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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오스트리아 국적 취득과 나의 슬픔

by 프라우지니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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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시민권을 취득하기

어려운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오래 살았다고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꼭 갖춰야 하는 조건도 있어서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게만

주어지죠.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서

17년을 살면서도 나는 한번도

내가 오스트리아 시민이 되는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한국인이고 죽을 때까지

한국 국적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죠.

 

 

오스트리아 시민권 수여 통지서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취득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내 마음은 내내 불편했었고!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내 의지가 아닌,

(우리부부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남편에게 등 떠밀려서

하는거라 나를

위로하기까지 했었죠.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받으러 가는 날 아침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슴 통증도

있었습니다.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쪽에

압박감을 느껴지니 이제는

갱년기를 지나서 심장에

문제가 생기는 나이라,

심장 검진을 받으러

가야하나 싶었죠.

 

아침에 일어나서 시민권을

받으러 가는 내내 심장에

느껴지던 통증은 시간이 지나며

괜찮아져서 내가 시민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엄청 났었다는 걸 알았죠.

 

나는 오스트리아에 살고있고

한국은 몇 년에 한번씩 가니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취득한들 사는데 편했으면

편했지 불편한 일은 아니었는데

나는 마음으로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꽤나 힘들었나 봅니다. ㅠㅠ

 

 

귀화 시험 합격증.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슬픈 거

같기도 하고..

한마디로 표현 못할

망할 놈의 감정이었죠.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내 국적이 바뀌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나는 왜 내내 불편한것인지

생각의 구렁텅이 속에

며칠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곤 알았죠.

왜 내 마음이 내내

거시기 했었던 것인지..

 

지금까지 나는 양쪽 다리에

서로 다른 나라를 딛고

있었습니다.

 

한쪽 다리는 한국에

또 다른 다리는 오스트리아에.

 

나는 한국인이고 언제든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에 딛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그 다리를 떼어내 오스트리아로

옮겨야 하는 것이

불안했던 거죠.

 

한국은 내가 여차하면

언제나 갈 수 있어 나에게

비빌 언덕 같은 곳이었죠.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내가 저 인간을 버리고

그냥 한국 가?” 하는 생각을

국제 결혼한 한국인

아낙이라면 한번쯤은

당연하게 하게 되는 생각.

 

 

오스트리아 시민권 증명서.

 

 

나는 이런 생각을

골백번도 더했었죠.

 

여차하면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가버려??

 

아직 나의 독일어는

완벽하지 않고,

내가 완벽한 독일어 문법을

구사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나의 독일어 발음을 흠잡으며

내가 외국인이라 말을 할 테니

내가 오스트리아 국적을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영원한 외국인인거죠.

 

이제는 외국인이 되어버린

나는 한국에 가려면 미리

비자 신청을 해야하고,

한국에 간다고 해도

3달만 머물 수 있으니

이래저래 불편하게 되어 버린

한국 행.

 

남편과 싸울 때마다

비행기표 사서 한국에

가버릴까 보다했지만

17년째 짐을 싸서 가지

못한 것을 보니 앞으로도

싸우다 짐을 싸는 일은

없겠지만, 이제는 외국인

여권을 들고 내 나라를

방문해야한다는 사실에

나는 내내 슬픈중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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