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경에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캠핑카도 만들고, 여행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떠날 시간을 맞았습니다.
원래 우리의 출국예정일은 3월 28일인데,
여정을 변경해서 한국에 들리는 것도
염두에 두기는 했었고!
우리가 타던 차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여전히 우리의 숙제라 우리의 출국일은
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로 남겨뒀었죠.
다행히 차가 일찍 팔리면 좋겠지만,
뉴질랜드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문턱에 있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여행을 하기는
좋은 시기지만,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여행자들이 차를 팔기는 힘든
시기가 되어 버렸거든요.
남편은 2월말까지만 여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긴 3월초까지
길 위에서 여행을 했죠.
남편의 전동거인이자 우리의 지인인
독일인,A가 사는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면서
남편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차의 주차비를 하루에 1불만 받고,
(1년에 365불) 맡아주겠다는
남섬 오지의 캠핑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 차를 놓고 오면
우리가 출국할 오클랜드 까지 가는 길이
험하고 멀기도 너무 멀어서
그건 정말 최후의 보루이고!
차를 그곳에 보관하면서 차를
판다고 해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
누가 차를 사겠다고
변두리 촌구석까지 올까요?
이래저래 고민하던 차에 남편은 A도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을 생각해냈죠.
“차를 A네 보관하고 차가 팔리면
A에게 커미션을 주는 거야.
차가 빨리 팔리면 500불정도,
차를 보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한 천불 정도?”
차를 무작정 주차장에 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차를 보관하는 비용까지 받는다면
차를 맡는 당사자에게도
꽤 괜찮은 제안인 거죠?
남편은 일단 A에게 말을 꺼내놓은 상태였고,
A의 반응도 생각보다는 꽤 호의적이었죠.
“우리 집에 차를 3대까지 주차할 수
있으니까 괜찮을 거 같아.”
그렇게 비공식적으로 A는 우리의
차를 맡아주겠다고 해왔죠.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는 길에 남편은
남편다운 질문을 해왔습니다.
“혹시 A가 우리 차를 이용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그러라고 해야하나?”
“당근이지. 차가 필요하면 주차된
우리 차를 사용할 수도 있지.”
“그렇겠지?”
“A가 우리 차를 가지고
여행을 간다고 해도 그러라고 해.
어차피 서있는 차잖아.”
독일에서 A의 이모내외분이
여행을 오신다고 해서 우리는
못 머물 줄 알았는데,
함께 살던 동거 남이 나가고 나니
남는 방이 2개라고 하면서
방 하나는 이모내외분이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사용해도 된다고
이번에도 우리의 숙박을 받아줬죠.
우리의 인생사는 “give and take”인 법이니
우리가 A네 집에 머물며 아무것도 안하고
“공짜”로 머물 수는 없죠.
남편에게는 “밥을 사라”고 했고,
생일이 지났으니
“괜찮은 와인도 한 병 사라”했지만,
이걸로는 조금 부족한 거 같아서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떠나기 전에 김치 해주고 갈까?”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입이 귀에 걸리는 A.
사먹으면 비싼 김치인데,
만들어주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는 거죠.
그렇게 나는 우리의 숙박비 대신에
양배추 김치를 선물하고,
살짝 지나간 그녀의 생일선물로는
“잡채”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생일날 원래 명이 길라고 국수를 먹는 법인데..
내가 잡채 해줄까?”
내 말에 잠시 갈등을 하는 A.
“이모 내외분이 오시는데..”
“그래서 이모 내외분이 오신 다음 날 하려고!”
“그럼, 딱 좋네.”
뉴질랜드에 사는 조카네 방문하시는
이모님 내외분은 얼떨결에
한국음식을 먹는 찬스를 얻는 것이고,
A는 간만에 식당에 가야 먹을 수 있는
한국집밥 “잡채"를 먹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단 차의 거처가 결정되고 나니
우리의 계획은 신속하게 진행이 됐습니다.
나는 바로 한국에서 2주정도
머물 수 있게 우리의 여정을 변경했고,
남편도 발빠르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모든 일이
순조로울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A네 집에 놓고 갈 우리의 차는
A가 여행을 가게 되면
사용해도 좋다고 했고,
차가 팔릴 때까지 혹시 A가 누군가에게
렌트를 하게 되면 이익금은
남편과 반씩 나누기로,
이 와중에 차가 고장이 나면
그 비용도 반반 부담하기로 했죠.
차를 무작정 맡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사용”하고,
차가 팔리면 판 가격의 10%를 받던가
아니면 천불을 주는 것으로
A와 남편과의 합의는 순조롭게
해결이 됐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고 맞는 주말인 오늘은
집주인인 A가 집에 없는 상태라
우리 부부만 덜렁 집에서 비 오는
바깥 풍경을 보고있죠.
웰링턴에 친구 생일파티에 간
A는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고,
A의 이모님 내외는 월요일
자정쯤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나는 화요일에 내가 하겠다던
잡채를 할 예정이고, 수요일에는
오클랜드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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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우리가 한국에 가게 됐으니
마눌보고 “전국일주 계획”을 짜라고 하는데..
나는 남편과는 다르게
“무계획이 계획”인 인간형인데,
나보고 “전국일주 계획”을 짜라니
이거 심하게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ㅠㅠ
일단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나도 오래전에 가본적이 있는
“석모도 보문사”정도인데..
남편의 반응으로 보아
서울 근교만 돌아다니는 건
만족을 못할 테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를
해야하는 것인지..
서울 가는 동안 남편에게
“전국일주 계획”때문에 약간의
시달림을 받게 되지 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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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긴 기간에 비해서
짧았던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지 싶습니다.
여행중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과,
여러 사람과의 사연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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