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소식을 접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왠지 스마트폰의 페이스북을 열어보고 싶었죠.
매일 확인하는 페이스북이 아니어서
내가 놓치는 페이스북 친구들의 근황들이 많이 있는데,
어제 페이스북을 보다가
내 친구의 얼굴이 보이길래 클릭 해 봤습니다.
내 친구의 사진을 게시한 것은 친구의 언니였죠.
친구의 사진들 속에서 많이 보던 언니라 만난 적은 없지만 친근한 얼굴.
거기서 읽게 된 뜻밖의 소식.
친구의 장례식에 대한 안내였습니다.
가끔 페이스북에 얼굴을 비치길래 잘살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작년 12월경에 그녀가 전화를 해 와서 알았던 그녀의 대장암 전이 소식.
9월 말에 그라츠 쪽으로 여행을 갔을 때
그녀를 만나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그녀에게 연락조차 못 했었죠.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간 만에 접하게 된 소식이 장례식이라니..
화장을 해서는 그녀의 유골을 고국으로 가지고 가려고
그녀의 언니가 이곳에 온 모양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들이 거의 결항이라
오스트리아 입국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그녀의 마지막을 언니가 지켜줘서 다행이네요.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로.
내가 아는 그녀는 참 불쌍한 인생이었는데..
그녀가 마지막까지 그렇게 불쌍한 인생을 살다가
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디에 살건, 어떤 일을 하건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것인데..
내가 아는 그녀는 참 부정적이었죠.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힘들었나 봅니다.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보면..
그라츠에 같은 나라 출신의 교포들도
꽤 있어서 나름 인맥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다 남편을 너무 좋게 보고,
또 남편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친절한 천사 같은 존재라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 고 했었는데..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중 인격자 같은 행동을 하는 남편 때문에
어디에 진실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서 빈집 살다가 삶을 마감한 것은 아닌지..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일단은 멍했고,
그 다음은 그녀가 불쌍했습니다.
한번 살고 가는 세상,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한 날만 살아도 짧은 것이 이번 생인데
그녀는 행복한 날보다 힘들고 우울한 날이 더 많았죠.
요양보호사라는 직업 때문에 자주 접하는 “죽음”이지만,
친구의 죽음은 나에게는 달랐습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는 목숨이 어디 있겠냐마는 ..
요양원에서 80대 혹은 90대를 넘어 백살까지 바라보고
사시던 분들이 돌아가시면 “잘 가셨다.”고 했었죠.
주무시다가 가신 분들은
“그래도 당신 손으로 다 하시다가 가셔셔 다행이다.”
침대에 식물인간처럼 누워서 직원들의 손에
목숨을 연명하시던 분이 돌아가셔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의사 표현도 못하고 타인에 의해서
연명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죠.
요양원 직원인 우리들이 말하는 가장 행복한 삶의 끝은
“죽는 날까지 내 손으로 하다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삶을 연장하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이나
일하는 직원이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그렇게 지금까지 “잘 된 일이다.”라고 생각했었던 죽음과는
달리 친구의 죽음은 마음이 먹먹합니다.
“이제 48살인데,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았는데..
적어도 환갑까지는 살아야지 조금 덜 억울할 거 같은데..
누구는 죽고 싶다고 울면서도 죽지 못해서 사는 하루지만,
누구는 살고 싶어도 못사는 하루!”
불행했던 그녀의 삶과,
젊은 나이에 하늘로 떠나버린 친구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는데..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불쌍한 내 친구, 죽을 때까지 그렇게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그걸 즐기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죠.
피할 수 없는데, 그 상황만 비관하고 불평하면 나만 힘들어질뿐인데..
친구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드리고 마지막을 평안하게 갔는지,
아님 끝까지 자신의 불행한 삶만 생각하고 비관하다가 갔는지는 모릅니다.
그녀가 암의 합병증으로 시간이 다 된 것인지..
아님 면역력이 약했던 암환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생이 더 짧아진 것인지 알 길이 없죠.
그녀의 삶을 생각하니 우울하고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끝까지 타국에서 외롭게 살다가 간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말이죠.
그렇게 그녀의 페이스북에서 그녀 언니의 페이스북으로,
또 그녀 지인의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면서
그녀의 사진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녀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가는 그녀에게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포스팅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는 그녀의 친구들이 있어
그녀가 외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는 타국에서 만난 인연으로 된 친구지만,
그녀의 고국에는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이니
그녀에 대한 마음도 나보다는 더 진한 사람들이겠지요.
올해는 찾지 못했지만, 해마다 그녀의 생일을 챙겨주는 지인들이
그라츠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나는 생일이라도 해도 누구를 초대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조용하게 보내는데...
나보다는 인복이 많은 친구였던 모양입니다.
매년 생일을 함께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말이죠.
이렇게 친구의 친구를 통해가면서 그녀의 사진들을 보다 보니
처음보다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행하게 만 산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녀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나보다는 더 많았으니 말이죠.
나에게는 그냥 동글뱅이로 보이는 그녀의 모국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번역기를 돌려봤습니다.
그리고 알았죠.
그녀는 지난 13일에 이미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을.
10월 19일에는 화장터에서 화장을 한다고 하는데
그날은 근무라 힘들고!
다음날에는 그녀가 살던 집으로 유골은 모시고
오는 모양인지, 집 주소도 있습니다.
그녀의 사망 소식에 마눌이 너무 우울해 하니
내가 원하면 그라츠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하는 남편.
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안 가는 것이 좋고,
또 그 나라 사람들만 모였을텐데, 말도 안 통하는 그곳까지 가는 것보다는
그냥 나는 이곳에서 그녀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지인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그녀와의 추억을 그녀에 페이스북에 업로드 했습니다.
그녀의 38번째 생일날 함께 했던 나들이.
그녀와 만난 날이 그녀의 생일이었고,
같이 밥을 먹고 그라츠 근처의 성당이 있는 동네로 나들이를 갔었죠.
남편 밥을 해주러 가야 한다던 그녀에게 “네 생일”이라고 하루쯤
안 챙겨도 큰일 나는 거 아니라고 했던 남편의 식사 한끼.
그날 저녁에 그녀는 남편의 한 끼를 챙기지 않는 것 에
대한 잔소리를 한 보따리 들었다고 했었죠.
그녀의 가족들은 몰랐을 38살 그녀의 생일날 풍경을
내 추억 속에서 꺼내 보내줬습니다.
불교가 국교인 나라 출신이니 그녀는 환생을 믿었겠지요.
죽기 전 자기가 가진 것들을 여기저기 시주 하러 다닌 그녀를 보니
그녀도 마지막은 준비하고 있었던듯 합니다.
잘 가! 친구야~
우리가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서 만나 서로의 외국어로 대화를 하면서
친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에도 만났으니 다음 생에도 만나게 되겠지.
너의 삶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줘서 고맙다.
다음 생에서는 이번 생보다 더 행복하고
사랑 받는 인생을 살게 되길 바랄께.
마지막 가면서 나까지 마음에 담고 갔을지 모를 친구.
하늘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멀리서 나마 이렇게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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