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한국사람도 아닌데..
경상도 남자처럼
무뚝뚝한 편입니다.
밖에서는 마눌의
손을 잡아 주지도 않고,
마눌이 남편 손이라도
살짝 잡아보려고 시도하면
손끝이 닿기가 무섭게
아주 매몰차게 마눌의 손을
탁 쳐버리죠.
가끔 사람이 없는 거리에서는
마눌이 손을 잡아도
마눌 손을 쳐내지 않고
가만히 있어 마눌의 기분을
좋게 하다가는 앞에서
사람이 오는가 싶으면
이내 자기 손을 얼른
자기의 바지 주머니로 쏙~
결국 손을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죠. ㅠㅠ
그래서 나는 밖에서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는
부부가 부럽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그런걸
해볼 수 있으려는지..ㅠㅠ
남편은 행동뿐 아니라 말도
정말 정 떨어지게 하고,
마눌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은.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이쯤 되면 말도 행동도
왕재수인 남자와 왜 아직도
같이 살고있는지 궁금하시죠?
내 남편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거든요.
이걸 츤데레라 한다죠?
말과 행동에서는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데,
남편의 속을 들여다보면..
‘물가에 딸을 내놓은
아빠 같은 심정'으로
마눌을 대하죠.
(여러분은 오늘 우리부부의
과거일을 살짝 엿보시는
중입니다.^^)
저희 부부가 뉴질랜드에서
1주일 정도 쿡 제도의 섬인
라로 통가에 머물렀었는데
그때 부득이 하게 병원을
가야했습니다.
눈동자 안에 물집같은 것이
잡혀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니 그때쯤 안과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도
안과는 따로 가지 않았었는데..
의료시설도 신통치 않는
작은 섬나라에서 내 눈의
물집이 더 커지고 나는 더
불편감이 느껴지니
정말 내 눈이 안녕하신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죠.
숙소주인에게 물어서
“라로 통가 메디컬 센터"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예약하고는 찾아갔는데,
우리가 만난 의사는
미얀마 여자였고,
사실은 이름만 “메디컬 센터”인
개인병원인거 같았죠.
의사를 만나면 환자가
자기의 증상을 이야기
해야하는데,
정작 환자인 마눌을 놔두고는
남편이 설명을 합니다.
“내 마눌이 얼마전에
코로나 비슷한 증상을 앓고
난 후에 입술에 구순염이
올라왔었는데,
그건 내 마눌의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증상이고,
그때쯤 눈동자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이 물집이 조금씩 커지는가
싶더니만작아졌다가
다시 또 커지고 있다.”
아마 의사도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검진을 하기 전에는 자기랑
“한국”에 대해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던 여자가 정작 증상을
설명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
나는 남편이 설레발을 치니
그냥 뒀다가는 남편에게
한마디를 했죠.
“당신이 환자야,
내가 환자야?”
내 말에 의사도 남편을
쳐다보니 한마디 뱉는 남편.
“내 마눌이 영어를 못해서..”
마눌이 조금 전까지
“한국 드라마”좋아한다는
의사랑 영어로 수다를
겁나게 떨었는데,
마눌의 영어가 딸린다니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남편딴에는 마눌이
걱정되어서 보다 정확한
증상을 설명하려고 했다는 걸
알기에 마눌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남편 탓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는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더니만
마눌이 아플 때는
예외가 되는 것인지..
라로통가에서 1주일을 함께
보내고 마눌은 한국을 들려서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라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오는 날.
뉴질랜드 심카드가 없어서
무선 인터넷이 없으면
연락두절 되어버리는 마눌에게
오클랜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설명 또 설명하던 남편
우리가 머물던 숙소가
공항에서는 조금 멀어서 버스를
2번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내가 오클랜드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경이라
버스가 끊길수도 있었죠.
6시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거치고
하다보면 늦어질 것이고,
오클랜드는 저녁 9시 정도가
되면 끊기는 버스도 있기에
살짝 걱정 했었거든요.
나는 공항에서 38번을 타고
‘오네훈가’에 가서
다시 68번 버스를 타고는
숙소가 있는 동네까지 가야하는데
늦은 밤, 여행자는 오클랜드의
치안이 안전하다고 느끼지않죠.
그래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기.
공항에 도착해서는
공항내의 무선 인터넷으로
남편에게 “공항에 잘 도착해서
버스 타고 숙소로 갈 예정”
이라고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낸 후에 나는 버스를 탔죠.
오클랜드 입국수속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같은 국제선이라고 해도
섬 쪽에서 오는 항공편들은
수속이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어 예상보다 빨리
공항 버스정거장에 도착.
내가 타야 할 오네훈가 가는
38번 버스는 매 15분마다
출발하니 일단 첫번째
버스는 안전하게 탑승.
나는 오네훈가 버스터미널에
가서 68번 버스를 갈아타기만
하면 숙소까지 안전하게
갈수 있는 거죠.^^
오네훈가에 도착 해 보니
다른 버스보다 일찍 끊긴다는
68번 버스가 아직 있습니다.
저녁시간이라 막히지
않은 덕에
나는 무사히 숙소까지
갈수 있게 되어 다행.
그렇게 68번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내렸습니다.
숙소가 있는 동네로 말하자면
지난번에도 한 달이나
살았던 곳이라 내 손바닥보다
더 잘아는 곳이죠.
동네에 내리자마자
숙소로 가는 대신에
내가 찾은 건 먹거리.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긴장을 해서 배가 고픈지도
몰랐는데,
익숙한 동네라 긴장이 풀리니
엄청난 허기가 몰려왔거든요.
바람도 심하게 불어
날씨까지 추웠던 날이라
따끈한 국물을 먹으려고
오며 가며 보기만 했지
한번도 이용한 적은 없었던
타이 음식점으로 갔죠.
메뉴 중에 저녁에 먹어도
살이 조금 덜 찔 거 같아
두부 요리인
페낭두부커리를 시켰는데,
배달전문점이라 플라스틱
도시락에 나오는 음식.
몰랐습니다.
커리는 다 밥이랑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두부가 들어간 커리라
맨입으로 먹어도 될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맨입으로 먹기는 조금
짭짤한 맛이라 먹는 동안에
밥 생각이 절로 났죠.
배 부르게 두부 커리를 먹고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터벅터벅 숙소로 갔습니다.
저녁 9시 정도에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주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맞아줬죠.
“네 남편이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는지 알아?
하도 걱정이 되어서 내가
찾으러 나가려고 했다니깐.”
심 카드가 없어서 전화는
불통이라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만 접속이 되는
마눌이 숙소에 도착하지
않으니 남편은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하고,
또 하고 했었나 봅니다.
정작 마눌은 속 편하게
늦은 저녁도 먹고,
석양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왔는데 말이죠.
숙소에 도착해서는
“잘 도착했다.”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니 바로 전화를
해온 남편.
자신의 예상보다 마눌의
도착이 늦어지니 걱정을
많이 했다나뭐라나.
그렇게 마눌이 걱정스러우면
평소에 말을 예쁘게 하던가..
남편의 예상을 조금
벗어나니 보이는 츤데레
남편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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