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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28-한국 속담이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

by 프라우지니 201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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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물에 빠진 놈 구해놓으니 개나리 봇짐 달라고 한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속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327회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혹시나 안 읽으신 분들은 빨리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Freehold Creek프리홀드 크릭의 Bush line부쉬 라인까지 갔었습니다.

마눌보다 한참 더 올라갔던 남편을 기다렸다가 오스트리아 의사아낙과 함께 내려오는 길!


더 위로 올라간 남편을 기다리며 마눌과 의사아낙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우리 곁을 스쳐서 먼저 내려간 커플이 있었는데, 그 커플을 내려오는 길에 만났습니다.


60대로 보이는 커플인데, 남편도 아내도 무지하게 지쳐 보이고..

아내는 지팡이까지 짚고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길이 참 불편하게 보였습니다.

거기에 그녀의 등 뒤에는 제법 부피가 있는 배낭까지..


밖에서만 젠틀맨인 남편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May I help you?"

(아시죠?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마눌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친절합니다^^;)


 

 

 

자! 설명하기 쉽도록 1,2,3번으로 지점을 정했습니다.


저희는 3번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그쪽에서 왔습니다.

내려가는 길도 당근 3번으로 갈 예정입니다.


저희가 만난 이 커플은 2번에 있는 오하우 롯지(비싼 숙박시설)에서 차를 타고,

1번(겨울철에는 스키장)까지 간 후 거기에서부터 산행을 했다고 합니다.

 

산 정상에서 Dumb-bell Lake 덤벨 호수을 거쳐서 Freehold Creek프리홀드를 지나서 숙박시설이 있는 2번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합니다.(엄청나게 긴 여정인거죠!)


내려오는 길은 거의 같지만..

저희가 가야하는 주차장 3번과 롯지가 있는 2번과는 3km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절룩거리면서도 배낭을 메고 가야하는 커플의 남편이 도와주겠다는 (내)남편에게 자기 아내의 배낭을 아래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습니다.


이때 남편의 등에는 작은 배낭(물, 간식이 있는)이 있었고, 저는 빈몸이였습니다.

 

남편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메고있던 배낭을 마눌(저 죠^^)에게 줍니다.

마눌도 얼떨결에 배낭을 받아서 멨습니다. 남들 돕는 일이니 동참 해야죠^^


우리는 3번으로 빠질꺼라고 하니 그 커플의 남편이 배낭을 가져다가 3번 주차장에 놓으면 자기네가 2번 롯지로 가서 차를 가지고 와서 배낭을 찾아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어차피 주말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서너대 밖에 안 오는 곳이다 보니..

배낭을 나뒀다고 해서 누가 가져갈 것 같지도 않고..


 

 

 

남편은 그 커플의 가볍지 않는 배낭을 메고서..저희는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뒤로 보이는 아낙은 위에서 만났던 오스트리아 의사 아낙입니다.)


배낭을 메고 먼저 내려가면 천천히 내려오겠다던 지친 커플은..

우리가 내려오는 내내 바로 뒤에서 바짝 붙어서  따라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본 마눌에 눈에 딱 걸린 커플!

 

“어? 저 사람들 천천히 내려오겠다고 하지 않았어? 우리 뒤를 바짝 붙어서 내려오네..”

이때 이미 남편 속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힘들어서 천천히 내려오겠다고 했던 커플은 우리가 자기네 배낭을 가지고 가버릴까 봐 열심히 ]뒤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보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말이죠!(남편의 생각)


산에서 만난 사람의 성의를 그 따위로 생각하다니..^^;


 

 

 

남편이 메고 내려온 배낭입니다.

 

그 커플이 덤벨 호수에 있는 산장에서 잠을 잤었는지, 배낭에는 매트도 있습니다.

10킬로는 족히 넘는 배낭은 남자가 멘다고 해도 사실 그리 가볍지는 않죠!


주차장에 도착한 저희는 뒤 따라 내려오던 그 지친 커플을 기다렸습니다.


처음에는 2번 롯지에 가서 차를 가지고 3번 주차장으로 올 예정이니 배낭을 놓고 가라고 했었는데.. 우리 뒤를 바짝 붙어서 3번 주차장으로 오는 커플을 이미 봐버린 상태였거든요.


배낭을 빈 테이블에 놓고 기다리고 있던 저희부부에게..

그 지친 커플의 남편이 와서 너무도 당당하게 한다는 말!

 

"당신들이 우리 배낭을 메고 주차장(3번)으로 오는 바람에,

우리도 이쪽으로 왔으니 당신들이 우리를 숙소(2번)까지 데려다 달라“

남편은 그 부부를 우리 차에 태워서 숙소(2번)까지 데려다 줘야 했습니다.

왕복 6km였는데, 우리 기름까지 소비해 가면서 말이죠!


몇 달째 길 위에 살고 있는 저희부부는 절약이 필수입니다.

 

휘발유값 겁나게 비싼 뉴질랜드에서 경유가 아닌 휘발유 차를 몰고 다니는 저희는 더더욱 기름값을 아끼는 중이고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6km를 달리는 건..  (휘발유값을 달라고 할 걸..^^;)


남편은 자기가 베푼 친절을 친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배낭을 훔쳐가는 도둑을 오인하고,

당당하게 자기네 숙소까지 데려다 달라는 그 커플이 어의가 없었던 모양인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던 마눌이 한마디 했습니다.

 

“한국에 그런 속담이 있어,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개나리 봇짐 달라고 한다.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이 딱 그 꼴이네! 힘든 사람 도와줬더니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너 때문에 이리로 왔으니 너가 우리를 데려다 줘야해!!!”


한국의 속담은 잘 모르는 남편이지만, 마눌의 설명을 들어보니 자기상황도 딱 맞는지 맞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도와주려고 했다가 얼떨결에 도둑취급에 시간낭비, 휘발유 낭비까지!


그 커플을 롯지에 내려주고 나오는 길에 마눌이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다음부터 아무한테나 ”도와줄까?“하지마!

원래 사람들은 도움을 청했을 때 도와주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는데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는 경우는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듣기 십상이니..“


평소에 바른말 잘하는 마눌에게 한마디 들은 남편은 마눌이 말이 항상 옳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상 옳은 마눌의 말을 남편은 왜 항상 늦게 깨닫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날 적어놨던 마눌의 일기는 이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습니다.

 

“울 남편 열 받았다. 프리홀드 크릭에서 못 내려가는 아줌마 배낭 받아서 가져왔더니만,

자기네 배낭 가져갈까봐 급하게 내려온 아저씨가 3km거리에 있는 롯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단다.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이지.

 

”너가 배낭 가져가서 우리가 이곳으로 왔으니 데려다 줘!“ 라는 식으로..

 

남편한테는 ”도와주려고 했던 일이니 잊어”했지만, 열 받는 건 열받는거다.

못된 인간들!!!(마눌은 일기장에 항상 진심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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