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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돈을 찾아서

by 프라우지니 201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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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시안 식품점에 갔었습니다.

 

남편이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갔다 오면서 1일 권 교통카드를 준지라,

“가야지..”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젓갈도 떨어져가고, 간장이랑 비빔국수 해 먹을 소면도 사야했고,

라이스페이퍼는 월남 쌈도 해 먹지만, 우유에 적셔 팩으로 사용하면 왔다 인지라,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저렴한 첫 번째 식품점을 들려서 이것저것을 사고,  덜 저렴한 두 번째 식품점에 들려서 물건을 산후 주인이랑 휴가 이야기 하고 그렇게 집에 왔는데..

 

지갑에 들어있는 잔돈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난 100유로를 내고, 97유로잔돈을 받아서 지갑에 넣었는데..

지갑에 들어있는 지폐는 90유로가 아닌 50유로.

 

카운터에서 40유로를 꺼내고, 50유로는 자기 지갑에서 꺼내서 나머지 돈과 함께 건네주는데,  지갑에서 나온 돈 색깔만 보고 그것이 50유로라고 생각했었는데, 10유로였나 봅니다.

 

마눌이 잔돈을 잘못 받아왔다고 하니 남편의 잔소리 폭풍이 이어집니다.

 

“왜 잔돈을 확인 안 했어?”

“주인이 자기 지갑에서 50유로를 꺼내는데, 색이 비슷해서 그러려니 했지.”

“내가 아시아 식품점에 가지 말라고 했었지?”

“그럼 아시아 식품을 어디 가서 사남?”

“Spar 슈파(대형수퍼)에 가면 되잖아, 거기 다 있는데..”

“거기에 없는 것도 있고, 아시아 식품점이 더 싸거든.”

“일부러 작정하고 잘못 거슬러 줬음 다음날 가도 못 받을걸?”

 

인간이 어찌 이리 삐딱선을 타시는 것인지..^^;

 

“가게에 CCTV있으니 아마 그걸 확인하며 될껄?”

“거기에 카메라가 있어?”

“요새는 작은 가게에도 다 있던데? 있겠지!”

“지갑에서 꺼낸 돈은 카운터에서 꺼낸 돈 밑에 깔아서 줬다며,

그것이 카메라에 찍혔을까?”

“카메라에 안 찍혔음 내가 받은 돈 그래도 가져가니 거기에 있는 지문을 확인하면 되지.”

 

내 돈 40유로를 더 챙겨 받으러 가야하지만..

그렇다고 차비(24시간권/4,50유로)를 들이고 가기는 억울합니다.

 

남편이 전날 준 교통카드는 이용이 불가한지라 머리를 살짝 굴렸습니다.

 

보통 자전거를 타고 중간까지 가서 4정거장 거리를 전차를 타고 시내로 가는데..

식품점은 시내 중간에 있는지라 이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식품점에 가기로 했습니다.

 

시내까지 자전거로 들어가면 땀 냄새 풍기면서 시내를 다녀야 하는지라 자제했는데..

지금은 돈을 받으러 식품점에 가는 길이니 식품점 일만 보고 다시 돌아오면 되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구글지도로 확인 해 보니 집에서 식품점까지는 30분 거리입니다.

 

그 길이 다 자전거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들이 붐비지 않는 토요일 오전인지라 자전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도로가 없음 인도로 자전거를 끌고 다닐 생각을 했죠.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내 생각대로 내가 받지 못한 잔돈을 받을 수 있을는지,

남편 말대로 작정하고 잘못 준 것이면 받지 못할 수 도 있는데..

 

주인이 “그럴 리가 없다!“고 팔짝 뛰면서 날 사기꾼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겠죠?

 

시내에 있는 식품점은 9시에 문을 여는지라, 집에서 9시에 출발했습니다.

 

물 한잔만 마시고 식전 운동 삼아서 시내를 달려갑니다.

내 돈을 찾아서 말이죠.^^

 

다행히 식품점주인은 남편이 생각하는 것처럼 “작정”한 것은 아닌 듯 했습니다.

 

“저 어제 여기서 100유로 내고 물건을 샀는데, 돈을 잘못 거슬러 주신 거 같아요.”

“그래요?”

“네, 90유로를 주셨어야 했는데, 50유로를 주셨어요. 어제 카운터에서 40유로 꺼내시고, 지갑에서 50유로를 꺼내주신다고 하신 것이 10유로를 주셨던 거 같아요.”

“그래요?”

“여기 CCTV있나요?”

“우리 집은 그런 것은 없는데..”

 

그러면서 주인은 자기 지갑을 확인합니다.

지갑에 50유로짜리가 열장 정도 있는 자기 돈을 확인합니다.

 

주인이 태도가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결정타 한마디 날렸습니다.

 

“확실치 않으시면 경찰서에 가도 되구요.”

 

주인이 발뺌할 경우를 대비해서 “경찰서”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내가 받은 돈에 대한 지문조회를 하면 주인의 지문이 있을 테니 말이죠.

 

경찰서 이야기가 나오니 주인아저씨가 쫄은것인지..

 

“아니 뭐 경찰서까지요. 아침 일찍 여기까지 오셨음 (당신이 말하는 것이) 맞겠죠.”

"지갑에 50유로짜리를 주신다는 것이 같이 있던 10유로짜리를 꺼내신 거 같아요.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거든요.“

 

주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건넨 10유로를 받아가고, 50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줬습니다.

 

 

 

40유로를 챙겨서 식품점을 나서기 전 인증샷.

 

주인이 어떻게 생각하던, 내 돈 40유로(5만 원 정도)를 챙겨 받아서 기분 좋습니다.

주인이 돈을 주면서 설마 “사기 당한 기분”을 가진 것은 아니길..

 

어제 돈을 제대로 봤음 서로가 찝찝한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어제는 식품점 주인이 다녀왔다는 크로아티아 휴가이야기를 하면서..

지폐를 대충보고 지갑에 넣었더니만 이런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집에서 린츠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들어 간 건 처음입니다.

 

린츠 시내가 내가 살던 그라츠보다 더 복잡하고 차들도 많이 다니고,

남편도 “전차”를 타고 다니라고 한지라 시내까지 갈 엄두를 안냈었는데..

 

생각보다 린츠 시내, 주택가의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되어 놀랐습니다.

앞으로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거 같아요.^^

 

 

 

집으로 오는 길에는 헤이즐넛도 많이 주어왔습니다.

 

헤이즐넛 나무가 가로수인 곳도 있어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중에 알이 굵은 녀석들만 모아왔습니다.

 

열심히 가방에 주어 담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꽤 많은 양입니다.^^

 

 

 

아침을 안 먹고 공복에 시내로 달려 나갔던지라..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간단한 아침도 먹었습니다.

 

새로 구워 바삭한 누텔라(헤이즐넛 초코크림) 크로와상과 버터밀크.

1.22유로(x 1300원=1500원 상당)로 즐긴 간편한 아침이었습니다.

 

새로 구운 크로와상과 버터밀크 아침을 어찌 이리 저렴하게?

 

유럽의 모든 수퍼는 오븐을 갖추고 있는지라,

항상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죠.

 

수퍼에서 먹는 아침이라 아주 저렴한 한 끼가 가능하죠.^^

 

시내까지 갖다오는데 2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엉뚱한 도로로 들어가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떨어진 헤이즐넛을 만나서 잠시 쉬면서 주어 모았고,

배고파서 아침도 먹고 집으로 오는데 걸린 시간이었죠.

 

시내로 달려갈 때는 내 돈을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돈 챙겨 받고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달려오는 길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물건을 살 때는 영수증뿐 아니라 잔돈도 제대로 챙겨서 봐야겠습니다.

 

나중에 돈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매번 내가 받지 못한 잔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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