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무브 투 헤븐 : 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by 프라우지니 2021. 7. 6.
반응형

 

 

나는 인생의 막바지를 살고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죠.

 

어떤 이는 요양원에 살지만,

직원의 도움은 하나도 받지 않고,

 

그저 호텔에서 사는 사람처럼

요양원에서 자고, 먹고,

 

씻는 것도 알아서 해결하고,

낮에는 알아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되어야 돌아오죠.

 

직원의 도움이 필요 없는데

왜 요양원에 와서 살지?”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들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이겠지요.

 

처음에는 정말로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바로 집에 갈 처지가 안되니

당분간 요양원에서 몸조리나 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요양원을

징검다리처럼 애용하라는 뜻이었는데..

 

실제로 내야하는 금액은

3천유로가 넘는 요양원이지만,

집도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곳이

또 요양원이기도 하죠.

 

 

 

일단 요양원에 들어오면

자신이 받는 연금은 다 요양원에서 가져가고

 

자기는 매달 소정의 용돈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최근에 들어온 할배 (60)한테 여쭤보니

자기는 한 달에 연금이 950유로인데,

 

요양원에 들어온 후에는 연금에서

한달에 200유로 정도를 용돈으로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분 같은 경우는 월 750유로에

요양원에서 먹고, 자면서 살고 있는 거죠.

 

요양원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몸이 멀쩡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 사람들이 계속 요양원에서

살고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직원으로서는 사실 편한 것도 있습니다.

 

만약에 20명의 사람들이 다 직원의

도움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그만큼 일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빡세겠지만,

 

이중에 5명만 자기가 알아서 씻고,

먹고 하게 되면 그만큼 직원에게는

일손을 더는 일이니 환영할 만 하죠.

 

물론 주정부에서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을 해서 집에 가서도

아무런 무리없이 사는 사람들은

다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정치인은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도

멍청하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세계라 그러려니 합니다.

 

단지 직원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죠.

 

“XX부인이랑 YY씨는

왜 여기서 사는지 모르겠어.

여기를 마치 호텔처럼 이용 하는 거 같아.”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몸이 불편해서 요양원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이 다시 정상이 되면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요양원에 살고있으니

직원들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죠.

 

하긴, 병원을 가봐도

날라리 환자가 있는데..

요양원도 그렇게 생각하면 쉽겠네요.

 

나가서 살면 월세에 생활비등등해서

드는 돈이 엄청난데..

 

요양원에서는 1인실 방에

하루 3끼도 배달 해 주고,

거기에 세탁 서비스, 목욕 서비스까지!

 

누군가 나가라고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그냥 계속~ ~ 살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날라리 이용객도 있고,

정말 직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도

사는 곳이 내가 일하는 요양원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연세와 병들이 있다 보니

죽음도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죠.

 

처음에 요양원에 와서

사시는 분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근무 시간에 눈물 찔끔거리면서

다닌 시간들도 있었지만,

 

이것도 근무하는 세월이 길어지니

이제는 무덤덤.

 

아 가셨구나!”

 

많이 아프셨던 분 같은 경우는..

 

다행이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시지 않으시겠구나.”

 

 

넥플릭스에서 캡처

그렇게 이제는 죽음과도

무덤덤해지고 있던 차에

 

내가 보게 된 넥플릭스 드라마 하나

무브 투 헤븐

 

누군가는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턱 막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담담한

무브 투 헤븐

 

요양보호사 만큼 자주

하늘로 가시는 분들을

배웅하는 직업이 또 있으랴?

 

사실 유품정리사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짐 등을 정리하는 일이라

돌아가신 분들을 본 적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다 집에서

돌아가시는 것이 아니니

그냥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치운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이미 집주인이 세상을 떠난 곳에

도착해서 자신들의 일인 짐을 싸기 전에

 

그 곳에 사셨던 분이 하늘로 가셨음을 알리고,

마지막 이사를 해 드리겠다는 멘트는

내 마음을 숙연하게 하면서 감동적이었죠.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걸 모르고,

 

그 방에서 머물고 있는 영혼에게

떠날 시기가 됐음을 알려주는 것인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누군가 돌아가시면

일부러 그 방에 찾아가고는 했었습니다.

 

편안히 가시라,

고생하셨다, 잘사셨다.”

 

이런 말들을 해 드렸는데..

 

(사실 나는 외국인이라

이 정도로만 인사를 합니다.

한국말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도

돌아가신 분이 알아 들으실리 없으니

그저 심플하게 하죠.ㅠㅠ)

 

드라마 속 유품정리사들의 멘트가

나는 왜 더 경건하게 보이는 것인지..

 

하긴, 요양원에서는 돌아가신 분 앞에서

당신은 이 시간에 돌아가셨다.”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잘 가시라~”는 인사만 하죠.

 

하긴, 숨이라는 것이 한번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온 가족들이 오셔서 마지막

가시는 분을 배웅 해 드렸고,

의사가 와서 사망 선언만 해 주면

되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이미 숨을 끊어지셨던 분이

다시 숨을 헉~하면서 쉬셔서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놀 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죠.

 

 

 

최근에 돌아가신 분의 가족이

직원들에게 남긴 카드와 현금 200유로

 

요양원에는 끊임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일부러

돌아가신 분의 방을 찾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숨이 끊어지고 나면 핏기가 사라지면서

사람의 얼굴은 누런 색을 띄고,

입은 벌린 상태가 되죠.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사실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

근무중 누군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그런가 부다하는 정도가 됐죠.

 

이번에 돌아가신 분도 일부러 그 방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사실 그날 그분이

돌아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에 들어가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몸을 씻겨드리고,

 

그렇게 대화까지 가능한 상태이셨는데,

오후가 되면서 혈액 속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78%로 내려가 버리니

(정상인은 보통 95%) 산소호흡기도 연결하고,

가족들에게도 알렸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거의 온 상태에서

숨을 놓으신 할배.

 

정정하신 90대 엄마를 두고,

먼저 가 버린 70대 아들이 되셨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혼자 계시다가

숨을 놓으신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온 상태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셨으니

외롭지 않게 가셨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가족들은 일단 집으로 다 돌아가고 나니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가 말을 합니다.

 

방에 들어가서 기저귀 확인 한 번 하자.

혹시 변이라도 있으면

이동중 냄새가 날수도 있잖아.”

 

물론 이건 나보고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간호사는 약을 나눠주거나,

진단 등의 일을 하거든요.

 

사실 그동안은 돌아가신 분의 방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근무중이고,

또 간호사의 말도 일리가 있으니

방에 들어갔죠.

 

오전까지만 해도

나와 대화를 하셨던 분이,

오후에 가뿐 숨을

몰아 쉬는가 했는데,

 

이제는 핏기 없는 노란 얼굴에

눈은 반쯤 감으셨고,

입은 벌리신 상태입니다.

 

간호사는 입을 다물어 드리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고,

 

나는 눈을 감겨 드리려고 했었지만,

나 또한 제대로

눈을 감겨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아파서 제대로 펴지

못했던 다리를 펴드리고,

기저귀에 변이 나와있는 상태라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닦아드렸습니다.

 

얼굴은 이미 핏기가 사라져서

차가운 상태인데,

몸은 아직도 따뜻하셨던 할배.

 

마지막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평안 하시라했습니다.

 

우울증을 앓으셔서 매일 우셨고,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이

퇴근한다고 하면 손을 잡고는

엉엉 우시는 일이 잦았었는데..

 

더 이상 고통이 없고,

슬픔도 없는 곳으로 가셨겠죠?

 

 

넥플릭스에서 캡처

 

무브 투 헤븐

참 괜찮는 드라마였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게 되어 좋았고,

 

또 나처럼 죽음과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는 직업 군이 있다는 것도

반가웠고!

 

사람이 죽어나간 곳은 재수없으니

거기서 나온 물건들은 다 쓰레기장으로

보내 버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내게 주어진 일이고,

(싫어도)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

별 생각없이 들어가서 방에 있는

짐을 몽땅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쓰레기차에 싣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늘로 가는 이삿짐싸러 왔다고

(아무도 없는) 그 방에 들어가서

일을 하기 전에 그 방의 주인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유품정리사.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방 주인을 대하는 마음까지!

 

더 이상 육체가 없어서

자신의 방에 있던 영혼이

이런 유품정리사를 만난다면

 

 

 

 

아무도 나를 기억 해 주지 않고,

누구도 슬퍼하지 않은 나의 삶이었다.”

생각은 접을 수 있겠지요.

 

남들에 보기에는 하찮은 일처럼

보이는 직업도 있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또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은

보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거 같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직원들이 퇴근하고

혼자 남은 요양원을 누비는 저를 보실수 있습니다. 

 

 

반응형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에게도 어려운 일  (4) 2021.10.16
괜히 서러운 날  (16) 2021.09.12
치명적인 민폐  (16) 2021.09.08
후회 없는 효도  (6) 2021.08.06
놀라운 그녀의 생존력  (4) 2021.07.14
모두가 반가워한 그녀의 퇴직  (4) 2021.06.28
잘한 일 일까?  (4) 2021.06.18
손해다 싶은 외국인의 삶  (1) 2021.06.04
나는 이해가 되는 두 사람의 상황  (6) 2021.05.29
우리가 받은 기부금 선물  (5) 2021.0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