 인터뷰에서 엉뚱한 대답을 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웃깁니다.
너무나 다행인 것은 인터뷰 전후에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내 국적을 말했다면...
뜬금없는 “채식” 대답을 한 이상한 한국아줌마로 회자 됐을 텐데 말이죠.
앞으로는 신문을 봐도 신경 써서 봐야할거 같습니다.
다음에 또 어떤 식의 인터뷰를 당하게 될지 모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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