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부부의 휴가 날짜가 잡혔습니다.
사실은 휴가 날짜가 잡힌 것은 아니고,
회사에서 휴가를 낸 거죠.^^
마눌에게 9월중 3주 휴가를 잡으라고 한 남편은,
자신도 마눌의 날짜와 맞춰서 휴가를 냈습니다.
근무를 바꿔달라는 동료직원의 부탁으로 8월 마지막 주에 하루 잡혀있던 근무를 바꾸고 나니, 저는 8월 마지막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휴가입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우리부부가 몇 년 전에 크로아티아로 “로드트립” 여행을 갔었습니다.
목적지는 두브로브닉이었지만, 시간이 안되서 스플릿에서 되돌아 와야 했죠.
우리가 연애할 때(15 년쯤 전의 일?)도 “로드트립”여행을 갔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태리 쪽으로 나가서 해안을 따라서 ..
"바르셀로나”까지 간다고 목적지는 정했는데!
이태리 해변의 ‘칭퀘테레“ 마을도 돌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다 보니..
프랑스 “마르세이유"근처의 ”까마그“까지 가는데 거의 3주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다시 되돌아 와야 했죠.^^;
왜 목적지만 정하면 중간에 되돌아오는 것인지..^^;
지난번에는 목적지가 “두브로브닉”이었지만,
이번에는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1066km정도의 거리이고, 쉬지 않고 달리면 1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는데..
2주의 시간동안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천천히 달리며 맘에 드는 동네 구경하고,
해변의 캠핑장에 숙박도 하면서 내려갈 테니 말이죠.^^
시간이 되면 아래로 더 내려가고, 혹시나 너무 천천히 가서 시간이 안 되면..
“두브로브닉“이라고 보고 오는 것이 올해의 목적입니다.^^
우리부부의 휴가와는 상관없이 해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휴가를 갔습니다.
갔다 오면 시부모님이 남편에게 기름 값인지, 숙박비인지 모를 돈을 찔러주시는지라,
시부모님은 나름 “우리도 우리 몫을 내고 간다.”하실 수도 있지만..
며느리는 “모시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왜?
휴가가면 며느리는 “식순이”가 돼서 시부모님의 끼니를 책임지니 말이죠.
집에 계실 때는 시아버지의 하루 세끼를 책임지시는 시어머니이시지만,
아들부부와 동반해서 여행을 가시면 시어머니는 아무것도 안하십니다.
다 며느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빵집에서 빵을 사다가 과일 등을 해서 아침을 차리고,
점심도 해변에서 드실만한 과일/야채나 햄/살라미 등을 챙겨가시게 준비 해 드리고.
저녁은 남편이 바비큐를 하면 샐러드 등을 준비하고,
혹시 외식을 해도 어디가 좋은지 먼저 확인을 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나열하다보니..
저 “관광가이드 겸 식순이”입니다.^^
원래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휴가는 5일 정도인지라 미리 가려고 했었는데..
비수기인 5월말쯤에 계획한 휴가는 시아버지가 거절하셨습니다.
“바다물이 차가워서 수영을 할 수 없다.”
시아버지는 바닷가에서 몸만 태우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수영을 하시러 가십니다.
그러니 물이 차가워 수영을 못하면 제대로 휴가를 즐기시지 못하는 거죠.
그렇게 5월말 휴가는 취소가 됐고, 6월말 7월초에 잡아놨던 휴가는 남편이 살인진드기한테 물려서 “항생제”를 복용하느라 가지 못했습니다. 항생제 복용 중에는 땡볕이 쥐약이거든요.
7,8월은 성수기인지라 숙박비가 살인적입니다. 1박에 150유로는 훌러덩 넘어가는 가격인지라 숙박비가 저렴해지는 9월에 가기로 했었는데..우리부부의 휴가와 겹칩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는 5일 내외의 짧은 휴가를 가야하는데,
두 분을 린츠까지 모셔드리고 다시 크로아티아로 가기는 시간낭비, 기름낭비입니다.
시아버지께 9월 초순에 “크로아티아 휴가”를 말씀드리니 조금 늦게 가자고 하십니다.
“9월초는 토마토가 막바지라 정리해야하는데 9월 중순은 어떠냐?”
지금 마당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빨강, 노랑, 주황토마토들이 완전 제철입니다.
시아버지는 9월초에 토마토를 슬슬 정리하실 모양이십니다.
시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대충 여행계획이 잡힙니다.
“아빠, 그럼 우리는 9월초에 출발해서 크로아티아 아래로 더 내려갔다가 9월 3주에 그라츠에서 만나는 건 어떨까요? 린츠에서 그라츠까지 기차타고 오시고요.”
“뭘 그래? 우리가 풀라 까지 비행기타고 가면 너희가 마중 나오면 되잖냐.”
구글지도에서 캡처
시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이 가장 최고의 방법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 시부모님을 픽업하는 그라츠도 4시간은 달려야 하는데..
풀라 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시면 픽업하는데 겨우 15분정도만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못하시는 시부모님이 크로아티아에서 어려움을 겪으실까봐,
남편은 같은 오스트리아인 그라츠까지 (4시간을 달려서) 모시러 갈 생각을 한 거죠.
우리가 출발할 때 시부모님의 (휴가)트렁크를 우리가 실어가면 시부모님은 짐없이 간편하게 오실 수 있으니 이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거죠.
시어머니께 우리의 휴가계획을 말씀 드리면서..
“아빠는 9월초에 토마토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하니 중순쯤이 좋다고 하셔서 우리가 먼저 출발하고 나중에 그라츠에서 만나기로 하자는데..”
시아버지의 제안이 맘에 아주 안 드신다는 표정으로 엄마가 한마디 하십니다.
“그 빌어먹을 토마토가 뭐가 중요해서 휴가를 미룬다냐??”
시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또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9월초에 같이 출발해서는 5일정도 휴가를 즐기시고, 아빠랑 돌아오실래요?
그럼 우리는 아래도 내려 갈껀데..”
“응?”
“우리는 몬테네그로 갈꺼거든요.”
“....”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같이 출발해서 두 분만 기차타고 집으로 오시는 방법이 있고,
우리가 먼저 출발해서 내려갔다가 나중에 두 분이랑 합류해서 휴가 즐기고 같이 오는 방법이요.”
시어머니의 표정이 아주 난감합니다.
편하기는 아들내외와 같이 갔다가 같이 오는 것인데..
갈 때 혹은 올 때 기차를 타고 그라츠까지 이동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신 모양입니다.
린츠에서 그라츠는 2시간 남짓 기차를 타면 되는 거리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이면 부모님이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으실까봐...
아들이 추가로 4시간 달려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그라츠 역을 제안했는데.
시아버지는 그라츠에서 우리의 휴가지인 프레멘투라까지 4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걸 아시니.. 풀라 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신다고 하셨지만!
풀라가 큰 도시가 아니어서 비행기를 타려면 비엔나(기차로 1시간30분)까지 가야하니,
이것도 번거로운 거 같고, 뱅기표에 기차표 2중으로 드니 경제적으로도 부담이고.
결국 아들(부부)가 두 분을 그라츠에서 픽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시어머니는 편안하게 아들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앉아서 오고 갈 줄 알았는데,
아들내외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니 아무런 대답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시어머니의 표정에서 “짜증”을 읽었습니다.
당신은 며느리가 제안한 둘 다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8월 중순이고, 아직 시간은 있으니 우리의 계획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이번 주에는 남편의 배에 아직 남아서 계속 커져만 가는 살인진드기의 흔적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는데, 그 결과가 나오고..
(결과가 오늘 나왔습니다.피부염이라고 연고처방 받았습니다.ㅋㅋㅋ)
다음 주는 마눌의 아랫배 MRI 찍은 결과를 들고 병원을 갑니다.
혹시 탈장수술 부위에 이상이 있어서 재수술이나 뭔가를 한다고 해도, 남편은 휴가 후에 수술날짜를 잡으려 할 테니 남편의 건강에만 이상이 없다면 휴가는 가지 싶습니다.
시어머님의 마음에는 안 드시는 올해의 휴가가 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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