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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떠나갈 사람들

by 프라우지니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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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의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는 곳,

요양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사시는 곳이라,

어르신중 한 분이 하늘나라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놀랍지 않죠.

 

오랫동안 와상환자셨다면

잘 가셨네.” 가 직원들의 반응.

 

보통은 한 분씩 가시는 하늘나라인데,

이번에는 두 분이 가실 준비를 끝내셨죠.

 

두 분은 정말로 삶의 끝에 도착을

하신 상태라 숨만 쉬고 계신 상태.

 

그중 한 분은 지난 7년동안 나와 자주

산책을 다니셨던 중증장애 H할배.

 

 

인터넷에서 캡처

 

세계 2차 대전 중에 히틀러는 유태인 뿐 아니라

외국인, 집시, 3주이상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자국민 동성애자들과 순수혈통이지만

장애를 가진 자국민도 가차없이 다

수용소의 가스실로 보내 버렸죠.

 

위 설명 중 “외국인 노동자”

독일에 일하러 온 이주 노동자들인데,

병이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3주이상 경과가

됐을시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전쟁 중 다친 독일 군인들이 차지

해야할 병상인데 기껏 이주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니 안될 말이라고 말이죠.

 

나치가 온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라 집안에만

앉혀놔서인지 H할배의 다리는 뻗정다리에,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아서

몸은 거의 니은자에 가깝죠.

 

거기에 정신도 올바르지 않은 중증장애로

당신이 원하는 것만 말씀하셨죠.

 

H할배가 그중 제일 좋아하신 건 산책

 

다리가 아프니 울면서 침대로 가자고 하시다가도,

이따가 산책 갈 건데, 지금 침대로 가시게?”하면

아니라고 앉아있다가 산책을 가시겠다고 하셨었죠.

 

장애인 아들을 데리고 사시던

H할배의 어머니는 1999년에 돌아가셨고,

그 이후에 우리 요양원에 들어 오셨으니

요양원에서 23년을 사셨네요.

 

 

http://jinny1970.tistory.com/2357

 

내가 무심코 휘두른 권력

오스트리아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를 하려면 2년 동안의 직업교육이 필요합니다. 1200시간의 이론 교육과 1200시간의 현장 실습(요양원, 병원, 데이센터, 방문요양)을 마치고, 2개의 국가고시(간호

jinny1970.tistory.com

 

 

휠체어에 앉으셔서 두 손으로 바퀴를 돌려,

하루 종일 병동의 복도를

이리저리 다니시던 H할배셨는데,

어느 날부터 손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돌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조금씩 힘들어지는가 했었는데..

 

간만에 들어간 1층 근무에서

다시 본 H할배는 침대에만 계십니다.

 

드시지도, 마시지도 않고, 이름을 부르면

잠시 눈으로 돌렸다가 다시 또 눈을 감으십니다.

 

이승에서 시간이 다된 듯 보입니다.

 

 

또 다른 한 분은 90대 중반의 S부인.

 

자식도 없고, 일가 친척도 없으신 분이라

적십자에서 자원봉사자가 1주일에

한번씩 방문 봉사를 왔었죠.

 

당신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셨는지

이야기를 자주 하셨죠.

 

어린 나를 놔두고 엄마가 남동생만

데리고 재혼을 해서, 나는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고생하고 살았는데, 엄마가 병에 걸렸다고

연락을 해와서는 나보고 병간호 하라고 하더라.

나를 버릴 때는 언제고 내가 왜?

그래서 평생 끼고 살던 남동생에게

부탁하라고 했었지.”

 

버릴 때는 언제고, 아프니

병간호를 하라는 엄마 같지 않은 엄마는

어느 시대나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S부인이 애처롭게 느껴졌었는데..

 

아이없이 평생을 사신 분이셔서

(조건없이 주는 사랑을 모르시는 것인지)

아주 이기적이셨고, 또 병동의 복도에 앉아서

병동 사람들 뒷담화를 엄청나게 하셨습니다.

 

심성이 그리 고우신 분은 아니셨죠.

 

뭐가 그리 못마땅하신지 인상을 쓰고

앉으셔서는 눈앞에 오가는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고 들으면 기분 나쁜 말을 하셨죠.

 

100kg 거구인 W부인이 지나가면

W부인도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돼지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무식한 아낙

 

처음에는 자식도 없고,

일가 친척도 없으시다니

안스러운 마음에 오가며

자주 안부인사를 여쭙고는 했었는데,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고 하시는 말씀이

진상이라 나중에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 했었는데..

 

S부인이 수액을 맞고,

산소호흡기를 의지하고 숨을 쉬시는

모습은 보기 안스럽습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평안한 호흡을 쉬시나 했었는데,

퇴근할 무렵에 잠시 방을 들여다 보니

짧은 숨을 가쁘게 쉬셔서

간호사 호출을 한 후에 퇴근했죠.

 

H 씨도 S부인도 하늘로 가시는 길이

그리 오래 걸릴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H씨도 S부인도 임종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가 친척은 없는 상태라,

H씨는 친척은 아니지만

법정대리인을 하시던 분에게 연락을 했고,

S부인도 1주일에 한번씩 방문 봉사를 오던

적십자 직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언제 숨이 끊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오늘

와서 얼굴을 보시라 말이죠.

 

퇴근하면서 H씨의 뒷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장애를 안고 한평생 사느라 고생했어,

다음 생에서는 정상적인 몸으로 태어나길 바래."

 

다음 번 근무에 들어갔을 때

두 분은 안 계시지 싶습니다.

 

예상이 가능했던 그들의 내일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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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속에는 H씨와 요양원 주변을

산책하는 시간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https://youtu.be/lJb4bjvI7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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