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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해치워야 하는 것들

by 프라우지니 2018.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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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식을 하는 이유는 “먹고 싶어서”보다는...

“해치워야 하는 뭔가”가 있을 때입니다.

 

신 김치가 많으면 그걸로 볶음밥도 만들고,

냉동 생선을 넣어서 김치동태국을 만들기도 하죠.

 

며칠 전에는 냉장고에 처치 곤란한 당근이 한 봉지 있는지라..

그걸 기본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해서 간만에 김밥을 한다고 했는디..

 

시부모님께 뚱뚱하게 싼 김밥 2줄을 갖다드리고도..

혼자서 2박3일 김밥만 먹었습니다.^^;

 

남편은 이번에는 “마눌의 김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금방 싸주겠다”고 해도 안 먹는다고 하니 별도리가 없더라구요.

 

시부모님은 한번이면 족하신거 같아서 또 갖다드리지 않았더니만,

뚱뚱이 김밥 6줄을 다 먹어치우는데 3일이나 걸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집에 바나나를 해치워야 했습니다.

 

세일한다고 넉넉하게 사다놨더니만..

다 먹기도 전에 상할 거 같다고 남편이 잔소리를 하는지라 얼른 실행에 옮겼습니다.

 

바나나는 그냥 먹는 것이 최고지만, 이것도 너무 많이 먹으면 질리니..

디저트로 준비했습니다.

 

 

 

집에 통밀가루도 있는지라 크레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의 디저트로 알려진 “크레페”.

우리나라 음식 중에 비슷한 것을 꼽자면 “밀전병”이죠.

 

크레페는 유럽에서 자주 먹는 디저트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죠.

 

독일에서는 “Pankuchen 판쿠컨”

오스트리아에서는 Palatschinke 팔라칭케“

 

반죽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밀가루, 우유, 달걀, 소금/설탕

 

 

 

크레페를 만들 때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다 닦아내고 거의 없는 듯이 구워야 하는디..

닦아낼 키친타월이 없어서 그냥 했더니만 반죽에 기름이 번들거립니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팔라칭케 디저트를 주문하게 되면..

반죽에 잼을 바른 후에 돌돌 말아서 나옵니다. 이것이 대략 3.20유로선.

 

아! 아이스 팔라칭케도 있네요.

접시에 아이스크림을 두어 스쿠프 올린 후에 그 위를 따끈한 크레페(밀전병)로 덮어서,

옆에 생크림을 달고 나오는 디저트인데...

 

취향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해 못하는 음식 중에 하나입니다.

 

뜨거운 크레페 밑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려서 죽이 된 상태거든요.

아이스크림은 차갑게 먹어야지 그걸 데워서 무슨 맛에 먹는 것인지...^^;

 

 

크레페(밀전병)을 구워서 그 위에 바나나 한 개를 통 크게 올리고,

안팎으로 골고루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초코시럽도 뿌렸습니다.

 

이렇게 칼로리 겁나게 높은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남편은 안 먹겠다고 하고, 제가 다 먹기는 무리가 있는지라..

만들어서 하나는 내가 먹고, 두 개는 얼른 시부모님께 들고 뛰어갔습니다.

 

사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이런 디저트는 안 좋은디..

바나나를 다 해치워야한다는 일념 때문에 늦게 만든 디저트인지라,

시부모님도 드시라고 갖다드렸죠.

 

며느리는 시부모님께 시시때때로 음식을 갖다 나릅니다.

“내가 만든 음식 맛보세요”하는 순수한 의도로 가지고 가는 것도 있지만,

나 혼자 나 먹지 못하는 것들을 “도와주세요!” 개념으로 가지고 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시부모님은 남편처럼 “안 먹어!”하시는 경우는 없으시죠.

 

며느리가 한 음식은 사양하지 않고 언제나 반갑게 받아 주시는

저의 “해치워야 하는 것들(음식)”을 도와주시는 든든한 지원군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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