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퇴근 하는 길에 조금은 특별한 “슈퍼마켓”이 하나 있습니다.
오가면서 항상 궁금했던 슈퍼마켓 실내를 날 잡아서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일단 아무나 입장이 되는지도 모르니 문 앞에서 여러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안에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나요?”
“네, 그러세요.”
“여기는 어떤 사람들이 이용이 가능한가요?”
“일단 1인 가족은 한 달에 880유로 이하를 벌어야 하고, 부부인 가정은 1330유로,
거기에 아이는 한 명당 150유로로 계산이 되구요. 카드 만드실래요?“
“죄송해요. 전 해당이 안 되서 카드는 못 만들구요. 그냥 구경해도 되죠?”
이곳에 사는 무슬림들은 남편이 혼자 벌고 아이들도 많은지라,
이곳에서 물건을 사들고 나가는 무슬림 대가족들을 가끔 보기는 했었네요.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보니 가격에 정말 혹~ 했습니다.
포스팅을 하려면 사진을 찍어야 하는디..
“저, 제가 블로거인데요, 제 블로그에 이 마트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싶은데,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그런데 기사는 언제 나오나요?”
(헉^^; 나는 그런 사람 아닌디..)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로 글을 쓰는지라 한국 사람만 이용이 가능해요.”
“아, 네 (급 실망하는 표정^^;)”
처음입니다.
밖에 나와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말한 것은.^^;
그래도 글을 쓴다고 하니 직원이 호의적으로 대해주었고, 사진도 흔쾌히 찍으라고 해주십니다.
오스트리아의 소셜마트는 제가 오래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이용가능한가 하는 수준이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594
오스트리아 그라츠에는 영세민을 위한 슈퍼마켓이 있다.
이곳의 주식인 빵 여러 개가 들어있는 봉지의 가격은 30센트.
제일 저렴한 흰 밀가루 빵인 Semmel 셈멜이 한 개에 15센트인데, 곡물 빵도 들어있으니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역시나 주식이여서 싼가?”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표는 공장에서 나오는 빵치고는 꽤 비싼 것들인데, 식빵의 가격이 50센트면 착한 가격입니다. 물론 이곳 식빵이 이곳의 주식은 아니지만 말이죠.
가게를 돌다보니 눈에 띄는 50% 할인 스티커.
이건 대형 마트인 Spar 슈파에서 유효기간이 가까운 제품들을 후딱 처리할 때 사용하는 건디..
50%할인해도 팔리지 않는 제품들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 이곳으로 보내지는 모양입니다.
정가 80센트짜리 빵을 50%해서 팔았음 40센트 였을 텐데..
이곳에서는 한 봉지에 20센트에 두 봉지에 30센트니 나름 저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빵과 가장 가까운 질감을 가진 건포도 빵.
배 고플 때 가끔 사먹기는 했는데, 이곳에서는 40센트라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곳에서 자주 먹는 파스타도 주식에 해당하는지 가격이 싼가? 싶습니다.
슈퍼의 저렴한 파스타 1kg에 60센트 정도면 살수도 있으니,
이곳에서 파는 가격은 딱 50% 할인된 가격인거 같습니다.
다이어트용 콘플레이크, 두 박스에 1유로면 얼른 집어올 가격이지만..
내가 먹는 것과는 종류도 다르고, 난 이곳을 이용할 조건이 안 되는지라..^^;
그 외 럭셔리 아이템이라고도 구분 할 수 있는 인스턴트 파스타나 소스류는 단돈 10센트입니다.
고구마, 감자 1봉지에 50센트.
시들해 보이는 스프용 야채는 30센트.
슈퍼에서는 엄청 비싸게 팔리는 버섯이 30센트면 왕창 사다가 버섯잡채하면 좋겠는디..^^
양상추는 많이 시들해졌지만 2개에 50센트. 50% 할인가 입니다.
야채 같은 경우는 사기에는 조금 그런 상태였습니다.
유효기간이 다된 포장 제품이야 그렇다고 쳐도 야채는 많이 시들거립니다.^^;
예쁜 색의 파프리카는 한 봉지 50센트.
이건 싱싱한 것을 보니 누군가가 기부한 것 같습니다.
파프리카를 마당에 심으면 날 때는 한 번에 몇 십 개씩 따거든요.
통조림 제품들과 여러 종류의 과자들. 가격이 저렴하기는 합니다.
통조림은 3kg짜리 용량인지라 일반 슈퍼에서 판매되는 크기가 아닌데.. 대식구용으로나 가능할거 같은 “업소용”사이즈입니다.^^
아이들 많은 집에서는 과자 값도 무시 못할 텐데..
이곳의 10센트짜리 과자라면 넉넉하게 사줘도 될 거 같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공짜물건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사가지 않는 것들은 그냥 주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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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의 냉장고에는 여러 종류의 냉장식품이 있습니다.
소시지 종류면 소시지, 요거트면 요거트, 다양한 종류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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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슈퍼마켓과 비교해도 하나도 꿀리지 않는 종류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10~20센트로 팔리는 것 들 중에는 약간의 고급 아이템들도 꽤 있었습니다.
럭셔리 아이템이라 잘 팔리지 않은 것들은 날짜가 임박해진 후에 50%할인을 해서 팔았고, 그래도 못 판 것들은 이곳으로 오게 된 거죠.
일반 슈퍼보다 많이 저렴한 대신에 일반슈퍼처럼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시는 않습니다. 이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와야 물품구입이 가능합니다.
가끔 이곳을 지날 때 보면 아직 문을 열지 않는 가게 앞에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걸 보곤 했습니다.
왜 저리 줄이 길까 했었는데, 이곳의 가격을 보고는 이해를 했습니다.
식료품만 파는가 싶었는데, 이 가게의 구석에서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는 접시류도 판매 하는 걸 봤습니다.
그 외 옷들도 주변에서 기증을 받아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 하는 듯 했습니다.
이곳은 시중에 많이 있는 소셜마트와는 다르게 지역의 한 단체에서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의 폐기(전)상품을 기증받고, 그 외 지역주민들의 농산품, 그릇, 의류 등을 기증을 받아서 판매하는지라 더 저렴하게 파는 듯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의 가격을 보고 모든 소셜마트들이 다 이런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곳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이 정상일 때 판매하는 정가의 50%선에서 판매를 하는지라, 이곳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하더라고요.
이곳에서 내가 제일 탐났던 물건은 바로 이것!
50% 세일해도 덥석 잡기에는 부담이 되는 훈제연어가 단돈 1유로입니다.
정가는 너무 많이 비싼지라 가끔 50% 할인을 보게 되면 사먹곤 했었는데..
이곳이라면 매일 오메가 3가 넘친다는 훈제연어를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보다 넘치는 수입인지라 패스^^;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께 짧은 안내멘트도 있습니다.
“이곳의 제품들은 유효기간을 넘긴 제품들이지만 먹는 데는 이상이 없는 제품입니다만, 이곳에서 구매한 후에는 가능하면 바로 소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들을 그냥 다 버린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로 슈퍼의 쓰레기통을 뒤져가면서 식료품을 조달해서 살고 있다는 사람들을 TV의 다큐에서 만나기도 했었는데..
요새는 이렇게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가게로 물건들을 다 보내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거리에서 자주 보게 되는 소셜마트는 바로 “SOMA 소마“
이곳은 영업시간도 일반 슈퍼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업을 합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은 이곳을 이용 할 수 있는 회원증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거죠.
이곳에 뭐 훔쳐갈 것이 있다고 CCTV까지 설치되어있다는 아주 친절한 안내입니다.^^;
이곳에 들어가서 구경을 해도 되냐고 물었고, 사진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다 지우고 나와야했습니다.
터키인으로 보이는 모녀와 젊은 청년이 가게 안을 지키고 있었는데..
사회복지에 관계된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이라기보다는 그냥 이곳을 생업으로 운영하는 사람들로 보였고, 이곳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에도 뭔가 비리가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사진이 찍혀서 밖으로 나돌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저렴하게 파는 소셜마트의 물건가격에 뭔 문제가 될까 싶었는데..
내가 처음 가본 곳의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이곳에서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을 정가에서 딱 50%정도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었습니다.
50%할인이야 슈퍼마켓의 “유효기간임박상품 50% 코너”에 가면 살 수 있는 것들인 것을,
그것을 회원증까지 만들어가면서 이런 곳을 이용할 일은 없죠.
더군다나 요새는 세일품목을 잘 보면 정상제품들도 1+1로 살 수 있는데, 유효기간이 지나버려 사실 포장안의 상품이 정상인지 확인도 불가능한 것을 50%이라고 덥석 집게 되지는 않는 거죠.
소셜마트를 한 바퀴 돌아보니 괜히 서글퍼졌습니다.
물건을 사면서 유효기간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확인한 후에 집어 들었었는데..
일명 저소득층이라고 분류된 사람들만 이용하는 이곳에서 보게 되는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들”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사회의 테두리를 느끼게 하는 거 같았습니다.
일반인들은 “유효기간이 임박”해서 빨리 먹어 치워야 하는 식료품들이 거의 없죠.
가끔 요거트, 우유같이 유통기간이 짧은 것은 이런 경우가 생기지만 그 외는 거의 없는데..
일반가게와는 다른 너무 저렴한 가격에 한번 놀랐고, 또 거의 모든 제품들이 유통기간을 넘쳐버린 “폐기(직전)상품”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저렴한 가격이면 됐지 뭘 또 바래?“ 하실 수도 있겠지만..
먹으려고 빵을 뜯었는데,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을 수도 있고,
요거트를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는데, 푸른곰팡이를 뜨게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죠.
저소득층이라고 조금 더 저렴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는 참 고마운데..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들을 사먹어야 하는 그들은 이런 현실이 더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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