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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이해가 되는 두 사람의 상황

by 프라우지니 202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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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새로 입주한 할배 한 분이

철야 근무 하던 간호사를

죽여버린다고 협박을 했었고,

 

그일로 L할배가 요양원

요주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L할배는 요양원에 오신지

한 달 정도 되신 덩치가 좋으신 분이신데,

 

몸의 왼쪽이 마비라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으실 수가 있는 끽연가시죠.

 

보통 요양원에 사시는 거주민이

직원에게 폭력이나 협박을

할 경우는 경찰이 출동하고,

거주민은 바로 퇴거 조치가 됩니다.

 

 

하지만 L할배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퇴거 될 수 있다경고를 하는 수준에서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직원들에게는 지침이 내려졌죠.

 

“L방에 들어갈 때는 절대 혼자 가지 말고,

직원 한 명은 문 앞에서 다른 직원이

일하는 동안 목격자가 되어 지켜줄 것!”

 

혹시나 일하려 들어간 직원이 맞을 수도 있으니

 

문 앞에서 지켜보는

목격자를 대동하라는 이야기죠.

 

새로 오신 L할배는 직원들,

적어도 나에게는 참 친절한 분이셨는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내 동료에게 죽인다고 했을까?”

 

나의 이런 의문은 수다스러운 직원들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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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를 짧게 줄여보자면..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새벽에 L할배가 소변도 보고싶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담배도 피우고 싶으니

일어나겠다고 호출벨을 눌렀는데,

 

철야근무자인 간호사 KL할배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도와드리지 않았죠.

 

간호사 K의 생각은 이랬던 모양입니다.

 

소변은 누운 상태에서 침대 옆에 있는

소변기를 이용하면 되고,

 

담배도 조금 더 있다가 다른 직원이

출근한 다음에 도움을 받고 일어나면 되는데,

 

혼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새벽에

L할배를 휠체어에 앉혀드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죠.

 

 

L 할배는 이런 상황이었겠죠.

 

담배가 (미치게) 피우고 싶고,

소변도 보고 싶은데..

 

도움을 안 주는 K 간호사에게 욕을 했겠고,

 

K간호사로 말하자면

마음은 안 그렇지만

말은 참 툴툴거리는 타입이죠.

 

그렇게 둘이 말싸움이 시작됐겠고..

 

열 받은 L할배가

내가 저녀ㄴ을 죽여버리겠다 했던 거죠.

 

 

그런 새벽에 싸움이 있었고,

내가 출근해서 L할배 방에 들어가

할배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드렸고,

 

할배에게 소변기를 드리고는

잠시 밖에 나와있다가 사용하신

소변기를 치우면서

할배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평소라면 소변기의 2할 정도 차는 정도인데..

이때 할배의 소변기는 절반 이상이 차 있었죠.

 

할배는 정말 소변을

아주 오래 참으셨던거죠.

 

간호사가 말 한 대로 누워서

소변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할배는 누운 상태보다는

앉은 상태를 더 선호하셨고,

 

또 간호사와 기싸움중이니

일부러 참으셨던거라 생각이 됩니다.

 

 

https://pixabay.com/

 

소변을 오래 참아본 사람은 알죠.

 

소변을 참는 것도 시간에 따라서

신체 증상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참을 만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떨리고

나중에는 미치겠는 그 상황!

 

L할배는 기저귀를 사용하시는 분이시라

막된 요양보호사가 말하는 대로

그냥 기저귀에 싸면 되겠지만,

 

이것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새는 거랑

내가 마음먹고 찔끔찔끔 싸는 거랑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직업교육 받는 동안 집에서

반나절 동안 직접 기저귀를 차고,

생활 해 봤는데, 제정신으로

기저귀에 볼 일을 본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와상 환자들 가운데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에

어르신들을 이동식 변기에 앉혀드리면

그 시간까지 참았다가 소변을 보시는 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이것이 애완견이랑 뭐가 다른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들도

밖으로 산책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밖에 나오면 잽싸게

나무 밑으로 달려가서 해결을 하죠.

 

누워계신 분들은 다 기저귀를 차고 계시지만,

스스로 소변을 컨트롤하시는 분들이기에

기저귀에 싸지 않고,정해진 시간에

변기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소변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만!! ㅠㅠ

 

L할배에게 욕먹은 간호사 K

나름 이유는 있습니다.

 

철야 근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자는 밤에

혼자 근무 한다니 할 일이 없는 거 같지만,

 

밤새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막중한 일이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거의 막노동이죠.

 

 

 

보통 철야 근무에 들어가면

혼자서 60여명의 어르신들 방들을

2~3시간마다 일일이

다 돌아봐야 합니다.

 

화장실을 가시다가 낙상을 하실 수도 있으니

자주 들여다 봐야 하죠.

 

철야 근무는 정해진 시간에

방을 돌아보는 것 외에

각방에서 눌러대는 호출벨도

반응을 해야합니다.

 

문제는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호출벨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치매 어르신들은 잠이 안 오니

그냥 눌러대는 거죠.

 

일종의 놀이처럼 잠이 안 오니

냥 눌러보는 거죠.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하루 종일 앉아 계시기만 하니

몸이 피곤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밤에도 잠을 주무시지 않습니다.

 

잠도 와야 자는 거죠.

 

어떤 분들은 저녁에 수면제 처방이 있지만

전부 다 수면제가 주어지지는 않거든요.

 

호출벨이 울리면 호출벨을 꺼야 하니

그 방의 어르신이 장난으로 눌렀다고 해도

일단은 그 방을 찾아가야 합니다.

 

밤에 잠 안 온다고 호출벨을 2~3분 단위로

눌러대는 어르신들이 1,2,3층에서 골고루 계시면

직원은 밤새도록 계단만 오르락 거리면서

그거 끄러 다니는 것도 일이죠.

 

그 밤도 그런 날이었나 봅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호출벨에 뛰어다니느라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은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지 못하고

침대 옆에 있는 이동식 변기로 혼자 이동을 하셨죠.

 

어떤 분들은 이미 낙상으로 여러 번 하셔서

이동이 필요하시면

꼭 직원을 꼭 부르시라고 하지만,

 

볼 일을 봐야 하는데 호출해도 직원이 안 오니

낙상의 위험이 있는걸 아시면서도

그냥 직접 몸을 움직이시죠.

 

다른 날 보다 더 힘든 철야 근무중인데,

L할배가 침대에서 일어나겠다고

호출을 했던 모양인데,

 

나 일어날래!”한다고

무조건 도와드리지는 않죠.

 

특히나 밤에는!

 

https://pixabay.com/

 

보통 10시에 침대로 가시는 분이

저녁 6시인데 침대로 가시겠다면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침대로 누우시면

다시 일어 나실 수 없다.

 

혼자 거동이 가능하시면

직원의 도움이 필요 없으니 상관이 없지만,

 

약간의 거동을 할 때마다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5분 단위로

 

일어날래!” “침대로 갈래하신다고

그걸 다 해 드리지는 못합니다.

 

요양원에도 나름의 규칙을 정해놓고 있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 눕혀드리죠.

 

어르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그렇게 자유롭게

해 드리지 못합니다.

 

덩치가 있으신 분 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몸무게 40kg도 안되는 어르신도

직원에게 저항하신다고 몸을 버티면

 

몸무게 60kg넘는 저 같은 직원도

허리에 무리가 옵니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무조건 다 도와드리면

요양보호사들은 다 허리가 망가져서

디스크 환자로 병가를 내야하는 거죠.

 

오래 근무한 제 동료들을 보면 다들 허리가 않 좋고,

저 또한 무거운 어르신들을

몇 번 옮기는 근무를 한 날 저녁에는

허리가 뻐근해서 잠이 다 안 오죠. ㅠㅠ

 

 

 

오죽했으면 남편에게 묻습니다.

나 앞으로  얼마나 더  일 해야해?”

 

달랑 주 20시간 근무지만 힘든 건 힘든거거든요.

 

특히나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는 허리가 안 좋아서..”하면서

살짝 그 일을 피해가면 내가 나서야 하는

경우들이 꽤 많습니다. ㅠㅠ

 

어쨌거나 L할배에게는 소변은 소변기에 봐라”,

담배는 나중에 직원이 오면 일어나서

그때 피워라하는 것도 열 받는 일이었을테고..

 

간호사 K도 삐삐 거리는 호출 벨 끄러 다니느라

바빠서 죽겠는데, L할배의 요구는

지금 굳이 해줘야 하는 일이 아니었던 거죠.

 

L할배보다 더 급하고 더 (낙상)위험이 있는

어르신의 호출에 더 빨리 반응을 하려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니 말이죠.

 

죽인다고 욕하고 난리쳤던 L할배는

요양원 원장의 조용한 충고와

조언으로 조용해졌고,

 

간호사 K는 이날 이후 자기는

더 이상 철야 근무는 안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낮에 아이들과 있고 싶고,

또 몇 푼 더 벌려고 철야 근무 하는 것이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고 합니다.

 

 

 

철야근무를 하면서 60여명의 어르신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느라 바빴던

간호사 K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고,

L할배에게 이해를 구해봤지만..

 

남들의 상황 따위는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L할배는 그후에도 간호사 K만 보면

쌍욕을 해 대고 있죠.

 

K는 말은 거칠게 해도 마음으로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참 잘 챙기는

츤데레 인간형인데,

 

그걸 L할배가 모르시는 거 같아

답답한 제 3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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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이야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요양원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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