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서?
먹고 싶어서?
궁금해서?
이유가 어찌됐건 간에
내가 또 새로운 일을 저질렀습니다.
“한번 해 볼까?”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거 생각 뿐이고 직접 할 생각은 없었는데..
행동이 생각보다 더 빠른 아낙이 드디어 사고를 쳤죠.
그렇게 나의 떡 만들기는 시작됐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아주 가끔 먹던 떡볶이였는데..
얼마 전부터 불현듯 떡볶이가 문득 문득 생각이 났었습니다.
참고적으로 저는 밀가루 떡보다는 쌀 떡을 더 좋아하죠.^^
어느 날 저녁에 “내일은 떡볶이를 해 먹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일!
쌀 두 공기를 씻어서 물에 담가 놓기.
자! 주사위는 던져졌죠.
쌀을 두 공기 씩이나 물에 불려 놨으니
이제는 떡을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불린 쌀을 믹서에 갈아서 체 치면
쌀가루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해 보는 거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일은
불린 쌀을 믹서에 갈아서 체 쳐서 쌀가루를 만들었죠.
생각보다 쌀가루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주방에 온통 하얀 가루들로 난리가 났었죠.
쌀가루에 소금도 넣고, 물로 약간 개어서 찌는 작업을 했습니다.
쌀 반죽에 물을 너무 조금 넣은 것인지,
아무리 쪄도 백설기는 되지 않고..
소금만 약간 넣었더니 단맛도 없고,
찌는 시간이 길어지니 냄비의 물은 졸아들고..
아래쪽 냄비에 물을 계속 보충 하면서 찌고 또 찌고!
30분은 넘고 1시간은 안되게 오래 오래 쪘죠.
뜬금없이 떡을 할 생각을 했던 것은
우리 집에 가능할 거 같은 기계가 있어서였죠.
얼마 전에 남편이 사들인 고가의 주방기구, 켄우드.
http://jinny1970.tistory.com/3291
남편에게 강림한 지름신
쌀가루를 쪄서 고기를 갈아낼 수 있는 것을
통과시키면 떡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았죠.
실제로 방앗간에 가래떡을 빼는
기계도 이것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이 기계를 믿고는 쌀가루를 쪘던 거죠.^^
그런데 생각만큼 기계는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가는 용도 라 고기들은 쑥쑥 잘 갈리는 모양인데,
백설기를 기계의 윗 부분에 넣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래쪽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위에만 눌러 댈 수는 없는 문제고..
(무식하게 계속 눌렀다 가는 정말 기계 고장낼 뻔 했습니다.)
기계 안에 본드를 붙인 것처럼 착 달라 붙어있는
떡들을 다 떼어내는 작업을 거친 후에
찐 쌀가루 (=백설기)를 반죽기에 넣고 돌렸습니다.
백설기를 눌러서 가래떡처럼 쫀득하게 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반죽기에게 부탁을 한거죠.
반죽기는 기대만큼 착실하게 백설기를
치대고 또 치대고 열일했습니다.
반죽기 없었으면 손으로 치대느라
손목 나갈 뻔 했습니다. ^^;
반죽기에 한동안 치댄 떡 덩어리 모양을 잡을 시간.
내가 먹고 싶은 건 떡볶이였는데..
떡 반죽을 손으로 비벼서 떡볶이처럼 얇게
모양을 잡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떡볶이용으로 해 먹을 분량만 얇게 모양을 잡았고,
나머지는 다 굵게 만들었습니다.
떡국 떡으로도 떡볶이는 해 먹을 수 있으니 말이죠.
떡 모양을 잡으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회의감도 들었지만..
시작했으니 일단 끝은 봐야 하는 거죠.^^
떡 만드느라 개판 된 주방에 올라온 남편.
평소에 떡은 안 먹는데, 떡볶이 만드려고
잘라 놓은 떡볶이용 떡을 한 개 먹어 보더니만
맛이 괜찮았는지 두어개를 더 집어 먹습니다.
평소에는 먹으라고 사정을 해도 안 들리는 척 하는 남편인데,
웬일로 마눌이 만드는 떡을 먹는 것인지..
그리고 남편은 떡을 안 좋아 하는디?
이왕에 먹는 떡이니 더 맛있게 먹으라고 한마디 했죠.
“꿀 찍어 먹어봐!”
마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른 두어개를 더 들고는 꿀병과 사라지는 남편.
일단 떡 만들기가 끝난 후에 바로 작업한 “떡볶이”
비주얼은 그럴싸한 떡볶이가 완성이 됐습니다.^^
노는 야채들 중에 있던 적 양배추도 넉넉하게 넣었더니
색감이 조금 야리꾸리 했지만 그래도 야채 충만한 떡볶이 완성.
맛은.. 2% 부족한 맛이었습니다.
집에서 방앗간 품질의 떡을 만들 수는 없죠.
그래도 내가 만든 떡으로 했다는 만족감은 컸던 한 끼죠.^^
그렇게 떡볶이용 떡은 한 번에 해 치우고 남은 것은 떡국용.
떡을 조금 굳게 둔 뒤에 떡국 용으로 썰었습니다.
떡 만들기를 시작할 때는 “떡볶이”만 생각했었는데..
끝맺음은 떡국으로 끝이 나고 있는 거죠.
썰어놓은 떡국용 떡은 구멍이 송송
뚫린 것이 역시나 2% 부족한 품질.
품질도 맛도 산 제품에 비해서는 2%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들었으니
부족한 2%의 점수는 내가 채워 줘야죠.^^
여러분~ 저 새해에는 떡국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며칠 전에 만든 (거대한)만두도 있으니
새해에는 떡만두국을 배 터지게 먹지 싶습니다.
떡만두국은 사골 육수로였음 좋겠으니
이제 남은 것은 사골을 사다가 육수를 끓여 둘 차례인가요?
남편이 24시간 집에 있어서 냄새 나는
사골을 끓인다고 잔소리 바가지로 할 거 같은데..
사골 육수가 힘들면 닭 육수라도
끓여서 맛있는 새해를 맞이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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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작년 이맘때 비엔나 밤거리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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