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어머니는 한성격 하시는 분이십니다.
고집도 있으시고, 인색하시고,
샘도 많으시고, 남이 당신보다 잘되면
배 아파하시는 한마디로 조금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이시죠.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넉넉해지고 너그러워질 거 같지만
이건 사람들의 착각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기가 가진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고약하게 살다가 가죠.
http://jinny1970.tistory.com/3048
평소에도 시어머니의 성격을 알고있는
며느리라 가능한 시어머니와의 대화는
수박 겉핡기식으로 아주 짧게만
하려고 했었는데..
오늘 마당에서 만난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며느리가 훌러덩 뒤집어져서
몇 말씀 드렸습니다.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너무 악의적이었거든요.
시어머니는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며느리를 보더니만 투덜거리십니다.
“잘츠부르크에 사는 고모가
두 딸을 데리고 온단다.”
시어머니의 말투로 봐서는 귀찮게
왜 우리 집에 오냐고 하시는 거죠.
몇 년 전 시고모부가 돌아가시고,
시고모는 한동안 힘드셨을 겁니다.
남편도 없는 큰 집에 사는 엄마를 위해
딸내미중 하나가 들어와서 살게 되었고,
시고모는 손주들을 돌보시면서
집에만 계시니 간만에 딸내미들이
엄마를 위해서 외삼촌네 나들이를 계획한 거죠.
여기서 잠깐 유럽의 가족 문화를 소개하자면..
아이가 어릴 때는 가족 위주로 살지만,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하면
그때부터는 뭐든지 부부가 함께 합니다.
동네 장보는 것도, 휴가를 가는 것도,
나들이를 가는 것도, 등산을 가는 것도!
전부 다 남편/아내와 함께 하죠.
우리나라처럼 남편친구끼리,
아내친구끼리 여행을 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휴가지에서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커플(부부/연인/동거)입니다.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친구인 확률보다는 커플일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유럽의 문화죠.
“뭐든지 함께 하는 부부생활”은
요양원까지 이어집니다.
우리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을 봐도
“부부동반”으로 요양원에 오신 분들은
요양원의 다른 분들과 교류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둘이서 이야기하고,
밥도 방안에서 먹고, 요양원 건물
안팎으로 산책을 가는 것도 단 둘이서 하시죠.
그러다가 한쪽을 돌아가시면
그때서야 당신의 방 밖에 사시는
분들과 소통을 시작합니다.
말그대로 둘중 하나가 먼저 갈 때까지
부부는 정말 “평생 동반자”입니다.
50대 부부인 우리집도 유럽의
다른 부부처럼 뭘 해도 함께 합니다.
혼자 해도 되는 일을 마눌과 함께하려는
남편을 나는 “물귀신”이라 부르죠.
휴가, 등산, 자전거타기, 스키 등의
모든 여가활동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동네 우체국에 온 소포를 찾으러
가는 일도 마눌과 가는 남편입니다. ㅠㅠ
이렇게 뭘 해도 “남편/아내와 함께”하는
부부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친구(만날 시간이)가 없다.”
평생 부부가 같이 일상생활부터
취미생활에 휴가까지 하다 보니
서로가 따로 만나는 친구가 거의 없는 거죠.
그러니 남편/아내이면서 베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의 부부.
-시어머니가 삐치신 일을 이야기한다며
또 설명이 길어진다..ㅠㅠ
뭘 해도 함께 했던 남편이 먼저
하늘로 가신 것이 시고모님께는
남편뿐 아니라 베프도
잃어버린 일이었을 겁니다.
평생 남편하고만 놀아서
다른 친구는 없는데, 남편 없는 세상에
이제는 누구와 놀아야 할까요?
아빠를 잃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저 집에만 있는 엄마를 위해
딸들이 준비한
“외삼촌이 사시는 동네 나들이”를
온다니 잘됐다 싶었죠.
고모부가 살아계실때는 매년 오빠네와
부부동반으로 휴가도 같이 하셨었고,
시아버지도 매년 겨울에는 시고모 댁에
노르딕스키를 타러 3박4일간의 휴가를 가시곤 하셨죠.
“시고모부님 돌아가시고, 친구도 없는
시고모님이 집에만 있으니 두 딸이
엄마를 위해서 삼촌네 나들이도 준비하고,
딸들이 착하네요.”
내 말에 시어머니는 예상 밖의
대답을 하십니다.
“지 잘못이지.”
이 말에 며느리가 훌러덩 뒤집어졌습니다.
“엄마, 시고모부가 돌아가신 후
시고모가 외톨이가 된 것이
시고모 잘못이에요?
그걸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엄마 정말 못됐다.”
시누이가 집에 온다니 귀찮은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안되죠.
시어머니는 시고모님이 친구가 없는 것이
시고모님의 탓이라고 하고 싶으셨던 모양인데,
말이 잘못 나온 것인지..
며느리가 “못됐다” 한방 날리니
시어머니는 갑자기 말꼬리를 돌리시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데,
괜히 열불이 났습니다.
시고모부님이 혈액 암으로
몇 년 투병을 하시는 동안,
시고모님은 끝까지 정성을 다해서
병간호를 하셨습니다.
아픈 남편을 위해 직접 운전해서
오빠들과의 부부동반 나들이까지
챙길 정도로 최선을 다하셨는데..
시고모부님 돌아가시고
시고모가 외톨이가 된 것이
시고모탓이라는건가요?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의 형제분들(3남2녀)을
대놓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남도 아닌 남편의 동생이고,
16살에 만나서 60년 넘게 함께 한
남편을 잃은 시누이에게
짠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인지..
샘 많은 시어머니의 성격상,
당신은 없는 손주까지 있는
시고모님이 부러우신건지.
짜증난 며느리는 계속해서 빨래를 널었고,
며느리에게 “못됐다”소리를 들은
시어머니도 어느 순간 집으로 들어가셨죠.
빨래를 다 널고 집안에 들어와서는
남편한테 괜히 짜증을 냈습니다.
“내가 엄마한테 못됐다고 했어.”
“왜?”
“아빠 먼저 죽고, 친구도 없는 엄마를 위해서
두 딸이 외삼촌네 나들이를 온다고 하면서
엄마가 짜증을 내더라,
그러면서 뭐라고 하신 줄 알아?
시고모부가 돌아가시고 시고모 친구가
없는 것이 다 시고모 잘못이래.”
“뭔 그런 헛소리를..
엄마가 하는 말에 신경쓰지마.”
“이런 말을 엄마가 밖에 나가서 했다고 생각해봐.
사람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상대가 철천지원수라고 해도
그 사람이 남편을 잃고, 친구도 없이
외톨이가 되었다면 속이 시원하기 보다는
마음이 짠 할거 같은데,
남도 아닌 남편의 여동생의 일인데, 시
어머니는 정말 큰 실수를 하신 겁니다.
남편은 마눌이 자기 부모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들리는척
행동을 하거나, 마눌의 말문을 막으려고 하니
여기까지만!
평생 건강하시던 시아버지가 몇 년 전에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하실 때
시어머니도 “남편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시어머니는 근처에 사시는
친언니와도 연락을 안하시고,
주변에 친구가 하나도 없고,
장을 봐도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시라 아빠가 안 계시다면
시고모와 비슷한 상황일 텐데..
당신은 남편이 옆에 있으니
과부가 되어 만날 사람도 없는 시누이의 처지가
불쌍하기보다는 “시누이 탓”생각하시는 것인지..
며느리에 한마디에 시어머니는
며칠째 심하게 삐치신 상태입니다.
평소 같으면 시아버지께
“시어머니 삐지신 일”을 이야기 했을
며느리인데 이번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가 시고모 남편 잃고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된 것이
“시고모 탓”이라고 하길래
내가 “엄마 못됐다”했더니
엄마가 삐치셨다.”
아빠가 이런 말을 들으시면
가만히 계실 성격이 아니시라
시부모님 댁에 전쟁같은 부부싸움이
일어날 거 같아서 시어머니가
풀리실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사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리 미운 시누이라고 해도
남편 잃고 과부가 되었고,
평생베프였던 남편 잃고 친구 없는
외톨이가 되어버린 시누이에게
“지 잘못이지”하면 안되는 거죠.
시어머니를 존경 하지도,
시어머니께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며느리지만, 그래도 시어머니께
하는 실망은 이번 까지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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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오스트리아 대표음식 "슈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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