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얼굴도 모르는데 우리 병동에는
살벌한 소문의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몇 주 전에 우리 요양원으로
장기 요양을 오셨다는
B부인.
소문 속의 주인공은
바로 B부인의 딸인 C.
엄마와 같은 성을
사용하는 걸 보니
아직 미혼인지
아니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중이라 처녀성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동 안에는 C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죠.
자신의 엄마가 머무는 요양원에
아침 8시에 와서는 저녁 6시까지
엄마 곁에 머물면서 직원이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감시를 하고는 감독까지
한다는..
B부인이 처음 요양원에
오신 날은 자신의 엄마 거시기를
면도 한다며 직원들을 방에서
다 쫓아내고는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했다고 들었죠.
병동 내에서 부득이하게
소중한 부위를 면도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남자분 같은 경우
큰일을 봤는데
그곳이 밀림(?)이면
닦아내는 것이 절대 쉽지
않으니 면도하는 경우도 있고,
그외 콘돔형 카테터을
사용할 때는 소중이가 밀림 속에
있으면 콘돔을 씌울 때,
뺄 때 밀림이 같이 끼여서
털 빠지는 아픔을 겪게 되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콘돔 카테터는 요실금이
있으신 할배들 중에
기저귀 대신에 소중이에
콘돔을 씌운 후에 소변이
줄을 따라서 내려와 다리에
찬 플라스틱 주머니로
내려오는 구조인데, 활동이
많으신 분들이 선호하죠.
(참 별 이야기를 다하네.ㅠㅠ)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
엄마 소중이의 밀림을 다
제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요양원 입원 첫날에,
직원들을 다 쫓아내고
자신이 했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죠.
그 다음에 이야기는
어마 무시했습니다.
우리 병동에서 대충 일 하기로
유명한 P가 그 방에 간병하러
들어가서 90분이 걸렸다는..
P의 근무 태도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질식사를 유도하기도
했었죠. ㅠㅠ
https://jinny1970.tistory.com/2625
가깝고도 먼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어르신 사이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오스트리아에서도 시시때때로 “요양보호사 폭행”에 관한 뉴스를 접합니다. “힘도 못 쓰는 노인들을 폭행하고,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오물을 먹이고..등등등” 요양원
jinny1970.tistory.com
P로 말할 거 같으면
일을 하러 온 것인지,
수다를 떨러 온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수준으로
간병을 하러 방에 들어가면
얼굴부터 시작해서 발까지
제대로 닦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아랫부분만
대충 닦아주고는 얼른 옷
입히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그야말로 총알(배송이 아니라)
간병을 하기로 유명한데,
그 P가 들어가서 90분을
간병 했다니 동료들이
다 혀를 내둘렀죠.
간병이라는 것이 젖은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고,
마른 수건으로 닦은 후에
건성 피부에는 로션이나 크림을,
문제가 있는 피부에는
연고를 바르고,
옷을 입혀드리는 작업인데..
직원이 전부 해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굴이나 가슴 같은 곳은
직접 하시는 경우가 많고,
길어봤자 15분이 안 걸리는
작업이고, 와상 환자의 경우도
15분이면 충분한데
도대체 뭐를 했기에
90분이나 걸렸던 것인지..
B부인의 딸은 엄마 옆에서
직원이 간병을 하러 들어오면
“이거 해라”,
“그렇게 하면 안된다”,
“엄마를 휠체어에 앉힐 때는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고…”
직원들도 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인들인데 마치
자기 직원 부리듯이 하나하나
명령하는 것도 그렇지만,
환자 한 명만 밀착해서
케어 하는 24시간 간병인도
아니고, 직원 3명이 스무 분이
넘는 병동내 어르신들을
다 간병 해 드려야 하는
바쁜 오전 (8 ~ 11시)시간에
한 곳에 들어가서 90분이나
걸리면 나머지 분들에게
가는 피해가 엄청나죠.
두 사람을 이미 만나본
직원이나 소문으로만 들어서
그들을 알고있는 직원이나
모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양원 말고 집에서
엄마 옆에 하루 종일 있으면 되지
왜 요양원에 모셨는고?”
여기서 잠시 소개하자면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비용은
식비와 간병을 포함한 1박
요금이 대충 120유로선.
한달이면 최소 3,600유로
정도가 되겠네요.
24시간 간병인 경우는
간병인이 집에 와서 24시간
상주하면서 같이 살게 되는데,
간병인의 월급 외에도 식비를
따로 지급을 해야하죠.
보통 15일 단위로 일을 하고,
한달이면 2명의 간병인이
필요하게 되는데, 간병비는
요양원 비용과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양원도 직원들이 널널하다면
1대 1케어로 제대로 모시겠지만,
혼자서 적어도 7명 이상을
책임져야 하니 한사람에게만
집중할 수는 없죠.
(아! 지층 같은 경우는
혼자서 12분의 어르신을
책임져야 합니다.)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B부인이 필요한 도움이
많으신 분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뇌출혈이 와서
반신불수이신데,
눈은 거의 실명 상태이시고
햇볕을 보면 안되니
어두운 선그리스를 쓰시고,
몸의 한쪽은 괜찮지만
다른 쪽은 안 보이시니
혼자 식사하시는 건
불가능해서 매 끼니는
먹여 드려야 하고,
특별한 휠체어를 사용하시니
침대에서 휠체어에 앉혀
드릴 때는 꼭 직원 2명이
가야하고, 욕창의 위험도 있어
밤에는 규칙적으로 몸의
방향을 바꿔서
눕혀드려야 하고..
https://jinny1970.tistory.com/3660
요양보호사를 몸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요양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형들이 삽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직원들을 몸종 부리듯이 아주 소소한 것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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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부인의 상태가 요양원에
머무시는 분들중에서도
직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B부인을 위해서
한 명의 직원이 항상
상주할 수만은 없죠.
요양원내 거주하시는 분들은
간병 등급과 상관없이
똑같은 요금을 내십니다.
간병 등급이 높아서
직원이 먹여드리고,
씻겨드리고, 입혀드리는
분들을 먼저 챙겨드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직원 손이 거의 필요 없는
분들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방치(?)할 수만도 없으니
골고루 시간을 분배해서
모든 분을 신경 써야 하죠.
요양원을 찾아오는
다양한 보호자들중에도
꼴불견은 있습니다.
“내 부모가 요양원에 내는
돈이 얼마인지
이따위로 대하냐?”
는 생각에 병동에 들어서면서
눈꼬리를 잔뜩 올리고
오는 보호자들도 있는데,
그중 최악은
“내 부모에게
해줘야 하는 일”
이라는 리스트를
만들어와서는 직원들에게
통보없이 방문 앞에
붙여 놓죠.
- 매주 월요일에는 보청기
배터리를 갈아줄 것.
- 옷은 월, 수, 금
새로 입혀줄 것.
- 옷은 계절별로 분류를 해서
계절에 맞게 입힐 것.
지금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이런 식의 나열이 꽤
길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문 앞에 붙어있는
이 안내문을 읽고 직원들이
뒤집어졌었죠.
보청기는 보통 배터리가
다 닳은 다음에 직원들이
알아서 새로 갈고,
옷은 목욕을 하는 날과
큰일/작은 일등을 보셔서
오염이 됐을 때 수시로
갈아 입혀 드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더운 날은 짧은 팔을,
조금 춥게 느껴지시면 그 위에
카디건 같은 걸 입혀드리죠.
직원들이 열 받았던 것은
이런 일을 해줍사 하는
부탁이 아니라 “해라”하는
일방적인 통보였죠.
물론 말은 조금 부드럽게
순화를 했지만, 여전히 부탁은
아니었던 보호자의 요구사항.
애초에 요양원 직원을
자신 엄마 뒷동네나 닦는
인간들이라 생각하니
존중 따위는 없었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나 해!”
뭐 이런 생각이 제대로
들어난 요구였죠.
시간이 흘러 방문 앞의
요구사항은 떼어냈지만
K 부인의 방에 들어가면
자신의 엄마 보청기의
배터리를 갈은 날을 기록하라고
만들어 놓은 리스트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만,
직원들중 누구도 그 리스트에
보청기의 배터리를 갈은
날짜를 적지는 않죠.
아무튼 우리는 최악의
보호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거만한 태도로 우리에게
“해라”리스트를 만들었던
K부인의 딸이었는데,
그 진상을 능가하는 갑질이
새로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B부인의 딸인 C였죠.
병동 내에 자기가 젤 친절하다고
말하고 다니는 남미 출신
L은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했죠.
자기딴에는 신경 쓴다고
오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B부인의 곁에 가서 마비가
온 쪽의 팔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드렸는데,
그걸 보던 B부인이 딸,
C가 한마디 했다고 했죠.
“당신이 그렇게 마비된 팔을
마사지하면 반대편
멀쩡한 팔에 통증을
느낀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방을 들어갔던
직원들이 다 학을 떼게
만들던 C.
그 누구보다 자신이 엄마인
B부인을 제일 잘 알고 있고,
요양보호사 누구도
믿지 못하는데 왜 굳이
자신의 엄마를 요양원에
맡기려고 시도를
하는 것인지..
그렇게 소문으로만 접한
B부인과 그녀의 딸 C가 있는
2층 근무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울 지경이었는데,
다행히 나는 이번 달도
다음 달도 2 층에 근무가
없어서 안심했던 요즘.
직원들을 B 부인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C 때문에 힘이 든다고,
할말 하는 30년차 고참들은
참지않고 C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죠.
간병 중에 하도 잔소리를 하니,
“당신 엄마 간병 중에는
당신이 방을 나가 있으라.”
했다는 직원도 있었고,
그외 이런저런 일로
직원들과도 문제가 있었는지
온지 한달도 안되어 B부인과
C는 요양원을 떠난다고
했었죠.
일정상으로는 내일 요양원을
퇴원하는 줄 알았었는데,
오늘 근무중 구급차를
불러서 요양원을 떠나는
B부인과 그녀의 딸인
C를 봤죠.
하도 말을 많이 들어서
복도에서 B부인의 딸인
C를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내 눈꼬리가 올라가더라구요.
우리를 적대적으로 보니
당연히 나도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었나 봅니다.ㅠㅠ
요양원을 벗어나며
구급 대원과 하는 이야기 중에
내 귀에 쏙 들어온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하다.”
설마 그 위험한 장소가
우리 요양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아니길 바라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한 그 곳이
바로 내가 일하는
이곳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우리 요양원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한동안
주변에 떠벌리고 다니지
싶습니다.
최악의 요양원이라고
말이죠.
우리 요양원을 떠나신
B부인은 집에서 24시간
간병을 받게 될 거라고
하던데..
요양 등급이 높고 덩치가
크신 분이라 간병하려면
육체적으로 일도 힘든데,
거기에 딸이 하루 종일 옆에서
버티고 앉아 사사건건 명령에
간섭, 감시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 같던데....
모르죠!
또 그런 조건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이 있을지..
B부인과 C를 떠난 2층은
완전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나는 지층에서 혼자 근무를
했지만, 동료들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었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할 예의도 있고,
선도 있는데, 사람들은
그 적정선을 지키지 못해
갑질이란걸 하는 거겠죠?
요양원의 직원들은
1대1 서비스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집에서 모시며 24시간
간병인을 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죠.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집에서는 모실 수 없어서
요양원에 모셨다면
어느 정도의 포기는
해야하죠.
내 부모는 요양원에 사시는
몇십명의 입주민중에
한명일뿐이니 말이죠.
요양원 직원들이 내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고
째려보는 대신에,
“내 부모를 돌봐주니 고맙다.”며
다정한 인사를 해온다면
일을 개떡같이 했던 직원들도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조금 더
열심히 내 부모를 돌봐주지
않을까요?
갑질하던 사람이 떠나간
우리 병동은 평화로워졌고,
내 동료들은 편안해졌습니다.
우리 병동은 한동안 조용하고
행복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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