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는 같은 집에 살지만
시간은 따로 또 같이 보냅니다.
남편은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고,
마눌은 잠자고 일어나서
다시 잠자러 갈 때까지
하루종일을 주방에서 지내죠.
가족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가정 주부이니 대부부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고,
밥을 안 할 때도 나는 주방에서 지내죠.
주방은 나의 아지트입니다.
그렇게 주방에서 잘 노는
마눌을 남편은 아주 가끔씩
큰일이 난 것처럼 불러 댑니다.
“마눌, 빨리 와봐~”
뭔 큰 일이 있나 싶어서
후다닥 뛰어 내려가길 여러 번!
남편이 급하게 마눌을 불러대는 이유는
TV에 한국관련 뭔가가 나왔을 때죠.
화면이 지나가기 전에 빨리 마눌이 와서
봐야하니 그렇게 불러대는 거죠.
TV 프로그램 ”갈릴레오”에서
특이한 재료를 넣은 음식이 나왔는데..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요리가 나옵니다.
“굴라쉬”와 “사과 김치”
굴라쉬의 주재료는 소고기와 양파!
두 재료를 반반씩 넣고
오래 조리는 유럽의 대표
슬로우 푸드라고 할 수 있죠.
비주얼은 벌건데, 매운 고춧가루가 아니라
달달한 파프리카 가루가 들어가서
매운맛은 없는 소고기 요리입니다.
굴라쉬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다고 하니
조금은 이상해 보였는데..
아이스크림의 재료는 우유이고
달달한 맛이 나니 굴라쉬에 넣으면
따로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을 거 같고!
사과 김치도 한국사람인 내 눈에는
별로 특이하지 않습니다.
모든 야채로 다 김치가 되는데,
과일인 사과로 못할 것도 없죠.
특이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의 주인이 아시안이기는 한데,
나에게는 전혀 한국 사람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일단 목소리의 톤이 상당히 높고,
외모도 한국사람 특유의
“꾸몄다”는 느낌도 없고!
남편이 한국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동남아에서 온 이민자라고
생각했을 TV속 그녀입니다.
일단 독일어 발음은 모국어 수준인데,
그녀가 말할 때 나오는
풍부한 얼굴 표정은 한국사람의
그것과는 차이가 아주 많습니다.
그녀는 김치 양념에
아이스크림을 넉넉하게 넣습니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김치 양념에
넣으니 뭔가 특이한 모양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웬 아이스크림”했었는데..
아이스크림의 재료가 우유이니
“못 넣을 것도 없지!”
아이스크림이 달달하니
따로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겠고,
우유가 들어갔으니 조금
더 찐한 김치 양념이 되겠죠.
김치양념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것도 신기한데,
그 양념으로 사과를 무쳤으니
이중으로 신기한 “사과 김치”가 된거죠.
굴라쉬를 만드는 중에도
아이스크림을 넉넉하게 넣습니다.
우리나라도 유행한다는 로제 떡볶이.
생크림이 들어가서 더 맛이 깊어지면서
매운맛도 잡아서 조금은
색다른 떡볶이가 된거죠.
저도 “로제떡볶이”가 유행하기
한참 전에 “로제 음식”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오징어 볶음을 해서 먹었는데,
남편이 먹기에는 조금 매운 거 같아서
거기에 생크림을 넣고 파스타를 삶아서
남편의 한끼를 준 적이 있죠.
지금에서야 그 음식의 이름을 지어 보자면..
“오징어(볶음)로제 스파게티”
굴라쉬는 매운 음식은 아니지만,
아이스크림을 넣으면 조금 더
깊은 맛이 날 거 같기는 합니다.
아이스크림이 생크림처럼
깊은 맛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유가 들어갔으니 풍미가
더 깊어지기는 하겠죠.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굴라쉬와
사과 김치는 “특이한 음식 맛”을 보러 온
시식단에게 서빙이 되어서 맛 평가를 받았는데!.
굴라쉬도 사과 김치도 아이스크림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안했다면
전혀 몰랐을 맛이라고 합니다.
사과 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김치 라기 보다는 사과에 김치 양념을
버무린 일종의 사과 겉절이,
아니 매콤한 사과샐러드라고
하는 것이 맞을 거 같네요.
굴라쉬도 사과 김치도 맛있게
먹은 후 화면 속 사람들은 사라지고!
화면 속 요리사가 궁금한 나는
인터넷 급 검색을 했습니다.
열심히 검색을 하니 내가 궁금했던
정보들이 하나 둘 모아집니다.
화면 속 한국인 요리사의 이름은 수잔 최.
베를린에서 “미스터 수잔”이라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칵테일 전문 Bar바)의
주인장으로 독일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정보도 습득.
그래서 그녀의 독일어가 왠지
모국어스러운 발음이었군요.
수잔이 운영하는 영업장이
일반 한식당은 아니지만
수잔은 꾸준히 한국 음식으로
베를린 사람들의 입맛을 잡아가고 있었네요.
주말에는 불고기 & 갈비 비빔밥을
특선으로 내놓고, '김치 마가리타'라니
참 독특한 아이디어입니다.
하긴 요새는 김치 쥬스도 나온다고 하니
김치 마가리타도 지금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지”가 되는 칵테일이네요.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았던
칵테일 바 사장 수잔 씨는 김치도 담가서
판매를 하는 모양입니다.
370g에 7유로라고 하면
조금 비싸다 싶기도 하지만,
유명한 식당에서 만들어 파는
김치이고 또 찾는 사람이 많다면 그
럴 수도 있는 가격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슈퍼마켓에서 파는
웃기게 생긴 비주얼의
김치만 봐왔었는데
수잔 씨의 김치는 내가 아는
그 오리지널 “한국 김치” 비주얼입니다.
김치에 소주는 들어봤지만,
김치에 맥주는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인데, 수잔 씨의 칵테일바에서는
환상의 조합이라고 하네요.
치맥도 수잔씨네 칵테일바에서는
가능한 모양입니다.
수잔 씨가 치킨을 튀기면 우리가 아는
그 패스트푸드 KFC가 아닌
KFC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
되어버립니다.^^
TV화면에 아무렇지도 않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하던
수잔 씨의 성격이 표현된
그녀의 얼굴입니다.^^
한식을 고집하는 한식당은 아니지만,
수잔 씨는 베를린의 도심가
칵테일바에서 끊임없이 한국 음식을
요리하고 또 소개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수잔 씨는
독일어로만 대화를 해서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아온)
수잔 씨가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음식도
척척 만들어 내는 수준이라면
모국어인 한국어는 당연히 하겠죠?
한국인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칵테일바에서 한국 음식으로
독일에 한국을 알리는 수잔 씨가
내 눈에는 애국자로 보입니다.
“자기가 먹고 살려고 하는 음식인데
그것이 뭔 애국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굳이 한국 음식을 하지 않고도
장사는 할 수 있죠.
영업용으로 나오는 대용량 음식들을
사다가 그냥 파는 경우도 있고,
거기에 약간의 양념을 추가해서
파는 곳도 있지만!
직접 요리를 해서 파는 곳은
그만큼 오직 돈벌이 만을 위한
장사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 내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죠.
한식당도 아닌데 만들기 번거롭고
어려운 한국음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한국을 널리 알리는
“애국”으로 보입니다.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
애국은 별것이 아닙니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내 나라의 음식으로,
또 나의 행동이나 태도로 사람들에게
“한국”을 긍정적으로 알리는 것이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할수 있는
소소한 애국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잔 씨는
분명 애국자가 맞습니다.
그녀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 음식을 했을지 모르지만,
수잔 씨가 만드는 음식이
“한국음식”임을 그것을 먹는
사람들은 알테고,
더 많은 한국음식을 알고 싶고,
또 먹고 싶어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 보면..
수잔 씨는 “한국음식 홍보대사”을
수행하고 있는 애국자입니다.
궁금해서 시작한 폭풍 검색이었는데..
찾아 놓고 혼자 괜히 흐뭇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한국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니
내가 숨어있는 애국자를 찾은 거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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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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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식당에서 파는 굴라쉬는
아래 영상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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