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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내가 만든 수제오뎅

by 프라우지니 201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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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되는 일들을 종종하게 됩니다.

더욱이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살다보면 그런 일들을 더 자주 겪게 되죠!

 

제가 좋아하는 음식중에 하나는 오뎅입니다.

추운 겨울에 거리에 서서 쫄깃한 오뎅을 먹으며 오뎅국물을 홀짝거리는 것을 상상 할 때마다 입에 침이 고이고, "언제 다시 한국을 가나?"하는 생각도 함께 찾아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뎅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찾아봤습니다.

린츠는 기본적으로 "한국식품점"은 없습니다. 전에 살던 그라츠에도 한국식품점은 없었습니다.

 

다른 한국 아낙에게 들은 정보로는 "비엔나나 독일에 있는 한국식품점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배송(료를 따로 지불하면)을 해 준다."였지만, 제가 배송 받을 정도로 많은 식료품을 사지도 않고 해서 저는 그라츠에 있는 인도인이 하는 식료품점이나 태국인이 하는 곳을 이용하곤 했었습니다.

 

린츠에도 태국,중국인들이 하는 아시안 식료품가게는 몇 개 있었고, 그중에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서 (린츠에 사시는 분들에게 참고적으로 알려드리자면: 불가리 플라츠 BFI 건너편에 있는 태국식품점) 거기서 고추장, 고춧가루 같은 기본적인 것을 샀습니다.

간 김에 냉동고에는 뭐가 있나하고 보다가 발견한 태국산 오뎅!

 

약간 불량식품스러운 자태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사 봤습니다.

쪼맨한 봉지가 2 유로라는 조금은 럭셔리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물에 삶아서 접시위에 올려놓은 태국산 오뎅!

 

나름 골고루 들어있었습니다. 튀긴 오뎅,삶은 오뎅, 주황 오뎅, 누런 오뎅, 허연 오뎅.

하필 이 오뎅을 삶은 시간에 남편이 퇴근하는 바람에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찌된 아낙이 일만 벌이면 항상 남편한테 들키는 것인지..^^;

 

"아니 주방에서 뭘하는데 온 집안에 이리 이상한 냄새가 나누?"

 

남편의 말을 듣고보니 온 집안에 생선비린내가 진동을 합니다.

평소에는 몰랐던 냄새였는데,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심한 냄새입니다.

저는 먹는 사람이니 그렇다고 쳐도, 안 먹는 사람에게는 쪼매 역할수도 있는 생선 비린내!

 

냄새는 냄새이고, 먹는 것은 먹는 것이니 정말로 이 오뎅을 간장도 없이 맛나게 먹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양이 너무 작습니다.

 

"2유로(대략 3천원?)면 한국에서는 넉넉하게 사 먹을수 있는 가격인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래, 내가 냉동 생선을 사다가 만들자!"

 

뭐 이렇게까지 발전했습니다.^^

 

오뎅을 만들 목적에 5유로에 1kg짜리 생선을 사다놓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오뎅을 다져야 하는 부분에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생선을 야채랑 믹서기에 몽땅 넣고 갈아버리면 좋으련만..

믹서기는 이런 기능이 없죠! 항상 물을 첨가해야만 갈리니 말이죠!

 

전기 다지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집에는 없는 제품이고, 오뎅 해 먹겠다고 50 유로하는 가전제품을 사는 것도 웃기고, 중요한 것은, 살 의지도 없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발견한 방법 하나!

 

냉동생선을 해동 한 후에 송송썰어 달걀을 넣고 "도깨비 방망이"로 돌리면 간편하게 갈아진다니..

이 방법을 발견한 날 바로 오뎅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송송 썰어놓은 야채에 달걀첨가해서 갈은 생선을 넣고, 밀가루를 첨가 해 가면서 열심히 치대니 제법 끈기도 있고, 이제 튀기기만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소금, 후추에 마늘까지 넣고 엄청시리 매운 고추도 가위로 송송 썰어 넣어 완전 내 입맛의 오뎅이 탄생했습니다.^^

 

울(시)아빠가 물 안주고 구박했지만 제법 잘 자란 깻잎 몇 잎도 마당에서 따왔습니다.

이번기회에 아빠한테 제대로 된 깻잎맛을 보여주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깻잎넣고 만든 오뎅은 사실 맛도 있죠!^^

 

아빠와 깻잎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03

이해 안 되는 시아버지의 행동

 

 

 

 

"아니 멀쩡한 생선을 왜 갈아서 튀겨? 난 그냥 생선버거 먹을 꺼야!"

남편에게는 생선버거와 보너스로 깻잎 오뎅 하나가 추가 들어갔습니다.^^

 

 

 

 

깻잎도 떨어지고 따로 만들고 싶은 모양도 없는지라 그냥 손쉽게 쪼맨한 볼로 모양을 잡았습니다.만드는 방법은 사진에 보이는 대로 손안에 반죽을 쥐고 누르면 위로 동그란 반죽이 올라옵니다.이걸 기름에 넣어서 튀기면 되는 거죠!

 

이 글을 쓰면서 방금 생각난 방법인데, 다음에는 기름이 아닌 물에 삶아봐야겠습니다.

그럼 칼로리도 적고 맛도 있을거 같거든요.

 

그런데..물이라고 반죽이 풀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해 보면 알게 되겠지요^^

 

 

 

 

만든 음식은 따뜻하게 먹어야 하니 얼른 오뎅을 접시에 담아서 시부모님이 사시는 집으로 뛰어갔습니다."엄마,아빠, 이거 내가 만든 오뎅이거든요. 한번 드셔보세요!^^"

 

저녁은 이미 5시에 드셨는데, 8시가 넘어서 튀긴 오뎅을 들고 기름냄새 풀풀풍기면서 나타난 며느리를 구박하지 않으시고, "모르는 음식이라 안 먹는다" 안 하시고 두 분은 제가 만든 오뎅을 맛있게 드셨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다오. 맛있다!"도 하셨구요.^^

 

 

 

 

뭔가 음식을 할 때마다 벌어지는 이런 개도깨비 상황을 남편은 이제 이해하는지 그냥 넘어가지만, 그래도 인상쓰면 나타나는 눈썹 올라가는 현상을 마눌한테 제대로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워쩌? 당신이 치워줄껴? 아니면 신경쓰고 내려가랑께!"

 

마눌은 음식 만드느라 개판된 주방에서 일단 만든 오뎅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소금을 조금만 넣어야지. 짜게 먹는 아빠나 남편 때문에 조금 더 넣었더니만, 너무 짜다."

 

혼자서 오뎅을 먹으면서 맛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을 열심히 궁시렁 거립니다.

 

저희가 임시로 살고 있는 시댁이고, 시누이의 주방을 이용하는지라 아쉬운 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주방의 시설들이 40년이 넘었다고 하니 이 정도 칙칙한 것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길어야 2년 정도 살다가 다시 나가야 하니, 인테리어가 후져도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살고있는 건물이 부모님이 시누이한테 주신다고 하셨던 건물인지라..  저희가 손대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랍니다. 다른 도시로 가게되면 또 떨어져 살아야하니, 가까이 있을때 집 얻어서 따로 나가느니 그냥 같이 살다가 다른 도시로 가라는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서 임시로 살고 있습니다.^^

 

월세 300유로에 주말(토.일)이면( 엄마가 해 주시는)요리도 맛보는 조건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말이죠! 월세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41

 월세 요구하시는 시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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