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2박3일 동안 시부모님이 집을 비우셨습니다.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가 시부모님과 모시고 비엔나로 갔죠.
시누이는 1년에 두 번 정도 시부모님을 비엔나로 초대하는데..
크리스마스 무렵은 확실히 아는데, 다른 한번은 한 여름은 아니였던거 같기는 하지만,
초대하는 사람 마음이니 나머지 한번은 언제쯤인지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갑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비엔나행 시누이 차에 오르시면서도 시어머니는 며느리에 뒤에 대고 속삭이셨습니다.
“난 비엔나 가기 싫다. 그냥 집에 있으면서 낮에는 아터호수로 수영가면 되는데...”
짐을 싸들고 어디 가서 거기서 묵고, 다시 짐을 싸들고 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죠.
나이가 들면 여행도 사실 다 귀찮아집니다.
특히나 갈 때는 시누이 차를 타고 가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기차타고 돌아와야 하니..
시누이가 비엔나 기차역까지는 모셔다 드린다고 해도,
린츠에서 내려서 집까지는 전차를 타고 오셔야 합니다.
아빠야 항상 부지런하시니 트렁크 하나쯤 들고 오고가고 하시는 건 큰 일이 아닌데..
동네 슈퍼 쇼핑을 갈 때도 아빠가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다니시는 엄마는,
여행 짐을 들고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많이 불편하시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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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집을 비우시면서 며느리에게 부탁한 일이 있으십니다.
고추나 파프리카는 물이 저절로 떨어지게 해놓은지라 안 줘도 되는데..
토마토는 매일 물을 줘야한다고 하신지라,
며느리가 토마토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며느리가 근무를 안 가는 1주일동안 당신 아들도 휴가를 내서 집에 있다는걸 아시면서도 토마토에 물 줘야하는건 며느리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알려주셨습니다.
물주기 쉬우라고 토마토 모종 옆에 물통도 갖다놓으셨죠.
“물은 토마토 모종 한 개에 큰 컵으로 하나씩만 주면 돼!”
토마토가 물이 빠지는 화분에 있는 것도 있지만,
밑에 구멍이 없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는 것도 있는지라 물을 적당히 주는 것이 중요하죠.
시부모님이 비엔나로 떠나신 날 늦은 오후에 마당에서 토마토 물주다가 만난 옆집 꼬맹이한테 방울토마토가 포도처럼 알알이 달린 것을 두어 개 가위로 따서 줬습니다.
올해 6살이 된 옆집 남자아이는 그 아이의 엄마가 임신해서 부른 배를 안고 다닐 때부터 봐왔으니 꽤 오랫동안 봐온 아이입니다.
옆집아이인데도 커가는 재미는 나도 느꼈습니다.
마당에서 기어 다니더니만, 어느 날 걷고, 어느 날은 말하고…….
이제는 마당에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만나면 인사도 합니다.
옆에서 아빠랑 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방금 딴 방울토마토를 건네며 물었습니다.
“너 토마토 좋아해?”
“....”
아이가 머뭇거리니 아이의 아빠가 말을 합니다.
"너 토마토 좋아하잖아. 왜 말을 안 해?“
토마토를 아이 손에 전해주니 아이 아빠가 또 말을 합니다.
“너 말해야 하는 거 있잖아.”
“감사합니다.”
아직 수줍음을 타는 아이인지라 아이가 뭘 받을 때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에게 “인사교육”을 시키는 모양입니다.
토마토를 아이에게 건네주고 돌아서니 아이 아빠가 아이에게 한마디 합니다.
“빨리 먹어봐, 금방 딴 거라 무지하게 맛있어.”
금방 딴것도 씻어먹어야 하는디..
아이아빠는 아이에게 빨리 먹어보라고 재촉을 합니다.
슈퍼에서 사면 겁나게 비싼 유기농 방울토마토이지만,
그것도 금방 딴것은 아니죠.
유기농에 금방 딴 방울토마토를 만나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런 모양입니다.^^;
옆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방울토마토를 몇 개 따서 주고 싶었지만..
토마토는 시부모님이 주인이시니 내 마음대로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부모님이 안계시고,
내가 토마토(에 물주는 걸) 책임지고 있으니 내 맘대로 줘봤습니다.^^
시부모님이 비엔나로 떠나신 날 오후 며느리는 아주 바빴습니다.
아빠가 자리를 비우신 마당의 칠리(고추)모종에서 너무 익어서 쪼글거리기 시작한 빨간 고추 3개를 땄습니다. 말리려고 썰어놓은 고추 2개는 너무 작은지라 같이 썰어서 말리려고 말이죠.
아빠가 돌아오시는 3일후에는 다른 것들이 빨리 익어서 내가 따낸 빨간 고추 자리를 메우겠죠.^^
아빠가 마당을 비우셨을 때 허브종류도 골고루 따 모았습니다.
바질도 뜯어내고, 그 외 마당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허브도 쪼매 정리(?)했습니다.
원래 한 철인 산딸기(라즈베리)인데.. 우리 집에 있는 나무(?)중 몇 개는 가을까지 계속해서 열리고, 익고 하는지라 따 모았습니다.
마당 한구석에 나는 부추도 다 잘라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젓갈, 고춧가루랑 버무려놓으면 부추김치가 되는 거죠.
허브 종류야 시부모님이 계실 때 따도 상관은 없지만..
한 번에 왕창 따는 거는 안 계실 때 하는 것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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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안 계신 2박3일 동안 썰어 말린 고추도, 여러 가지 허브도 잘 말랐습니다.
시부모님이 계실 때는 우리 집 창틀에만 놓아두는지라 말리는데 며칠이 걸리는데..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마당에 내다놓으니 단 이틀 만에 아주 잘 말랐습니다.^^
시부모님이 안계시니 생각지도 못한 현상도 있었습니다.
아빠가 하루 종일 마당에서 사실 때는 마당에 얼굴한번 안 비치는 남편인데..
아빠가 시키지도 않은 마당의 야채에 물을 줍니다.
계속 날씨가 더워서 마당이 바짝 마르기는 했지만, 아빠가 계시는 3일 동안 견딜 수 있게 물을 듬뿍 주고 가신지라 따로 줄 필요는 없다고 하셨는데도 아들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합니다.
마당에 여러 야채에 골고루 물을 준 남편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새로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아빠가 남편에게 야채를 심으라고 준 쪼맨한 한 귀퉁이 땅덩이이죠.^^
마당의 한쪽에 루콜라를 심어서 한동안 잘 먹었던 남편이 두 번째 루콜라를 (마눌이) 심었는데.. 두 번째는 루콜라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 신경도 안 써서 잡초 밭을 만드나 했었는데..
오늘 그곳을 정리하면서 나름 코리엔더(고수) 씨도 수확을 했습니다.
나머지 잡초랑 난장이 루콜라도 다 정리하고 새로 씨를 뿌립니다.
다른 야채를 한번 심은 후에 루콜라를 심어야 다시 자라날 텐데..
남편은 같은 자리에 세 번째 루콜라를 심습니다.
씨를 뿌리기전에 나름 사다놓은 퇴비를 잔뜩 뿌렸으니 잘 자랄 거라고 하는데..
두고 보면 알겠죠.^^
시부모님이 안 계시니 며느리는 마당에 있는 여러 가지 야채를 따서 말리느라 부지런을.
아들은 아버지가 비우신 자리를 메우느라 마당에 물도 주고, 씨도 뿌리는 부지런을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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