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내 생일은 왔다가
갔습니다.
50대 중반의 아낙이 되니
생일이라고 해도 나에게
특별한 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생일은 생일이죠. ^^
생일에는 나를 낳아주신 엄마를
잠시나마 생각하는 날입니다.
내가 아이를 낳아봤다면
출산의 고통을 겪은 엄마의
그 고생스러움을 더
실감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기에
그저 막연하게나마
“고생스러우셨겠다.”정도죠.
중년이 되니 이제는
유난스런 생일파티도 없고
(뻥입니다.
내 생일파티를 해도 부를만한
사람도 사실 없죠.ㅠㅠ)
누군가의 극적은 축하 인사도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일은 생일이라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해오면
기분은 좋죠.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기쁘다는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생일 이브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슈퍼마켓 “Lidl리들”에 가서
장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쿠폰이 어떤 것이 있나
살피다 보니 생일축하 인사와
함께 새로 들어온 쿠폰이
대박입니다.
생일이라고
케잌 쿠폰을 발송했네요.
“지금까지 이런적은 없었다.”
인색한 유럽의 기업에서
생일이라고 케잌을 쏘다니..
모르죠.
지난 2년간은 내가 생일 무렵에
오스트리아에 있지않아서
기존에 있는 서비스였음에도
몰랐을수 있었을지도……
생일 쿠폰은 두가지 선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두가지 맛 케익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초콜릿.
아무거나 줘도 감사한데
선택을 할 수 있는 옵션까지
주니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
앞으로 평생 동안 리들
슈퍼마켓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고객서비스입니다.
특히나 누군가의 황송한
축하를 받을 곳 없는 외로운
외국인에게는 더 감사하게
다가오는 고객 서비스죠.
한국에서야 자주 있는
생일 케잌쿠폰 일수 있는데,
나는 처음 받아보는 유럽
기업의 생일 케익입니다.
공짜에 감동까지 했지만
나는 실속을 중요하게 따지는
인간이니 두가지 선물 중
어떤 것이 더 가격이 나가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이왕에 받는 선물인데
고가이면 더 좋은거죠.^^
평소의 나라면..
나는 케익류를 잘 먹지 않으니
집에 갖다 놓으면 남편이
먹을 초콜릿을 선택했겠지만,
일단 가격 비교에 들어가니
2배 차이가 납니다.
선물로 주는 초콜릿은
다양한 맛 중에서도
1.32유로짜기 밀크초코릿.
100G짜리 초콜릿이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리들에서 나오는
“노브렌드”제품이기 때문이죠.
또 다른 선택인 케잌은
초콜릿보다 2배가
더 비싼 2.69유로.
나는 공짜로 받는 선물이지만
가격으로 따져봐도 이왕이면
2배로 비싼 케익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죠.
바닐라 맛과 초코, 바닐라가
섞여있는 맛 중에 나는
섞인 맛을 골라서는
배낭에 챙겼습니다.
비록 슈퍼마켓에서 파는
저렴이 케익이지만
회사에 가지고 가서
“내 생일이야.“ 하고 내밀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싶었거든요.
사실 생일 케이크를 회사에
가지고 가서 동료들과
나눠먹고 싶은 생각은
쭉 있었습니다.
그 케익이 시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것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시어머니께
“해주세요”할 수는 없고!
결혼한지 18년인데
아직도 며느리의 생일을
모르시는 시어머니는
크리스마스때만 되면
물어 오시죠.
“근디..네 생일이 언제더라?”
“1월 9일이요.”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한 이틀 지나니
“네 생일이 6일이라 그랬지?”
연세가 많으셔서 기억을
잘 못하시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매년 돌아오는
며느리 생일을
매년 그렇게 물어 오시면
며느리는 섭섭하죠.
새해가 올 때마다 달력에
표시를 해 두셨다가
먼저 아는 척 해주시면
며느리가 감동할 거 같구먼..
별로 기대를 안하고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해드리는 것의
반의 반만 해주셔도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업고 다닐 거 같은데.
그것이 힘드신 모양입니다. ㅠㅠ
올해도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생일이라고
물어 오셨습니다.
“내가 생일케이크를 구워 줄까?”
이렇게 물어 오시면
시어머니를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
며느리는 사양합니다.
“번거롭게 그러지 마세요.”
내 말에 남편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죠.
“지니는 케익 안 먹어.”
사실 시어머니가 시시때때로
구워 다 주시는 모든 케잌은
다 남편이 먹습니다.
받자마자 다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 놨다가,
자기가 먹고 싶을 때
야금야금 갖다 먹죠.
내가 아예 케익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받자마자 남편이 다 냉동실에
넣어 버리니 나는
맛이라도 볼 기회가 없고!
그후에도 남편이 먹을 만큼만
꺼내 놨다가 해동해서
먹으니 나는 한 입 맛볼
기회조차 얻지 못할 때가
많지만 상관없습니다.
시어머니의 케익이 매번
맛있는 건 아니거든요.
ㅋㅋㅋ
아무튼 시어머니가 “구워 줄까?”
하셨던 생일 케익은 거절했지만,
나는 리들 슈퍼마켓 덕에
생일케잌을 들고 출근을
했었습니다.
생일날 일하고 싶지는
않아서 “희망 휴무”를
신청했었구먼.
왜 이날 근무를 하라고 하는지..
덕분에 생일날 케익을 들고
근무에 들어가는
날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준 쿠폰으로
얻은 공짜 생일 케익이라고
내미니 동료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생일축하한다고 말이죠.
활짝 웃으면서 두 팔 벌려
나를 꼭 안아주며
축하 해 주는 동료도 있었고,
악수를 해오며 축하
해 주는 동료도 있었고,
살짝 웃으며 “축하해”하는
동료도 있었지만
나는 모든 인사가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음을,
또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생일날 케익을 가지고 가서
동료들과 나눠먹고 싶다는
나의 오랜 희망은 이렇게
이루었습니다.
이쯤 되면 그것이
오랜 희망이었으면
“진작에 해치우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슈퍼에서 파는 냉동
케익이라도 사 들고 가서
나눠먹을 수는 있었지만,
생일도 이미 지난 시점에
케익을 사 들고 가서는
“내 생일이었어.”하는 것도
우스워서 하지 않았었는데,
생일날 근무한 덕에
해보고 싶었던 생일 케익
나눠먹기를 할수 있었으니
올해는 나름 만족스러운
생일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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