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남편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직접적으로
그 일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속으로야 그 문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그 문제를 가능한 피한다는
느낌이죠.
대충 이걸 좋게 표현해 보자면
충청도 양반 스타일?
대놓고 질러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는데,
마눌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도
자신이 언급하기 불편한 일이
나오면 중간에 대화를 끊거나
그 자리를 떠나버리죠.
그래서 우리의 오랜 지인인
“연상연하”커플인 T군과
E양이 남편이 꺼려하는 화제를
언급할 때 나는 옆에서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중간에 남편이 화를 내고
일어나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T와 E는 좁아터진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신세를 졌던 상태라
우리가 살고있는 현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1771
우리가 사는 상황은 열악하지만
남편이 시댁에서 꾸준히
살고있는 이유는 우리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죠.
남편이 지금까지 집을 사거나
얻어서 시댁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집을 떠나 있어도
따로 신경을 쓰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T 와 E는 남편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이야기 했죠.
그들도 우리처럼 몇 달씩
집을 떠나 있을 때가 있지만
그 동안 집을 돌볼 필요는
전혀 없고, 자신들이 키우던
화분만 주변 지인에게 맡기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죠.
그들은 “우리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편에게 상기시켰습니다.
몇 달씩 떠나 있다가 와도
누구의 눈치나 방해를
받지않는 우리만의 공간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그 공간이 얼마나 편한 곳이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남편에게
공격적으로 이야기를 했죠.
커플은 남편에게 공격을 하고
남편은 나름 우리가 좁아터진
시댁에 사는걸 합리화 하느라
변명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남편이 갑자기 “왜 우리 문제에
너희들이 열을 내느냐?”고
화를 내고 그 자리를 뜰 수도
있다는 상상까지 했었죠.
우리 공간에 있는 시누이의 공간
(방 2개와 주방&욕실을
우리가 전부 사용)을 다
우리에게 다 넘겨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남편.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
더 많아지면 시아버지는
우리에게 그만큼 더 책임감을
부여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에 문제가 생기면
시아버지가 더 간섭이 하실 테니
그냥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죠.
한 집에 살면서 시부모님중
한 분이 아프시거나 하시면
우리부부는 “언제든 떠날 수
없게 됩니다.” 가족중
누군가 아픈데 말처럼
편안하게 떠날 수는 없죠.
실제로 우리가 떠나려던
순간에 시아버지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으셔서 뉴질랜드
여행을 1년 미룬 적이 있었는데,
그뒤 1년후 코로나가 터져서
결국 생각보다
오래 떠나지 못했었지요.
시어머니는 “당신의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신 후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고만 하셨었는데,
정작 시할머니가 집에서
“2년간 가족의 간병을 받았다”
는건 시아버지께 들었습니다.
간병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아버지만 하셨던 것인지..
아무튼 한 집에 살면서
시부모님중 누군가 아프시면
그걸 눈감고 모른 척 할 수는 없죠.
같은 동네라고 해도
다른 집에 산다면 시부모님이
조금 편하게 사실 수 있게
방문요양이나 매끼니 음식을
배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같은 집에 산다면 방문 요양이
아닌 며느리가 직접 시부모님을
들여다 봐야 하고, 또 음식도
배달 음식이 아닌 며느리가
직접해서 갖다 드려야 하죠.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
그때는 정말로 “떠나고 싶어도
맘대로 떠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걸 남편은 모르는 것
같아서 나도 한마디 거들었었죠.
집을 사서 목돈을 지출하는
것보다는 주식투자를 해서
이익을 보려는 남편이
생각지도 못한 현실로
공격을 받으니 남편은
어떨떨한 표정이었지만
마눌은 옆에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남편과 단둘이었다면
절대 깊이 들어갈 수 없는
화제였는데 연상연하 커플이
그 문제를 살짝 건들어 줘서
남편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죠.
솔직히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 집을 남편에게
물려주신다고 해도
남편의 생각처럼 “여름은
오스트리아 집에서,
겨울은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정원이 넓은 집이라 누군가
끊임없이 잔디를 깎거나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집의 반을 세주고
“너희들이 관리해라”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도 남의 집이라고
막 쓰는 사람들이 많고,
월세를 내지 않으면서
집을 나가지도 않아,
몇 년씩 재판을 하면서
계속해서 사는 진상들도
꽤 많다고 들어서
빈집이 있어도 푼돈 벌려고 굳이
세를 주려고 하지 않죠.
시아버지가 시할머니는
집에서 2년간 간병하셨던
것을 남편은 몰랐었는지는
모르겠고, “간병 이야기”를
며느리에게 하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남편은 그저 ‘저렴한 월세’에,
아무때나 떠날수 있는 자유는 덤!
집을 떠나 있어도 집에
신경 쓸 일이 전혀없으니
지금 이 생활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인데, 연상연하 커플이
“작아도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한 공간인지
알려줬으니 남편이 주식에
쳐박아 버린 목돈을 꺼내
작은 평수나마 “우리만의 집”
구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살짝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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