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은 공식적으로
직원들이 어르신의 음식을
먹지 못합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많이 드시지 못하니 어르신들께
배식이 끝나고 나도 음식이
남아돌지만 공식적으로 직원들은
음식을 먹으면 안되니..
지금까지 계속, 쭉~
간부급 직원이 없을 때 직원들은
모두들 구석에 숨어서
후다닥 한끼를 해결하는
나날을 보냈었죠.
사실 한 끼라고 해 봐야
작은 접시에 음식을 조금 덜어다가
약간의 허기를 달래는 정도의
양으로, 서너 입에 후딱
털어넣을수 있는 소량의
식사입니다.

갑자기 병가를 낸 직원들 덕에
턱없이 부족한 직원들이
근무를 한 일요일.
6명이 근무한 우리 병동에
지급된 서비스 음료.
점심을 가지러 주방에 갔는데
주방 직원이 뜻밖의 말을 했죠.
“오늘은 병동에서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점심 식사를 해도 돼.
원장이 전화를 해서
직원들 식사도 함께 담으라고 해서
음식을 넉넉하게 담았으니
직원들에게 모두 식사를 하라고 해.”
요양원 근무 9년차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원장이 직접 직원들 식사를
지시한 것은 말이죠.

나는 점심이 담긴 음식
카트를 가지러 식당에서 온
옆 병동의 직원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했죠.
“오늘은 원장이 점심을
먹어도 된다고 허락을 했대.”
내 말을 얼른 식당 직원이 정정합니다.
“옆 병동은 아니고,
너희 병동만이야.”
원장에 전에 없던 호의를 베푼
이유는 그날 근무한 직원의
수가 턱없었이 부족한 탓이었죠.
보통은 2층에 간호사 한 명에
요양보호사 2~3명,
1층에 간호사 한 명에
요양보호사 2명,
지층에 요양보호사 1명해서
총 8~10명이 근무를 하는데,
그날은 간호사도 없이
요양보호사만 달랑 6명이
그날 하루 열일했었거든요

원장은 그날 일한 직원들에게
따로 “고생했다,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왔고,
근무한 직원들은 점심식사와
더불어 음료수도 넉넉하게
전해졌고, 오후에는 식당에서
주문 한듯한 “발칸 바비큐”라나?
하는 음식도 받았죠.
누군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아픈 누군가를 위해
대체 근무할 직원을 바로
투입하지 않을 때가 태반이죠.

나 같은 경우도 토요일 근무를
하는 중에 “일요일에 근무할래?”
제의를 받고 노느니 염불한다는
생각에 자원한 것이었죠.
“일요일 근무하면 60유로
더 버니 좋지 뭐!”이런 생각에
선뜻 응했던 근무였고,
다른 층에 비해서 조금 더
수월한 지층에서 일하겠다
한 덕에 다른 층의 직원처럼
빡 세게 보낸 하루는 아니었죠.

회사에게 직원들이 점심을
먹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내고 사 먹으라”는
이유에서죠.
우리 회사는 유료로 직원에게
세끼를 제공하는데 빵에
버터&잼 발라먹는
아침은 1.40유로,
점심은 스프와 점심&디저트를
포함해서 4.30유로,
간단한 한끼인 저녁은
2.90유로에 제공하고 있죠.
이렇게 세끼를 사먹을 수는
있지만, 아침식사를 구매했다
손 치더라도 바쁜 아침에
근무하느라 바쁜데 우아하게
어디서 앉아서 먹을 시간은
없습니다.
복도에 서서 빵에 버터랑
잼을 발라서 입에 쑤셔 박아
넣고 일을 해야하죠.
제대로 앉아서 먹을 시간도 없는
아침을 누가 돈까지 내고
사 먹을까요?
아침은 아침식사 배달을 하면서,
혹은 방과 방을 다니는 간병을
하는 중에 후딱 한입씩 먹으며
다닐 수 있으니 굳이 “안 사먹는다”는
타박을 받지는 않는데..
우리 요양원은 다른 지점에
비해서 점심을 사먹는 직원이
턱없는 숫자라나 하면서 원장이
한번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죠.

직원이 어르신들 카트에서
남는 음식을 먹는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남은 음식 숨어서
먹지 말고 돈 내고
사 먹으라는 이야기인데,
이건 돈을 “내고 안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점심시간 한시간을
나는 오로지 침대에 누워서
오전 내내 힘들었던
내 다리를 쉬어 주며
낮잠을 자는데 사용하는데,
점심을 사먹게 되면
이 시간을 쪼개서 식당까지
점심을 먹으러 가야하니,
나 같은 경우는 점심보다는
그냥 쉬는 시간을 선택하게 되죠.
어르신들 점심을 나눠드리는
중에 후딱 요기를 하는 이유도
사실은 점심을 먹는데
할애 할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이유도 있죠.
아무튼 점심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점심도 사 먹으라며
“어르신용 음식이 담긴 카트에서
나오는 음식 취사 금지”을
외치던 원장이 “직원들
점심식사 허용”은 정말이지
전에 없던 혜택인 거죠.
원장은 모를 겁니다.
이렇게 ‘특별 점심식사 허용’이나
‘발칸 반도 바비큐’ 같은
배달 음식보다는 갑자기 빠지게
된 직원을 대신해서 대체 근무
들어올 직원 한 명을 보내주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더 감사한
조치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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