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휴직기간은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
거기에 맞춰서 나도 6개월의 시간을 만들었는데,
막판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니, 막판이 아니라 문제는
중간중간에 많이 튀어나왔었죠.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나니 막판에
우리의 길을 막는 건 바로 항공권 가격.
비엔나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저렴한 방법 중
하나는 대한항공 이용하기.
원래 대한항공이 비싼 티켓 가격을 자랑하지만,
유럽에서 뉴질랜드를 들어갈 때는
제법 합리적(이라 쓰고 저렴하다 읽는다.^^)인 가격이죠.
가격 말고도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 경유”
유럽에서 한국 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중간에 한국을 경유한다면 거의 공짜로
한국을 다녀오는것과 마찬가지인거죠.
사실 항공권은 아주 막판까지 예약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첫번째로 내 오스트리아
비자 연장에 문제가 있었고..
(이건 곧 남편의 고급스런 진상짓을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내 뉴질랜드 방문 비자가 나오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해밀턴에 있는
이민국으로 전화를 걸어 내 비자 담당자의
상관과 통화까지 했었죠.
그렇게 두 나라의 비자를 해결하고 나서야
항공권 검색에 돌입을 해보니,
그동안 항공권의 가격이 쪼매,
많이 올라가 버린 상태.
결국 남편이 내놓은 방법은
출국 시기를 늦추는 것.
10월초의 항공권 가격과 10월 말경의
항공권 가격의 차이는 800유로.
우리는 둘이니 1600유로를 추가로
내느냐, 마느냐의 결정인거죠.
남편이 알아본 가장 저렴한 출국은
10월 26일. 이때는 1인당 1500유로선으로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죠.
갑자기 출국이 늦춰지니
내가 들었던 생각.
“나는 그냥 일을 할까?”
3월 한달을 무급휴가 써야하는데,
10월 출국 전까지 일을 하면
그 시간들을 메울 수 있을 거 같았죠.
마눌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괜찮은지
일단 요양원에 알아보라는 남편.
그래서 또 티켓을 구매하는
시간 조금 미루기.
아침에 출근하면서 요양원
원장실에 먼저 들렸습니다.
“원장, 나 출국 시기가 조금 늦춰졌는데
10월 그냥 일하면 안될까?”
내가 생각해도 조금 어이없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아쉬운 상황이니 씨익 웃으면서
원장의 성난 얼굴 맞이하기.
“너는..내가..본사에서도 이제는
네 이름은 듣기 싫다고 해!”
나도 알죠.
근무야 잘하지만,
내가 본의 아니게 뻥을 쪼매 쳤죠.
2019년에 퇴사한다고 했다가,
시아버지 아프다고 “다시 일할래!”
2020년에 퇴사한다고 날짜까지
다 잡았는데, 코로나로 항공편
취소됐다고 “다시 일할래!”
그 두번의 “퇴사”가 원장을 거쳐
본사까지 다 서류가 올라갔던 상태여서
본사에서는 내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죠.
이번에도 6개월 휴직한다고 해서
휴가로 돌리고 해서 다 서류를
맞춰 놓았는데..
“뭐시라?
10월에 일을 한다고라고라???”ㅋㅋㅋ"
원장은 본사와 내 이름을 들먹이며
또 대화를 해야하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죠.
그래서 나는 아주 마이 미안했지만,
남편은 쿨 하게 한마디.
“10월 26일에 출국하니
24일까지 일할 수 있다고 해.
안된다고 하면 알았다고 해.
그럼 출국을 조금 더 앞당기면 되니..”
남편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지만,
그 일을 해결해야 하는 원장에게는
많이 미안한 일이죠. ㅠㅠ
일단 이른 아침 출근길에 원장에게
한마디 던지고 나왔는데,
저녁 퇴근 때까지 원장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그날 퇴근 후 전 직원 회의가 있어서
기다렸다가 회의를 마치고
원장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물어보려고 기다렸지만,
원장 이하 간부들은 다 앉아있으니
미룰 수 없어서 미적거리며 가서
한마디 했습니다.
“원장, 그래서 나 일해도 돼, 안돼?”
내 말에 원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한마디.
“너, 이번 만이야. 또 말 바꾸면 안돼!
이번만 예외야!”
ㅎㅎㅎ
원장은 이번만이라고 못을 박으며
10월 근무를 하라고 했습니다.
보통 근무표는 한달 전에 이미 짜 놓아서
막판에 근무를 뒤집는 것 쉽지 않는 일인데도,
감사하게도 난 10월 근무 배정을 받을 수 있었죠.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단 6일 근무라는 것.
근무는 달랑 6일에 나머지는
내가 저금 해 놓은 시간에서
20시간이나 빠졌네요.
이렇게 되면 무급 휴가는 뺄 수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시간인데..
하지만 막판에 날 위해서
6일이나 빼준 것도 감사한 일이니
군소리 하지 말기.
사실 지난 7월, 8월, 9월에 추가로
일을 하느라 피곤하기는 했습니다.
보통 한 달에 달랑 8일만 일했는데,
거기에 3~4일이 추가가 되니
50대 중년아낙에게는 조금 피곤한 근무였는데,
10월에는 달랑 6일만 일하며
쉬라고 하나보다 했었는데……
이틀 뒤 인사부장이
쪽지 하나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추가 근무로 벌어놓은 시간이
많은 동료들에게 배정이 되어있던
근무를 다 빼서는 나에게 몰아주기 한판.
이렇게 심하게 몰아주지 않아도 되는디..ㅠㅠ
그렇게 나는 9월에 하루 근무를 더하고,
10월에도 출국 전까지 10일근무를 해서
추가시간을 빵빵하게 모아둘 수 있게 됐습니다.
갑자기 근무가 5일이나 늘어나니
심적인 부담감은 한없이 올라가지만,
덕분에 다시 돌아와서도 추가로
근무를 해야할 필요가 없으니
거기에서 위안을 얻어봅니다.
이제 앞으로 12일 근무만 하면
쉴수있으니 매일 매일 그날을 손꼽으며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내일 근무에 들어가니
이제 11일 남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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