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여러 가지 야채로 크림스프를 할 때마다,
(요리할 때 도움은 전혀 안준)마눌은 시부모님께 퍼다 나르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남편이 요리한 스프를 갖다 나르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첫째로..
"당신 아들이 한 요리이니 맛 보세요."
집에서는 엄마가 한 요리만 먹어온 남편인지라..
엄마는 당신 아들이 한 요리를 한 번도 못 드셔봤을거 같은 마음에 말이죠.
밖에서는 곧 잘하는 인간형들이..
엄마네 가면 아무것도 안하고 엄마가 해 준 음식을 먹죠.
제 남편도 그런 형입니다.^^
(늙은)호박 크림스프, 주키니(애호박) 크림스프, 컬리 플라워 크림스프.
종류도 다양하게 며느리는 시부모님께 스프를 퍼다 날랐습니다.
마당에서 나는 야채를 달라고 아빠께 손 벌리지는 않지만,
아빠가 주신다고 하시면 거절하지 않고 받습니다.
날이면 날마나 오는 기회가 아니니 말이죠.
시아버지가 마당에서 키우시는 야채는 보통이상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주키니 호박은 어린 아이 팔뚝이 아닌 허벅지 굵기가 돼야 추수를 하십니다.^^
크기도 남다른 호박을 아빠가 몇 번 주셨던 지라 그걸 다 남편에게 갖다 줬었죠.
그래서 (며느리가 퍼다 다른 스프를)시부모님이 몇 번 드셨었죠.
시부모님이 야채와 과일을 저장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산에서 따온 버섯도, 마당에서 딴 과일도 다 냉동실로 들어갑니다.
말린 야채로 하는 요리가 이곳에는 없다 보니 따서 바로 먹지 않으면 다 냉동입니다.
마당에서 딴 호박도 아빠는 이미 냉동실에 몇 봉지 저장을 하신지라,
마당에서 만난 며느리에게 물으셨습니다.
“호박 필요하냐? 줄까?”
달라고는 안하지만 주시면 절대 거절 안 하는 며느리이니 당근 받아야죠.^^
“주세요. 주시려면 2개 주세요.”
“2개는 뭐하게?”
“테오(남편이름) 주려구요. 테오가 스프 끓이면 제가 또 갖다 드릴게요.”
그렇게 아빠께 스프를 갖다드린다고 약속을 한 후에 호박 2개를 받았습니다.
주방에 있는 호박을 보고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잔소리를 하십니다.
“왜 호박을 가져왔어?”
“아빠가 주시길레 받아왔지.”
“근데 왜 두 개야?”
“당신 스프 끓이려면 두 개는 있어야 하잖아.”
“당신이 요리를 안 할 거면 받지 말아야지.”
“나는 안 하지만 당신이 호박스프 할거잖아.”
남편에게는 아빠께 나중에 스프 갖다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는 건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몰라야 하는 며느리와 시아버지와의 비밀이니 말이죠.^^;
남편은 마눌의 예상대로 호박 두 개로 크림스프를 했습니다.
아빠가 주신 커다란 호박 2개에 엄마가 주신 바질페스토까지 넣고!
여기서 잠깐!
바질 페스토란?
생 바질 잎에 올리브오일, 마늘, 잣,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가루)등을 넣고 갈아 만든 것,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무치면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가 완성되죠.
며느리는 아빠와의 약속대로 남편이 만든 호박크림스프를 한 냄비 갖다드렸습니다.
남편이 오늘 만들었던 애호박 스프는 매운 고추까지 넣어서 적당히 매콤한 것이,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남편은 모릅니다.
마눌이 시아빠랑 남편의 스프를 먹기 위해 모의 했었다는 사실을!
앞으로도 아빠는 아들이 만든 맛있는 스프를 드시기 위해 야채를 주실 것 같고,
며느리는 남편이 만든 스프를 시부모님께 열심히 떠다 나를 계획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이 하는 백만 원짜리 도박 (9) | 2018.09.13 |
---|---|
내 몸에 맞는 편안한 옷 (6) | 2018.09.12 |
이케아에서 해결한 두끼 (9) | 2018.09.11 |
드디어 떠나는 휴가 (22) | 2018.09.09 |
천천히 하고 있는 여행 준비 (12) | 2018.09.06 |
탈장 수술 1년 후 (12) | 2018.09.03 |
이케아 신제품, Veggi Dog 베지 도그를 맛보다, (4) | 2018.09.01 |
휴가를 위한 급 캠핑카 제작 (2) | 2018.08.31 |
요즘 내가 자주 해 먹는 시금치 페타치즈 피자 (10) | 2018.08.28 |
내 돈을 찾아서 (16) | 2018.08.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