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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선물로 들어온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

by 프라우지니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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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는 참 다양한 물건들이 선물로 들어옵니다.

 

오스트리아 의료계에서는 법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커피 한잔 정도의 가벼운 정도까지만 허용되죠.

 

그래서 그런지 정말 소소한 가격이 물건들이 들어온답니다.

 

선물은 “커피 한잔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이라 못을 박았지만,

병원이나 요양원에는 커피 한 잔 가격보다는 더 큰 금액의 현찰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제가 병원에 실습할 때도 팁을 몇 번 받은 것이 있었죠.

 

오스트리아 병원에서 팁을 받는다니 표현이 좀 그렇죠?

하지만 쓰이는 단어는 팁이 맞습니다.

실제로는 “선물” 개념이지만 말이죠.

 

오스트리아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주는 팁의 액수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800

나는 인기 있는 실습생

 

 

 

요양원에 가장 큰 금액의 팁이 들어올 때는 딱 두 가지의 경우입니다.

 

첫 번째는 요양원에 입주하시는 어르신의 가족이 “잘 봐 달라”고 주는 뇌물 형식!

 

입주하시는 어르신을 잘 봐 달라고 주는 뇌물형식이라고 해도 금액은 크지 않습니다.

한 50유로정도?

 

누군가의 가족에게서 이런 큰(?) 금액의 팁이 나왔다면 그 정보는 직원들에게 공유됩니다.

 

“F 부인의 아들이 왔다갔는데, 50유로 주고 간걸로 샀어.“

 

어르신이 입주할 때 뇌물 형식으로 주는 현찰 선물은 사실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어르신을 돌보는 직원들이 매번 다르고, 또 소소한 금액의 현찰을 주고사서 그걸로 산 빵을 먹었다고 해도 어르신들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죠.

 

일을 대충하는 직원은 하던 대로 대충 할 것이고..

일을 열심히 하던 직원은 하던 대로 열심히 하죠.

 

내가 돌보는 어르신의 가족이 선물을 주고 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이야기죠.

 

뇌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주는 방법은 직원 개개인에게 주는 방법이죠.

 

누군가의 자식에게 뭔가를 받았다면 선물을 받은 부담감만으로도 한 번 더 돌아보고, 한 번 더 여쭤보고 하면서 신경을 쓰겠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선물 받는 것이 위법이니 이 방법은 통하지 않죠.^^

 

두 번째는 요양원에 사시다가 돌아가신 분의 가족이 고마웠다”고 주는 선물.

 

마지막까지 “내 부모를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소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찰을 준다고 해도 100유로를 넘어가지는 않는 거 같고,

먹는 거를 사다 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인터넷에서 캡처

지금까지 들어왔던 선물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바로 이런 종류.

이런 종류의 빵을 100개 정도 보내왔던 유가족이 있었습니다.

 

내 선생님 같은 동료인 안드레아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

안드레아가 보내왔던 “감사 선물”이었죠.

 

안드레아의 부모님은 우리 요양원에서 사셨었거든요.

 

이런 빵을 몇 박스 보내와서 직원들을 골라먹는 재미까지 쏠쏠했던 간식이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받아본 가장 통 큰 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안드레아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860

내가 만난 오스트리아의“효녀”

 

안드레아는 요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니 어떤 선물이 동료들에게 가장 좋을지를 알았고, 그래서 선택한 나름 고가의 선물이었지 싶습니다.

 

그외 소소하게 들어오는 건 커피나 초콜릿같이 소소한 선물입니다.

 

요양원에 거의 매일 자신의 부모를 방문하러 오면서도 자신의 부모를 위해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소홀히 대한다고 생각해서 직원들을 도끼눈을 뜨고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끔 소소하게 선물을 사오는 사람들도 있죠.

 

사무실에 초콜릿이나 과자들이 놓여있으면 직원들은 압니다.

 

“누군가 선물로 놓고 갔구나!”

 

누군가 놓고 간 선물이지만 출처가 어디인지는 서로들 확인 하죠.

 

“이거 S 할배 아들이 놓고 갔어.”

 

사무실에 놓여있는 식품들은 오가는 직원들중 누군가 포장을 벗겨놓고, 오가면서 하나둘씩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거덜이 나있죠.

 

 

 

 

간만에 1층 근무에 들어갔는데 누군가 놓고 간 선물이 보입니다.

 

직원들이 쉬는 장소에 전에는 원두커피를 사용하는 커피머신이 있었지만, 그것이 고장 난 이후로는 원두커피는 선물로 들어와도 직원들은 커피를 마시지 못합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직원중 누군가 집으로 가지고 가죠.

 

“이거 누가 놓고 간 선물이야?”

“응, T부인의 여조카가 왔었는데 가지고 왔더라.”

 

그런가 부다 하고는 무심코 물건을 보다보니 내 눈에 들어온 유통기한표시.

 

“이거 이상한데? 유통기한이 2020년 4월 28일이야. 지금 8월이잖아.”

“그치, 지금 8월이지.”

“설마 4월 28일에 나온 제품이라는 표시인가?”

“아니,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맞아.”

“이걸 선물이라고 놓고 간 거야?”

“T부인 여조카는 가끔 그런 걸 가지고 오더라.”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가족들이 가지고 오는 초콜릿, 과자 같은 선물을 안 드시니 방에 그냥 처박아두면 유통기한이 지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원두커피는 아니죠.

 

아무리 봐도 T부인의 방에 있다가 나온 물건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이런 물건을 요양원에 있는 직원들에게 먹으라고 들고 온 것인지!

 

 

 



혹시나 싶어서 봤는데, 같이 가지고 왔다는 체리초코렛도 유통기한이 지난 건 마찬가지.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구하기 힘든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가지고 온 것인지..

 

불현듯 “혹시 복지가게에서 사왔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은 딱 그곳이거든요.

 

위에서 언급한 “복지가게”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320

오스트리아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가게, 소셜마트

 

“T부인의 여조카가 경제적으로 힘든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상 제품으로는 사기 부담스러운 가격 (그래봤자 2개 합쳐 10유로 이내일듯) 이여서 저렴하게 구매한 이런 제품들을 가지고 온 것인지..

 

빈손으로 오기 미안해서 들고 오는 거라고 해도 이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안 가지고 오는 것이 더 좋은데, 이런 건 괜히 주고도 욕먹기 딱 좋은 선물입니다.

 

동료들 말을 들어보니 T부인의 여조카는 전에도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종종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뭐든지 갖다만 주면 다 먹어치운다고 생각한 것인지!

 

T부인의 여조카는 T부인이 요양원에 입주하면서 T부인의 집까지 물려받았다고 하던데..

요양원에 들고 오는 선물을 보니 마음은 참 가난한 사람인거 같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못 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선물로 가져오는 물건인데,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가지고 오는 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초콜릿이나 원두커피는 누군가 필요한 사람(동료들중)이 가지고 가겠지요.

 

하지만 고마운 마음은 안 드는 선물이지 싶습니다.

 

설마 자신이 가지고 온 선물이 유통기한이 이미 지났다는 걸 모르고 가지고 온건 아니겠지요?

 

그랬다면 “줘도 욕먹을 이런 선물을 가지고 오는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미안하고!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걸 알고서도 가지고 왔다면...

 

요양원 직원들이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더 못사는 인간들이라 자신은 안 먹는 식품들을 갖다 줘도 다 먹을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한 짓 같아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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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작년 8월의 "도나우 강변 2박 3일 자전거 여행"의 셋째날 집으로 오는 길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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