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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누구를 위한 과일일까?

by 프라우지니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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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는 매일 어르신들께 배달되는

아침메뉴 카트에 과일이 실립니다.

 

사과, 배, 키위, 오렌지, 포도등

계절에 따라 과일들이 실리기는 하지만,

 

(어르신들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과일을 어르신께 드리지는 않습니다.

 

생각 해 보니..

우리가 각방의 어르신께 아침메뉴를

말씀 드릴 때는 과일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흰빵/검은빵/통밀빵중 어느 것을 드실래요?“

“버터와 잼을 드릴까요?

아님 발라먹는 스프레드(치즈, 간, 초코)를 드릴까요?”

 

“커피와 차중 어느 것을 드릴까요?”

 

“커피에 설탕과 우유는 넣어드릴까요?”

 

“오늘은 삶은 달걀/슬라이스

치즈/ 햄이 있는데 추가로 드릴까요?”

 

 

 

매일 하는 질문중 과일에 대한 질문은 없습니다.

사실, 이런 통 과일을 드려도 그냥 드시지는 못합니다.

 

최소한 썰거나, 씻거나, 까야 하는데..

빵도 겨우 씹어서 드시는 어르신들에게는

먹기 힘든 과일이죠.^^;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과일에 대해서 동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과일은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직원들 용이야.”

 

이 말이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직원용인데 굳이 어르신들께 나눠드리는

아침 카트에 실어 보내는 것인지!

 

과일은 일주일에 서너 번 오고,

직원들이 (간식을 먹는) 휴식공간에

과일이 충분하면..

 

카트에 실렸던 과일을

그냥 주방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냥 주방에 돌려보내지 않고,

저는 과일을 구석의 바구니에 담아 놓습니다.

 

나왔던 것들을 매번 주방으로 내려 보내다 보면..

 

“자꾸 되돌아오는 걸 보니

과일은 필요없나 부다, 보내지 말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과일은 더 이상 안 나오겠죠.

 

(저의 단순한 생각입니다.)

 

구석에 챙겨놓은 과일은 오가는 어르신들이

방에 챙겨 가실수도 있고,

 

오렌지 같은 건 조금 한가한 오후시간에 까서

 

테이블 위에 놓으면

어르신들이 곧잘 드시거든요.

 

이런 과일이 눈에 보여야 먹고

싶은 생각도 드는 법이죠.

 

내가 과일을 챙겨놓을 때

심술 굳게 말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너 그거 거기에 쌓아놓으면,
N 부인이 점심 먹고 방으로 가시면서 다 들고 간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방밖으로 나오시기 힘드시거나,

구석에 있는 과일 따위는 신경도 안 쓰지만,

 

 

 

100kg이 넘으시는 N 부인은 식탐이 엄청나신지라

구석에 있는 이런 과일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으십니다.

 

 

쌓여있던 과일 옆을 N부인이 지나가시면..

과일바구니는 초토화가 됩니다.

 

이곳의 과일을 가져가는 뚱뚱한 할매가

얄미워서 놓지 말라는 이야기죠.

 

쌓아놓으면 N부인이 다 털어 가시니

얄미워서 일부러

이곳에 과일을 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곳에서 과일을 챙겨 가시는 분이

N부인만은 아닌지라,

저는 매번 놓습니다.

 

아래층에 Z할배도 지팡이를 짚고

아주 천천히 걸어오셔서

사과가 보이면 챙겨 가시고,

 

전기 휠체어를 타시는 M 할배도

가끔 오셔서 사과가 있으면 가져가십니다.

 

오셨다가 과일이 없으면 그냥 가시지만,

따로 “과일을 달라“고 하시지는 않죠.

 

과일을 방에 가져가도 먹지 않아서

다 말라비틀어진

과일 말랭이를 만드시면서도,

 

N부인은 식탐이 있으셔서 눈에 보이면

일단 다 들고 가는 못 말리는 할매이십니다.

 

과일을 새로 쌓아놓은 날

점심을 먹으러 이곳을 지나시는

N부인께 한마디 했습니다.

 

 

 

뒷담화로 “식탐이 많은 할망구가 먹지도

않으면서 다 가지고 간다” 고 하는 것보다는

 

이곳의 과일을 여러 사람이 가지고 간다고

알려 드리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아서 말이죠.

 

“N부인, 방에 가실 때 사과는 다 가지고 가시지 마세요.

여기에 있는 사과를 가지러 오시는 분들이

아래층에 두어 분 더 계시거든요.”

 

제가 글로 이렇게 썼다고 정말

이렇게 공손하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요양원내에서는 대부분 어르신들과

반말로 대화를 합니다.

 

(독일어는 반말이 싸가지 없는 것이

아니라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내가 존칭어를 사용하고 경어를 쓰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랑 거리를 두려고 하는구나.."생각합니다.)

 

“N부인, 너 여기 있는 과일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지마,

아래층에서 여기 과일 가지러 오는 Z도 있고,M도 있어. 알았지?“

뭐 이렇게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요양원내에서는 상대방이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건,

상사이건 다 “너”로 통일해서 부릅니다.

 

나도 “너”, 상대방도 나를 “너”로 부르죠.

 

아시죠? 독일어 반말은 상대를 만만히 보는

싸가지 없는 행동이 아닌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위에서 서술한 아침을 나눠줄 때도

사실은 존칭어가 아닌 반말입니다.

 

 

 

“잘 잤어? 빵은 어떤 걸 먹을래? 버터에 쨈 줘?”

이렇게 반말을 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유치원 아이들

다루듯이 하지는 않습니다.

 

반말이라고 해서 상대방을 만만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해십니다.^^

 

 

자! 삼천포는 여기까지만!!

 

동료 직원은 아침카트에 실린 과일이

직원용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습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점심/저녁은 나눠드리고

남는 음식을 직원들이 먹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직원들은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요양원 원장이나 그 바로 아래

간병책임자들의 눈에만 안 띄게 먹죠.

 

들리는 소문에 요양원 음식을 먹다가 걸리면

“퇴직사유”가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원 중 몇몇은 불안하게

숨어서 후다닥 먹어치우는 한 끼 대신에

 

미리 주문을 하고 직원식당에

가서 어르신들이 드시는 메뉴와 같은 걸

돈 내고 먹습니다.

 

 

 

직원들이 요양원 어르신들이 드시는

음식 먹는 걸 금지하는 요양원에서,

 

아침에 직원용 과일을 어르신들

아침카트에 실려 보낸 것이 실화인 것인지..

 

아침마다 오는 과일이

누구를 위한 과일이건 간에,

 

전 매번 돌려보내는 대신에

구석의 바구니에 담습니다.

 

시간이 남는 오후시간에는 깎아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 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또 과일을 가지러 오는 몇 사람이 왔다가

허탕 치지 않았음 하는 마음에 말이죠.

 

여기서 한마디!

제가 특별히 일을 잘하거나

요양원 어르신들을 끔찍하게 챙기는 직원은 아닙니다.

 

단지,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직원이다 보니..

 

다른 직원과는 생각하는 것부터

달라서 하는 행동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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