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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타협하고 싶어 하는 현실

by 프라우지니 2018.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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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결혼 전 자기만의 계획이 뚜렷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의 오랜 친구 이야기를 들어봐도..

"네 남편은 아마 앞으로 10년 아니, 평생 계획도 다 해놓고 살껄???"

 

우리가 무자식 부부가 된 이유도 남편의 계획 때문이었죠.

 

30대 후반의 늦은 결혼을 하고도 2세 계획을 미루자고 했던 남편.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야하고 아이들 위주로 살아야하니,

자신이 세워놨던 계획이 무산 될 수 있다는.."

 

어찌 보면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남편은 워낙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인간형이고,

마눌도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혹은 "아기가 갖고 싶어서 미치겠다."가 아니어서 그의 뜻을 받아들였죠.

 

그렇게 남편의 계획 아래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남편은 2009년쯤에 1년 6개월의 장기휴가를 한번 냈었고,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마음으로 2012년(인가?) 또 2년간의 장기휴가도 얻어냈었고,

그 시간의 상당한 부분을 부부는 뉴질랜드 길위에서 보냈었습니다.

 

남편이 뉴질랜드에서 계획했던 일들도 이뤘고, 2년의 시간도 보낸지라,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남편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몸담고 있던 (개발)부서는 다른 회사에 팔려,

전 동료들은 다 남의 회사 사람이 되어있었고..

 

남편도 다시 근무하게 될 회사의 새로운 지사를 찾아서,

여기저기 인터뷰를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눌이 린츠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를 잡은지라,

남편도 린츠 근처에 있는 지사에서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남편이 전에 하던 일과는 다른 종류이지만,

어디든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죠.

 

그 와중에 남편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월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지사이지만 같은 회사이다 보니 남편은 장기휴가 가기 전 월급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남편 동료의 말에 의하면.. 남편은 처세술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마눌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남편의 다른 부분입니다.)

 

연봉협상도 뛰어난 실력으로 하는지라,

"박사학위를 가진 동료보다 월급이 더 쎄다."고 하니 그런가 부다..했었죠.

 

 

 bing.com에서 업어왔습니다.

 

그렇게 생천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근무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테고,

또 전에 하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계통인지라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간도 있었을 텐데..

 

남편은 한 번도 마눌에게 새 업무가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없습니다.

 

원래 우리가 다시 떠나려고 했던 시점은 마눌의 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이었는데..

이래저래 그 기간을 2년이나 흘려 보냈습니다.

 

마눌과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미뤄진 것도 있고,

지금도 부부가 사소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라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잠시 살러왔던지라 불편해도 감수했던 시댁살이가 길어지니 마눌은 짜증을 내고..

"다시 떠나지 않으면 이사라도 나가자"고 하니 이래저리 마음이 불편했던 것인지..

 

어느 날 저녁 남편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한 3개월 휴가 갈까?"

"응?"

"나는 3개월 휴가를 내고, 당신은 퇴사를 하고 떠나면 되잖아."

"뭔 3개월? 퇴사할거 아니었어?"

"퇴사하고 다시 입사하면 지금 받는 월급은 다시 못 받게 될 거 같아서.."

"그럼 3개월 정도 휴가는 가능할거 같아?"

"응."

"그럼, 우리 이사 나가자."

"3개월 여행 간다는데 웬 이사야?"

"내가 여기서 계속 살게 되면 이사 나가자고 했잖아. 그럼 3개월 갔다 와서 이사 가남?"

"....."

"우리가 엄마네 들어온 것은 당분간이라는 전제로 왔었어. 알지?"

"....."

"더 있게 되면 이사를 나가야지."

"...."

 

"휴가가자"는 말을 "이사 나가자"로 받아치는 마눌에게 침묵으로 대응하는 남편.

 

"피곤해서 쉬고 싶어?"

"응"

"그런데 퇴사하기는 쫌 그래?"

"응"

 

남편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극비에 해당하는 것들이고,

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쉬고 싶은데 장기휴가는 불가능할거 같으니,

짧은 휴가라도 내서 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3개월이면 우리 동남아 갈까?

태국,캄보디아을 거쳐서 돌려면 3개월은 턱없이 부족한데.."

"...."

 

마눌은 햇볕은 쨍쨍은 나라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러니 동남아보다는 유럽아 더 좋을 거 같죠?

 

"우리 그럼 당신차 안에서 잘 수 있게 개조해서 유럽을 돌까?"

"유럽은 겨울이라 여행은 힘들텐데."

"그럼 동남아밖에 없네."

"……."

"휴가 가겠다는 말은 했어?"

"아니"

"언제 말하려고?"

"……."

 

원래 남편의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뉴질랜드를 가기로 해 놓고 안 간다고 해서..

마눌은 "왜 안가냐고?"따지지 않습니다.

 

뉴질랜드는 지도 없이도 어느 도시가 어디쯤에 있는지 다 알아서,

다시 간다고 해도 뉴질랜드는 우리부부에게 "여행지"는 아닙니다.

 

남편은 전국의 강을 찾아다니면서 "낚시"를 할 테고, 마눌은 낚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내는 조금은 지루한 일상이니 말이죠.

 

뉴질랜드를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마눌은 남편이 현실과 타협하는 걸 이해합니다.

 

뉴질랜드는 볼만큼 봤고, 자연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가 몇 년늦게 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죠.

 

남편이 어떤 결정을 해도 마눌은 조용히 따를 예정입니다.

 

계획대로 살아온 남편이 계획을 수정하고 싶을 정도로 현실은 녹녹치 않고,

또 남편도 퇴직을 하고나면 불투명해질 미래와 타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마눌은 그저 한마디만 외칩니다.

 

"나는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가 계속 오스트리아에 살게 되면 이사는 꼭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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