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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극장에서 나누는 것,

by 프라우지니 2018.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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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동안 쉬었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여름동안 공연이 없던 극장이 다시 공연을 시작했거든요.

 

9월부터 모든 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지만..

저는 9월에 휴가를 갔다 온지라 10월부터 공연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엄선했습니다.^^

사실 엄선까지는 아니고 내 저녁시간이 되면 그냥 예약을 했죠.^^

 

 

 

10월에 챙겨보는 작품이 5개입니다.

 

무료관객이면서도 제일 좋은 좌석에 앉는지라..

티켓 5개의 가격은 250유로가 넘죠.

 

좋은 자리에 좋은 작품까지..

기회가 된다면 언제까지나 누리고 싶은 문화생활입니다.^^

 

2018년 하반기에 보게 된 그 첫 작품은 "Tristan und Isolde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동안 이름만 들어본 “리차드 바그너”의 작품입니다.

 

5시간이 넘는 오페라라서 그런지 보통 공연시간보다 훨씬 이르고..

또 공연이 다 일요일에만 있습니다.

 

하긴 평일에는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작품을 보러 오기가 쉽지 않죠.

 

 

 

“시간이 있을 때 보자“ 라는 생각에 앞자리가 아님에도 일단 티켓을 받았습니다.

한 번 보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무대 앞쪽에서 다시 한 번 볼 요량으로 말이죠.

 

내가 티켓을 받을 때 무대 앞쪽은 만석이고,

아랫 동네(1층)는 이 좌석이 딱 하나 남았었죠.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4번째 등급이지만..

5 시간짜리 작품이어서 그런지 좌석의 가격은 거의 60유로.

(무대 앞 쪽 좌석의 가격은 84유로짜리 작품입니다.)

 

무대가 그리 먼 자리도 아니었는데, 공연하는 배우들의 얼굴은 잘 안보였습니다.^^;

내 옆에 할배는 시시때때로 품 안에서 망원경으로 무대 위 배우들의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항상 앞자리에서 배우들의 디테일한 얼굴표정과 허공에 튀는 침까지 보던 나였는데..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의 너무 희미하게 보이니  집중이 안됩니다..^^;

 

역시 공연은 공연하는 배우의 감정이 들어간 얼굴이 잘 보이는 곳이 최고입니다.

비싼 좌석이라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딱 한 좌석 남았던지라 나의 좌, 우측으로는 부부동반 혹은 친구 동반한 사람들인 줄 알았었는데..공연장에 가보니 나의 오른쪽은 할매 한분. 왼쪽은 할배 한분이십니다.

 

사실 이런 공연도 취미가 맞는 사람이랑 와야 하는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와아죠.

 

저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옆의 할매와 할배와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서 공연을 봤습니다.

 

첫 번째 파우제pause(휴식시간)가 끝난 후에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사탕을 먹으려고 꺼낸 김에 옆에 있는 할매한테 사탕을 한 개 권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원래 그렇죠?

내가 먹으려고 꺼냈지만 혼자 먹기 거시기 하니 주변에 권하게 되죠.

 

“드실래요?”

“나는 이미 먹었다오. 입이 말라서..”

 

할매도 가지고 계신 사탕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이왕에 꺼낸 사탕인데 그냥 집어넣기 뭐해서 이번에는 내 옆 할배한테 권했습니다.

 

“드실래요?”

 

내가 권하는 사탕을 할배는 고맙다고 하고 받으셔서는 껍질을 까서 입에 넣으셨습니다.

 

사실 이곳의 문화로 따지자면 생전 처음 본 사람이 주는 음식은 절대 안 먹는디..

 

이곳의 문화를 알면서도 나 혼자 먹기 뭐해서 옆 사람에게 권하는 건..

한국인으로 내가 살아온 문화와 몸에 밴 습관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은 고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물론 내가 드린 사탕은 껍질만 말린 사탕이 아닌 완전 밀봉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할배가 거절할 것을 예상했던지라 받아서 바로 드시는 할배가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극장에서 옆 사람에게 사탕을 권한 적이 꽤 있는데..

그중이 절반은 사양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내 사탕을 받아서 드셨습니다.

 

사양하면 내가 민망할까봐 받은 것인지, 아님 마침 입이 마르던 찰나인지라 받은 것인지..

준 사람은 알 길이 없습니다. 중요한건 그들이 받았다는 사실이죠.

 

이쯤 되니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아니 왜 공연 보러 가는데 사탕을 가지고 가누?”

 

“원래 사탕을 좋아하남?”

 

아니요. 제가 사탕을 좋아하는 타입의 아낙을 절대 아닌데..

극장을 다니면서 생긴 습관입니다.

 

극장에서 쉬는 시간 혹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사탕을 까서 입에 넣는 사람들이 꽤 있는지라,  나도 사서 들고 다니게 된 사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첫 번째 휴식시간에는 사탕을 나누면서 옆에 할매/할배랑 말을 텄죠.

 

두 번째 휴식시간에는 두 분이랑 대화를 했습니다.

5시간이나 되는 작품이니 처음에는 만석이던 자리가 점점 비어갑니다.

 

두 번째 휴식시간이 지나고 다시 공연을 보려고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우리 줄에도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옆에 할매가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들이 다 집에 갔나봐.”

“공연이 지루하니 그런 거 같아요.”

 

비싼 공연이기는 하지만 극장좌석이 잠자기 편한 좌석은 절대 아닙니다.

 

지루해서 졸린디..

이왕에 자는 거 앉아서 자는 것보다는 누워서 자는 것이 좋으니 다들 집에 간 거죠.^^;

 

사실 공연 초반에 저도 졸았습니다.

 

음악도 지루하고, 무대 위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내용도 지루한지라..

무대 위 배우들의 감정보다는 (내) 잠에 몰입 하는 것이 더 쉬웠습니다.^^;

 

내가 외국인이라고 해도 옆의 할매/할배가 질문을 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어디서 왔냐고 말이죠.

 

내가 주는 사탕을 받고, 그저 극장 관객들에 대해 혹은 작품에 대해..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공연이 끝나면 가벼운 인사 “비더 제엔(잘가요)”

 

물론 공연을 보는 내내 옆 사람과 대화 한마디 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탕을 권하고, 받고 하고 난후는 대화가 참 쉬워집니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려고 사탕을 주는 건 아니지만,

내가 먹으면서 옆 사람에게 권하는 건 내 몸에 밴 “한국인의 습관”같은 것인지라,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극장에서 사탕을 나누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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