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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사우어크라우트 김장 하시는 시아버지

by 프라우지니 201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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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늦가을에 겨울을 대비한 김장을 하듯이 오스트리아에서도 양배추를 이용한 김장을 합니다.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고, 독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불리는 “Sauerkraut 사우어 크라우트” 로 말이죠!

 

“Sauerkraut 사우어크라우트” :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양배추”

해석하자면 Sauer 사우어는 “시다” Kraut 크라우트는 “양배추”입니다.

 

이 사우어크라우트를 먹어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르고 소금 맛이 강한 이 음식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슈퍼마켓에서 저렴하게 파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우어 크라우트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절대 먹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슈퍼마켓마다 양배추가 세일에 들어갔습니다.  양배추가 kg당 우리나라 돈으로 단돈 400원이니 참 저렴하게도 하는 오스트리아의 김장입니다.

 

시아버지는 며칠 전에 15킬로 정도의 양배추를 사다 놓으시고는 좋은 날씨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시아버지는 사우어 크라우트를 담으셨습니다.

 

네^^, 시어머니가 아니고 시아버지가 담으셨습니다.

 

“왜 김장 하듯이 한다는 사우어 크라우트를 시어머니가 아니고 시아버지가 하시는지..”

 

처음 이 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김장을 하신다는데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점심 식사 후에 침실로 낮잠을 주무시러 가십니다.^^;

 

아빠 옆에서 사우어 크라우트 만드는 걸 도와드리면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일단 15kg의 양배추를 채칼로 써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시아버지 옆에서 며느리도 열심히 채칼로 양배추를 썰었습니다.

 

아빠가 뭘하든 모른 척 그냥 내 방에 있을 수도 있어지만, 며느리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열심히 아빠 옆에서 양배추를 채칼에 썰었습니다.

 

며느리가 대부분의 양배추를 다 썰었고, 마무리는 아빠가 하십니다.^^

이때 며느리는 얼른 포스팅할 사진을 건져야 하는거죠!^^

 

 

 

 

사우어 크라우트에 들어가는 재료는 참으로 간단합니다.

 

소금, Wacholder 박홀더라고 불리는 노간주나무 열매 그리고 Kuemmel 큠멜이라고 불리는 회향(茴香)의 일종인 허브. 영어로는 캐리웨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리고 사이드로 준비한 사과와 Buttermilch 부터밀히(영어로는 버터밀크)

 

사전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독일어:Buttermilch 부터밀히-버터를 채취한 후의 신 맛이 나는 찌꺼기 우유, 탈지유

영어:   buttermilk 버터 밀크-버터 채취 후의 우유;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식품

 

부터밀히는 약간 신맛이 나는 우유로 요거트 정도로 약간 걸죽하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모든 양배추가 썰어지고 사우어크라우트에 들어갈 양념이 준비됐으니 이제는 김장 시작~

 

아빠는 며느리가 양념(소금이랑 허브)을 뿌려준 곳을 손으로 마구 치대십니다.

 

아직 양념이 충분히 배여지지 않은 생 양배추를 물이 나올 때까지 짖이기듯이 비벼대니 풋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거 같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을 며늘이 아니죠!^^

 

“아빠, 소금이랑 양념을 미리 쳐 났다가 나중에 숨이 죽으면 그때 비비면 안 될까요?”

“안돼, 양념이 들어감과 동시에 치대줘야 해!”

“생 양배추를 비비면서 으깨면 풋내가 나잖아요.”

“아니야, 원래 이렇게 하는거야! 옛날에 많이 담을때는 장화신고 들어가서 밟았다.”

 

아니 포도를 밟아서 와인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양배추를 밟아서 사우어크라우트를?

 

예전에는 저렴한 양배추가 가난한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먹거리중에 하나였고, 집집마다 많이 담았던 모양입니다. 장화신고 들어가서 밟을 정도로 말이죠!

 

“지금은 많이 담지 않으니 장화까지는 필요 없지만, 싱싱했던 양배추가 시들해질 때까지 손으로 힘껏 치대는 작업을 해야 맛이 나는 거야!”

 

그리고는 열심히 치대시는 아빠, 그 옆에서 양배추에 간이 잘 배었는지 맛 보는건 며늘 몫!

 

저만 먹으면 안 되는 거죠!

며느리는 아빠한테도 손으로 한 입 드렸습니다.

 

“아빠, 어째 간이 조금 안 맞는거 같죠? 싱거운데요.”

“너희 엄마가 양배추 무게에 맞게 맞춰준 양이야.”
“그래도 간이 안 맞으니 엄마 몰래 살짝 소금을 더 넣을까요?^^”

 

어째 며느리가 박쥐같습니다.

엄마와 아빠사이를 왔다리~갔다리 하죠!^^

 

 

 

며느리는 아빠와 입을 맞추고 소금을 넉넉하게 더 넣었습니다.

그러니 싱겁게 먹는 며늘이 입맛에 맞게 간이 맞았습니다.

 

역시 양배추는 치댄만큼 양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빠는 양이 반 정도로 줄어든 다음에 부터밀히를 넣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며늘은 아빠옆에 서서 아빠가 말씀하시는 곳에 부터밀히를 뿌려드립니다.

그러면 아빠는 빨래하듯이 양배추를 치대십니다.

 

양배추가 절여져서 나오는 물에 부터밀히까지 합해지면 양배추에서 나오는 물은 뿌연 우유색이 되죠! 양배추의 양은 1/3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독에 넣을 시간~^^

 

 

 

 

독은 우리의 장독과는 조금 다른 구조입니다.

나중에 입구에 달린 것의 용도를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배추에서 나온 물이 흥건하면 미리 준비한 장독에 절여진 양배추를 약간 넣고 그 위에 미리 썰어놓은 사과 몇 쪽을 넣은 후에 다시 절여진 양배추를 넣고 중간에 양배추 잎을 넣습니다.

 

(양배추를 썰기 전에 떼어놨던 넓은 양배추 잎을 뜨거운 물에 데쳐서 준비해두었다가 중간에 칸막이 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위에 다시 절인 양배추와 사과조각을 넣고 다시 양배추 잎, 이렇게 사과와 절여진 양배추 넣기를 반복하면서 장독을 채우고, 젤 위에는 돌멩이 2개로 절여진 양배추가 삐져 나오지 않게 누릅니다.

 

이렇게 오스트리아의 김장, 사우어크라어트 담기는 끝이 났습니다.

 

생각보다는 참 간단한 과정이였지만, 양배추를 썰고, 치대는 작업이 우리의 김장 못지않은 육체적인 노동이였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하신 모양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사우어크라우트 장독은 지하실로 이동한 후 서늘한 곳에서 잘 익기를 기다리면 되는거죠! 보통은 4~6주만 기다리면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독 입구에 퍼져있는 부분에는 사우어크라우트가 발혀되는 동안에 물을 담아서 공기의 차단을 막는다고 합니다. 공기의 차단이 정말 되는지는 모르겠고, 며칠 이 독이 주방에 있는 동안에 독안에서 나오는 가스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물이 뽀글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먼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대비한 김장이 했듯이 이곳 오스트리아에서도 사우어크라우트를 담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지금은 더 이상 사우어크라우트를 직접 담을 필요가 없지만, 오스트리아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해마다 사우어크라우트를 담으면서 겨울을 준비합니다.

 

한국의 김치 같은 그런 여러 가지 오묘한 맛이 나는 맛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이 곳의 사우어 크라우트도 우리의 김치처럼 모든 정성을 다해서 만드는 음식임은 분명합니다.

 

여자의 섬세함이 아닌 남자의 엑센 팔 힘을 필요로 하는 사우어크라우트는 남자의 손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오스트리아 음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우어크라우트를 먹어본 적이 있고, 그 맛이 형편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집에서 직접 만든 사우어크라우트를 권하고 싶습니다.

 

어느 나라나 집에서 만들어 내는 홈메이드 음식은 일류호텔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보다 훌륭한 법이니 말이죠.

 

우리나라와 멀리 있는 서양이라고 해서 우리와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우리가 김치를 담듯이 이곳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를 담고, 우리가 밥을 먹듯이 이곳에서는 빵과 감자를 먹는다는 것만 다를 뿐.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많은 저장음식을 만들어냅니다.

 

한국에서는 가을 김장 하나뿐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계절별로 나오는 모든 과일이나 야채로 저장 음식을 만듭니다. 여러 가지 과일로는 잼,주스를 만들고, 야채로는 피클들을 만들어 내고.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저장음식을 가진 이곳의 음식문화를 한번쯤 엿보는 것도 재미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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