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 이신
시아버지는 부지런 해도
너무 부지런 하십니다.
없는 일도 만들어
하실 정도이시라 사계절 내내
마당에서 사시죠.
아직 추운 초봄에는
날씨가 풀리면 마당에 옮겨
심을 모종들을 집안에서
키우시느라 바쁘시고,
초가을부터는 겨울을
준비하시느라 또 바쁘시죠.
사계절 내내 직업적인
농부보다 더 바쁘시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심히 부지런 하신 시아버지는
계절을 먼저 준비하십니다.
아직 꽃이나 열매가
달려있는데도 일찌감치
정리를 하시는 시아버지가
이해가 안될 때도 있지만
성격이라 생각하면서 넘어가죠.
부지런 하신 시아버지
눈에는 마당 구석에
쪼맨한 땅을 달라고 해놓고는
씨만 뿌려놓고 별로 신경을
안쓰는 아들 부부가 게을러 터진
인간들로 보이지 싶습니다.
며칠 전에는 코스모스를
뽑느라 바쁘셨던 시아버지가
오늘은 마당의 다른 쪽을
정리중이십니다.
아직 다양한 색의
가을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그걸 다 뽑아
버리십니다.ㅠㅠ
꽃이 다 지고 줄기가 마른
다음에 정리를 해도 될 거 같은데
시아버지는 왜이리 계절을
앞서 가시는 것인지..
식용 꽈리는 아직 익지 않아서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그것도
다 뽑아 버리시니 보는
며느리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왕창 뽑아놓은 꽃들 사이로
마당에서 크던 허브,
Bohenkraeut 보넨(콩)
크라우트(허브)도 보입니다.
보넨클라우트는
영어로 “세이보리”라고
불리는 허브인데,
우리 집 마당에서는
잡초만큼 흔한 녀석들이죠.
가을이 되면 씨가 저절로
퍼지니 봄에 되면 알아서
마당의 여기저기에서
올라오는 우리 마당에는
항상 있는 허브 중에 하나죠.
보넨크라우트가
궁금하신 분을 위해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세이보리라는 향미식물이다.
독일에서는 콩허브라고 불리며
요리의 감칠맛을 높이는데
사용한다.
유럽에 후추가 전파되기 전에
육류의 누린내를 없애는데
사용되었다.
지금도 후추 대용으로 많이
사용되어 “후추 허브”라는
별명도 있다.
페퍼위드(peperweed)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잎이 길고
가지가 강하게 갈라지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향긋하고 매콤하며
후추 맛이 납니다.
모든 콩 요리, 다진 고기,
양고기, 신장, 거위, 오리,
간 만두의 주요 양념으로 쓰입니다.
향미는 타임과 비슷하지만
오레가노와 민트의 향과는
거리가 있고, 로즈마리와는
다르게 짭짤한 맛이 있습니다.
올여름은 따로 보넨크라우트를
말리지 않았는데,
시아버지가 버리려고
뽑아놓은 것들 중에 이미
말라버린 보넨크라우트가
있으니 얼른 챙겨야 하죠.
마른 보넨크라우트를
챙기는 며느리에게
“버리는 것”이라고
상기 시켜 주시는데,
뽑아서 잔디 위에 놓인
허브가 더러우면 얼마나
더럽겠습니까?
어차피 한번 헹궈서
말릴 거니 상관이 없다고
말씀드리고는 얼른 챙겼죠.
계속 비 오고, 안개 끼고
해가 안 보이던 나날이라
허브는 주방 창가에서
말렸습니다.
한여름에 말렸다면 녹색의
보넨크라우트였겠지만,
마당에서 뿌리 채 마른
녀석이라 어두운 색을 띄어
시각적으로는 칙칙하지만
보낸크라우트 고유의 향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니 패스.
나는 이렇게 늦가을에
별 수고도 없이 말린
허브를 챙겼습니다.
보넨크라우트는 양념으로
사용해도 좋지만 차로
마셔도 괜찮은 녀석이라
이번에 챙긴 녀석은 나의
차로 소비되지 싶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이 기다려지는 나의 첫 리투알스 어드밴트 캘린더 (7) | 2024.11.21 |
---|---|
내가 10년만에 만난 사람들 (12) | 2024.11.20 |
요즘 나를 유혹하는 것 (14) | 2024.11.19 |
남편의 12월 휴가 계획 (14) | 2024.11.18 |
우리 동네는 지금 사탕무 추수 중 (20) | 2024.11.16 |
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크록스 근무화 (11) | 2024.11.13 |
외국인 동료에게 전수한 김치 만드는 법 (7) | 2024.11.11 |
유럽의 겨울 하루는 짧다. (3) | 2024.11.09 |
시누이 덕에 했던 린츠 대성당 앞 외식 두끼 (3) | 2024.11.08 |
내가 하루를 보내는 방법, 3유로 챌린지. (15) | 2024.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