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근무는 참 편했습니다.
일하면서 다닌 시간보다 앉아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느껴진 날이죠.
시간이 남아돌아서 동료들은 모여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 대고!
난 그들 옆에서 내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은 참 불편했던 날이었습니다.
제 동료 중에는 “싸움닭“이 한 명 있습니다.
그리 나쁘지 않는 인간형인데, 항시 싸울 태세이니 조심해야 하죠.
이 싸움닭이 요양원에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동료 직원들도 싸움닭의 인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성격이라 티를 안내죠.
어떤 싸움닭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아래 글에서 “필리핀 며느리를 본 직원”이 바로 싸움닭이죠.
http://jinny1970.tistory.com/2706
직원회의에 대한 나의 생각
싸움닭이 자기 입으로 말했던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악한 인간이다!”
이런 말을 전에 일했던 직장의 상사에게서 들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성격을 한 번에 보여주는 일화를 이야기 했었죠.
“내가 가구점 판매 사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가구를 팔면 판매 사원에게 수당이 떨어지거든,
그런데 이미 나에게 가구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간 고객이 다시 와서는
내가 아닌 다른 판매 사원에게 물건을 사는 거야."
그것이 자꾸 반복이 되니 성질이 나서 동료에게 따졌다고 합니다.
”왜 내 고객을 뺏어가? 네가 받은 커미션은 내 것이니 나에게 줘!“
그렇게 동료 직원들과의 싸움이 붙었고,
결국 매장을 홀라당 뒤집어 버릴 정도로 큰 사건으로 만들어 버린 그녀에게
그녀의 상사에게 “가장 악한 인간”이라고 했다나요?
그 말을 들었던 날 저녁에 남편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네요.
“나에게 설명을 다 듣고 갔던 고객이 다시 돌아와서 물건을 사는데 ..
나를 찾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 사는 것은
내가 그 고객의 뇌리에 박히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내가 정말로 친절하게 상품 설명을 했다면
나중에라도 그 고객이 나를 찾아올텐데..그치?”
제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는데
하기 싫어 억지로 하는 듯이 한다면 고객으로서는 불쾌할 수도 있죠.
제 남편 같은 경우도 물건 하나를 사려면 직원과 적어도 30분 정도 대화를 합니다.
옆에서 보는 내가 오히려 짜증이 나는 긴 시간인데,
그 시간 동안 남편과 직원은 대화를 주고받죠.
남편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묻고 직원에게 상품의 설명을 듣는 시간 동안
직원은 오직 남편만 응대합니다.
다른 고객들이 뭔가 궁금한 점이 생겨도 지금 이 직원은 손님을 상담 중이니 “접근금지!”
내가 뭘 잠시 물어봐야 하는데 직원이 한 고객에게 매달려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짜증 날 때가 있어서 남편에게 “가능하면 짧게 물어보라!”고 하지만!
남편은 질문은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죠!
오스트리아에서 판매 사원은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는 직업이 아닌,
물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묻고 또 물어도 대답을 해줍니다.
자신이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싶을 때는
인터넷 접속까지 해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데도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서리...
예를 들어서 전자 제품 매장의 판매 사원들은
아무런 지식 없이 판매직사원으로 채용이 된 사람들이 아니라
15살의 나이부터 3년 동안 “직업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자 제품 매장에서 어떻게 고객에 응대하는지 등의 교육과 함께
자신의 매장에서 팔리는 여러 종류의 전자 제품들의 모델과
기능들을 배우게 되죠.
그래서 그냥 판매직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판매에 임하는 전문 판매직입니다.
유럽은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의 교육 제도라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여러 가지 직업들은 3년간의 직업 교육(=견습생)을 통해 한 명의 직업인이 되거든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싸움닭은 전직이 가구 매장의 판매원이었고 지금은 요양보호사죠!
제가 실습생으로 일할 때 싸움닭 옆에서 하루 종일 근무를 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실습생은 가능한 다양한 직원들과 근무를 하면서 그들의 근무 태도를 보고 배우게 되죠.
직원 중에 “나도 닮고 싶고 존경스러운 직원”이 있는가 하면, “저 인간은 왜 저렇게 밖에 일을 못하나? 저렇게는 일하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만드는 직원이 있죠.
싸움닭은 안타깝게도 후자 쪽의 직원이었죠.
일하는 시간보다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고,
노닥거리면서 수다떨러 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직원!
요양원 근무라는 것이 눈을 감으면 할 일이 안 보이죠.
어느 방에서 호출 벨이 울리는 걸 보면 얼른 화장실로 직행.
그렇게 그 자리를 피해버리면..
다른 직원에 그 방에 가게 되니 자신은 할 일이 없죠.
다른 직원이 욕을 하나마나 내 몸 하나 편하면 그만이고,
또 뭐라고 한들 목소리 크면 장땡이니 소리부터 질러서 기선을 제압하죠.
직원들중 싸움닭을 이길 직원은 아주 소수이지만 그렇다고 싸우지는 않죠.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대놓고 싫은 소리를 안 하는 타입이라 싸움닭은 천하무적입니다.
근무는 3~4명이 팀으로 일을 합니다.
거의 30분의 어르신들이 계신 방에 찾아가서는 필요하신 도움을 드리는 것이 오전 근무.
우리가 드리는 도움은 다양합니다.
와상 환자들은 온 몸을 씻겨드리고,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려야 하니 시간이 필요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하시는 분들은 옷 입는 것이나 양말 신겨 드리는 정도면 도와드리면 되죠.
보통 오전에 직원들은 어르신의 장애 차이에 따라서 3~4분만 간병을 해 드릴 때도 있고,
소소한 도움만 필요하신 경우는 10분 이상을 해 드릴 때도 있습니다.
누가 더 많은 어르신을 간병 해 드렸나? 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해 드려야 할 일들이 많은데 하지 않는 경우죠.
보통 어르신들의 방으로 간병을 들어가면..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소변을 보실 수 있게 변기에 앉혀드린 후에 잠옷을 벗겨드리고, 온 몸을 다 씻겨 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는 등의 풀타임 간병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진행을 하면 보통 20분이상이 소요가 되죠.
하지만 이것을 짧게 끝내는 방법은..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씻는 건 건너뛰고! (안 씻겨드린다는 이야기죠)
젖은 기저귀를 새 기저귀를 갈아드리고는 얼른 옷 입혀드리는 걸로 마무리.
조금 더 친절한 모드라면..
젖은 기저귀를 오래 하고 계셨으니 피부를 한 번 닦아드리고,
왕십리 쪽에 혹시 묻어있을지도 모를 변까지 닦아드리는 정도?
보통은 아침에 풀타임으로 간병을 하지만 ..
직원이 없을 때는 가장 중요한 것만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직원은 하나인데 간병 해 드릴 분들이 많은 날은
“짧지만 친절한 모드“로 일을 해야 하죠.
싸움닭이랑 근무를 한날은 4명 정도가 한 팀이었습니다.
오전 간병은 각자 어르신들의 방에 찾아가는 서비스라
서로 어느 방을 끝냈는지 확인하면서 진행이 되죠.
누군가 이미 간병을 끝낸 방에는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나는 새로운 방을 찾아서 갑니다.
보통 오전 간병(씻겨드리는) 시간은 오전 8시~11시 정도까지.
11시 30분에 점심 식사가 나오니 이 시간 전까지는
간병을 끝내서 어르신들이 점심을 드실 수 있게 각자 점심을 드시는 식탁에 앉혀드리죠.
오전 10시경쯤인데 어떤 분들이 아직 간병을 받지 못했냐고 하니 싸움닭 왈.
“간병 다 끝냈어!”
“서른분 정도의 간병이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간병을 끝냈다?“
누군가 아주 짧은 간병
(씻기지 않고 기저귀만 갈고 옷만 갈아 입혀드림)만 했다는 이야기죠.
각 방에 찾아가서 기저귀만 갈아드리고, 옷을 갈아입히는데 필요한 시간은 5분이면 되죠.
싸움닭의 근무 태도를 아는 동료 직원들은 그 “누군가”가 어떤 인물인지 너무 잘 알죠.
그렇다고 “그 방은 내가 이미 끝냈어.” 했는데 다시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그 방의 간병을 끝냈다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그 방을 간다는 건..
싸움닭에게 대놓고 경고장을 날리는 행위죠.
그렇게 간병은 채 10시가 안된 시간이 다 끝내버렸고!
점심이 나오는 시간까지 직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뒤에서는 싸움닭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그녀 앞에서는 생글거리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성격!
한국도 그렇지만 여기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깁니다.
괜히 싸움닭을 건드려서 좋을 일 없으니 조용히 하루를 보내려고 하죠.
일하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더 많고,
남의 일에 “배 놔라~ 감 놔라~”하는 목청 좋은 직원들 뒤에서는
그들이 언제쯤 은퇴를 하게 되는지 직원들이 손꼽는 일을 종종 합니다.
진상 직원 중에 하나인 남편의 외사촌 형수는 올 12월쯤에 은퇴를 하게되죠.
그녀와 근무가 걸릴 때마다..
일보다는 요양원을 누비면서 간섭하느라 바쁜 그녀 뒤에서 한마디씩 합니다.
“얼마 안 남았어. 12월까지만 참자고!”
싸움닭은 은퇴하려면 아직 5년 정도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그녀에게 간병을 받게 될 어르신들이 불쌍할 뿐이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랑 함께 하는 날이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일해서 몸은 피곤하지만 근무를 마치면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에 편안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는데..
싸움닭과 일하는 날은 몸은 편한데 마음은 심히 불편한 날이죠.
가능한 내가 더 많은 어르신들을 간병 해 드리려고 하지만,
“그 방은 이미 끝났으니 갈 필요 없어!”하는 그녀의 말은 무시할 수도 없고!
그녀가 자기만의 개떡 같은 근무 태도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고,
그런 그녀의 근무 태도를 알고 있는 직원들이지만 누구도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벌 받아!”라는 말을 입속으로 하루 종일 중얼거려보지만..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뱉어내지 못하는 저는 4년차 새내기 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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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 집의 가을 마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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