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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하얀 거짓말

by 프라우지니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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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동의 책임자로

일을 하던 C가 사표를 냈습니다.

 

올해 60살을 바라보고

있어 은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었는데,

C는 은퇴 전에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을 했던 거죠.

 

C는 우리 병동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암을 2번이나 무찔렀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들었죠.

 

아픈데도 풀타임으로

일을 하니 먹고 살기 힘든

환경이라 생각하시겠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린츠 시내에

남편과 함께 사는 집 말고도,

세를 내준 아파트가 한 채 있고,

그외 다른 지역에는

별장처럼 사용하는 집도

한 채 있다고 들었죠.

 

 

C에게 건낸 축하카드.

 

부부는 무자식이라

재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으니

있는 집을 팔아서 노후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라 굳이

기 쓰고 돈을 벌 이유는

사실 없어 보였죠.

 

C는 남편의 은퇴가 코앞이라

남편이 은퇴할 때까지만

일할 거라고하더니만

드디어 남편이 은퇴를

하게 되어 우리 곁을

떠나게 된 거죠.

 

C의 퇴직을 앞두고

나는 또 돈을 걷는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생일 혹은

다양한 이유로 매달 돈을

내야하니 이런 이메일이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기꺼이

내야하는 거죠.

 

보통은 10유로는 내는데,

우리 병동의 책임자 같은

경우는 약간 다른 케이스이니

10유로는 조금 작은 금액 같아서

동료들에게 살짝 물어봤죠.

 

그랬더니 일단 10유로

이상은 낸다는 의견이라

나는 20유로를 하기로 결정.

 

돈을 내고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카드 안에

내 이름을 써 넣었었죠.

 

 

C 간 준비한 작은 간식들.

 

C가 퇴사를 할 것이고,

그녀를 위한 돈까지 냈지만

나는 사실 언제가 마지막

근무날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가끔 들어가는 근무이니

병동내 소식은 깜깜이라

돈 내라는 이메일에

돈을 냈을 뿐이었죠.

 

내가 근무 들어갔는데

C의 자리가 비었다면

, 갔나부다~”했을 겁니다.

 

병동의 책임자이고

보면 반갑기는 하지만,

나는 친목을 쌓으러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니

근무중 얼굴을 봐도

안녕하는 정도라 근무중

C가 안 보인다고 해도

별로 섭섭하지는 않았을거라는

이야기죠.

 

C의 마지막 근무 날,

나는 운 좋게도 근무가

있어서 C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 있었죠.

 

원래 근무중 음주는

안되지만, 떠나는 C

축하하는 자리라

오렌지쥬스 반/샴페인 반 해서

1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10시에 동료들과

함께 모여서 떠나는

C를 축하해줬죠.

 

C가 마련한 푸짐한 간식들

덕에 먹고 마시는 즐거운

오전 휴식 시간이었죠.

 

 

나는 좌에서 3번째 까만머리,꽃다발 들고있는 C

 

우리를 떠나게 된 C

우리 모두를 한 명,

한 명 안아줄 때,

나는 그녀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습니다.

 

너는 나에게

최고의 상사였어.”

 

내 말에 감동한 듯

나를 한번 더 꼭 껴안아 주며

C는 눈물을 흘렸고,

우는 C를 보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서 훌쩍거리며

사무실을 벗어났는디..

 

나, 사실 거짓말 했습니다.

 

C가 근무하는 동안

최선을 다한 건 맞지만,

나에게 따로 해준 것은

없었거든요.

 

나는 C가 편애하는 직원도

아니었고, 또 개인적으로

그녀와 연락하면서 밖에서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가끔 직원이 부족한 순간에

전화를 해오면 대신 근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C는 나에게

너는 나의 보물이라고

했었지만, 딱 거기까지 였죠.

 

하지만 C가 병동의

책임자라고 사무실에

짱 박혀서는 병동은 인력이

딸리거나 말거나

나 몰라라~”하는 상사는

아니었습니다.

몸으로 뛰는 상사였죠.

 

아침에 병동내 어르신들을

간병해야하는 시간이면

요양보호사인 우리들보다

먼저 어르신들의 방을

찾아다니며 간병을 해줘서

C가 있는 1층에 근무를

들어가면 C덕에 오전 간병을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수월했었죠.

 

 

 

C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대신에 요양보호사 한 명의

몫을 제대로 해주니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참 고마운 상사였으니

내가 말한 최고의 상사

사실 100% 거짓말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그녀가 정말 고마운

상사는 맞으니 말이죠.

 

C가 우리 병동을 떠나고

30대의 남자 간호사 Ch

그 뒤를 이어받아서

병동을 책임지고 있지만,

C처럼 몸으로 뛰는 상사가

아니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짱 박혀서 시간을 보내고 있죠.

 

병동에 인력이 딸리면

언제든 우리를 도와주는

상사가 있다는 것이

나름 큰 의지가 된 것은

맞으니 그녀가 최고의 상사

라고 했던 말은 어쩌면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는 그런 상사는

만나지 못할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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