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홀리데이파크”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캠핑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게 되는 “캠핑장”이죠.
캠핑여행을 하게 되면 다양한 종류의
캠핑카를 렌트해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잠도 잘 수 있는 침대가 있는 비싼 캠핑카를
대여했음에 저녁이면 또 캠핑장을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내 대답은 “YES”.
모든 시설이 다 갖춘 캠핑카여서
길거리나 도시의 주차장에서
차박을 할수도 있겠지만,
밤새 일어날수 있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푼돈 50불 아끼려다가 여행중에
사용할 전 재산을 털리는 경우도 있고,
잘못하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길의 사고입니다.
그러니 매일 밤 나를 지켜줄 공간에
50불정도를 투자한다고 보시면 되는거죠.
뉴질랜드에는 댜양한 종류의 캠핑장이 있고,
홀리데이파크는 사설 캠핑장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캠핑장이죠.
보통은 저녁에 잠을 자기 위해
찾는 곳이지만, 이른 오전부터 캠핑장에
첵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밀린 빨래를 하거나,
식료품 장을 봐서 며칠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 한다던가, 비가 오는 날씨에도
사설 캠핑장을 종종 이용하죠.
이번에는 1박하러 갔던 캠핑장에서
3박 연장을 해, 총 4박을 하고 나왔습니다.
캠핑장에서 하루종일 지낼 때는
별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하루 세끼 챙겨먹고,
캠핑장을 어슬렁거리거나,
캠핑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정도?
뉴질랜드 캠핑장 시설중
유럽이랑 다른 것은 주방과 TV룸.
뉴질랜드의 캠핑장은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지만)
요리를 할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주방기구를 제공합니다.
냄비, 프라이팬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접시, 대접과 수저, 포크까지 갖추고 있고,
음식을 해먹고 난 후에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수세미와 주방세제까지!
음식의 재료와 양념만 가지고
입장하면 맛있게 요리해서 먹고,
(사용한 것들은 깨끗하게 씻어놓고)
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편리한 주방시설과 더불어
편리한 것은 바로 TV룸.
저녁이면 이곳에 여행자들이 모여서
TV 를 보기도 하고, 안에 있는
책을 읽기도 하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여행자들의 빠져나간
캠핑장의 한낮은 조용하고,
더불어 TV룸도 조용해지고,
캠핑장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우리 차지가 되죠.
남편은 아파서 차안에 있고,
낮 동안 나 혼자서 이 TV룸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고, 전자기기
충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오후 4시경이 되면 노년의
아시아 남자가 와서는 TV를 켜고는
스포츠 채널의 축구경기를 봤습니다.
우리가 캠핑장에 첵인을 할 때
들었던 정보가 있었죠.
“지금은 체리 시즌이라 체리 피커
Picker들이 머물고 있다.”
체리를 따는 피커Picker와
체리를 포장하는 팩커packer가 있는데,
포장하는 일은 정해진 시급을 받지만,
체리를 타는 일은 따는 만큼
돈을 더 받기에 수입이
더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체리피커/패커들은 다 젊은
워킹홀리데이 여행자들인데,
노년의 아시아 남자도 체리피커인 것인지..
첫날은 TV룸에서 마주쳤지만
서로 “헬로우”라는 말만 한 후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계속했고,
그는 TV를 틀어 놓고는 그때쯤에
진행되던 월드컵을 시청했죠.
두번째 다시 TV룸에서 만난 그에게
나는 “체리피커”냐고 물었고,
그는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죠.
나는 “여행자”라고 했고,
그는 “Vineyard빈야드에서 일을 한다"는
아주 짤막한 대화만 주고 받았습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던 이유는
절대 한국인일리는 없다는
내 생각에서 였을겁니다.
한국 남자가, 특히 노년의 남자가
절대 와이너리 지역의 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나만의 편견?
그리고 그가 절대 한국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TV룸에 머무는 시간에
그가 와서 TV를 켰는데, 마침
한국과 포르투갈의 축구경기를
아주 짦막하게 하이라이트로
재방송을 해주고 있었는데..
축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아낙인 나도
한국이 포르투갈을 상대해서
골을 넣는 장면에서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감동의 탄성을 질러댔는데,
내 바로 앞에서 TV를 보던 그는
아무런 리액션이 없었으니 절대
한국인일리는 없다는 생각을 했던거죠.
축구에 관심이 없는 나도
한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골을 넣는 장면에
두 주먹이 불끈 지어지고,
무언의 탄성이 나오는데,
한국남자가 그것도 TV앞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죠.
그날 늦은 오후,
몸이 조금 나아진 남편과
캠핑장 안 산책을 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던 주방이랑
떨어진 곳에 있는 주방
(농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이용하는)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넌 어디서 왔어?”
“Korea한국”
내가 머무는 곳에 한국인 청년이
체리를 따러온것인가 하는 마음에
얼른 그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쳐다보니 “한국”에서 왔다는 사람은
바로 나와 TV룸을 함께 사용했던
노년의 아시아 남자였습니다.
아! 한국사람이었군요.
그렇게 주방을 지나쳐서
캠핑장을 한바퀴 돈후,
다시 우리의 차가 있는 캠핑사이트로
가는 도중에는 누군가 그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도 들었네요.
“Mr. Kim” 이라고 그를 소개하는
캠핑장 직원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중이었죠.
나와는 아주 짧게 영어로 대화를 했었고,
그의 영어에서 그가 한국인일거라는
추측은 절대 할수 없었는데,
그는 한국인 김씨였습니다.
그가 한국인임을 알고 난 후에
대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떠나는 날
그는 보이지 않았고,
며칠 후에 다시 그 캠핑장에
1박을 하러 가서 그 아저씨를 찾아봤지만,
더 이상 축구경기가 없어서인지
TV룸을 서성이며 기다려봤지만
그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축구에 그렇게 무반응을 보인 것을
봐서는 혹시나 “북한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그래도 “Korea한국”인이니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대화를 해볼수 있었을 텐데..
다음에는 아시아 사람을 만나면
출신국을 물어봐야습니다.
나만의 추측으로 그 사람의
출신국을 판단하게 되면
한국사람을 만나 놓고도 한국어로
이야기 할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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