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은 방문객 제한이
없어서 방문객은 누구든,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
방문객이 어르신들을 찾아오는 건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닌 곳.
방문객이 오는 건
일상 같은 일이라 누가 오고
가도 별로 신경을 안쓰는데,
평소에 오는 방문객과는
조금 다른 외모의 방문객 등장.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동양인들이 맞는데..
동양인들이 들어가는
방을 보니 현지인
어르신 내외분이 사시는 방.

어르신들은 오스트리아 분들이시고,
가족중 동양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는데,
내가 잘못봤나 싶어서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방금 본 사람들이
동양인 맞지? 2명을 봤는데..”
“4명이야.
네 명이 왔어.”
“그런데 그 사람들이 왜
H어르신 내외분의 방에 있는데?”
“나도 몰라.”
확인차 그 방에 가려고
돌아서는 내 뒤통수를
누군가 날리는 한마디.
“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
전화번호 좀 따와봐.”
우리 병동의 날라리
남자 간호사가 조그만 덩치의
아시아 여자가 맘에 들었는지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한 동료가 나에게 던진 말이죠.
저는 두가지를 확인하려고
그 방에 갔습니다.
1. 아시아 가족들은
H어르신과 어떤 사이일까?
2. 빨간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는 싱글일까?
여기서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요양원 병동의 직원이 뭔데
어르신들을 찾아오는 방문객을
확인(?)하나 하실 수 있는데..
가끔 병동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얼굴인 경우는
어느 방에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약간의 확인 절차를 거치죠.
H어르신 내외분은
두분 다 와상환자십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휠체어에 앉으실 수 있고,
할매는 그나마 매 끼니를
거의 혼자 드시지만,
할배는 매 끼니 식사를
먹여 드려야 하죠.
두 분은 한 방에 사시지만
하루 종일 대화는 안 하시는
부부이십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대부분의
어르신 내외분은 대화를
거의 안하셔서 둘이 있지만
혼자 있는듯 외로운 분들이시죠.
두 분 다 하루 종일 제일
많이 응시하는 건 TV.
내가 가끔 근무를 들어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H어르신 내외분을
찾아오는 자제분들은
보지 못했는데, 간만에 온
방문객이 동양인 가족이니
일단 확인 필수.
전에 온 적이 있다면
동료들은 기억을 할 텐데..
그날 나와 근무한 동료중
누구도 H어르신의 방을 방문한
4명의 아시안들을 알지 못했죠.
일단 그 방에 들어가서
오늘 방문한 4명은 그 방의 주인인
내외분과 어떤 사이인지
물어봤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방에 사시는 분들덕에
자신들이 이렇게 지금
이곳(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다고!
1980년대 캄보디아 전쟁 때
보트를 타고 유럽이 입성한
보트 피플이었던 그들에게
할배가 선뜻 “스폰서”을 해주셔서
자신들이 이곳에 정착을 하고
살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별 감정없이
할배를 간병해드리고,
먹여드리고 했었는데,
캄보디아 가족을 만난 이후부터
할배께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할배는 과연 그 당시
어떻게 난민들을 만나서
스폰서까지 해 주시게
된 것일까?
자신이 경영하던 사업체에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사정이 딱해서 혹은 일을
너무 잘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스폰서를 해줬다”가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였는데..
할배는 사업체를 경영하시는
대신에 한 회사의 사무직으로
근무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럼 할배는 일하시는
그 회사의 직원으로 들어온
난민에게 도움을 준 것일까?
더해가는 나의 궁금증은
더 이상 풀지 못했습니다.
할배는 나의 질문에
대답 대신에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셨죠.
지금은 당신도 기억 못하시는
당신의 과거의 일인 모양입니다.
누군가에 “은인”이 된다는 건
생각해보니 참 가슴 뿌듯한
일인 거 같습니다.
과일을 썰어서 어르신 내외분께
먹여드리는 캄보디아 가족을
뒤로 하고 저는 그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내가 베푼 친절이
한 사람의 인생에,
아니 한 가족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또 내가 베풀었던 친절을
잊지않고 두고두고 감사한다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
손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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