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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도가 지나친 그녀의 오지랖

by 프라우지니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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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으로 살면서 내가 사는 곳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운이 좋은 사람에게만 해당이 되는 이야기죠.

 

이곳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서 소통을 해야 그런 기회가 많아지는데..

 

나는 근무가 없는 날에는 집에 짱 박혀서 지내니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서 그런 운을 쉽사리 만나지 못하는거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없는 일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사람 만나서 수다 떠는 거 보다는 집에서 글 쓰고, 영상 편집하는 것이 내 시간을 더 건설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죠.

 

나의 유일한 외출은 근무가 있을 때 가는 요양원!

 

같이 근무를 하는 동료가 나에게 호의적이면 나름 행복한 하루가 되기도 하지만, 나에게 약간이라도 적대적이거나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약간 우습게 보는 동료가 있으면 불편한 하루가 되죠.

 

근무 중 일하다 말고 복도에서 사투리로 수다를 떠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투리와 그들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만의 세상이니 나는 끼어들지 않지만.. 자기네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외국인 직원을 우습게 보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었습니다.

한 동료 때문에 내가 괜히 마음이 불편했던 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 해 봐도 자신은 손해 본 것이 없는데 왜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고, 실습생까지 앞에 세워놓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만든 것인지...

 

내 동료들 중에서 내가 실습하는 내내 나와 가장 많이 근무를 했던 직원은 소냐와 안드레아.

나에게는 둘 다 언니 같고, 선생님 같은 존재로 지금까지 고마워하는 존재죠.

 

안드레아는 내가 정직원이 된 이후에도 나를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는데..

소냐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적대적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고 해서 대놓고 묻지는 않죠. 나와 항상 근무를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한두 달에 한번 만날까 말까하는 사이에서는 말이죠.

 

그저 내가 그녀를 만나면 엄청 반가워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뚱한 반응.

 

다른 동료들과는 너무 다른 반응을 하는 그녀를 보고 그녀가 나에게 더 이상 호의적이 아님을 알았죠.

 

그녀의 성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593

내가 친 사고, 고자질

 

처음에는 “그런가 부다..”했던 소냐의 성격이 대놓고 싫은 소리를 안 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살다보니..

 

 

어느 순간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 힘들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가끔 오가면서 그녀의 부모님과 손주들의 안부를 묻기는 했습니다.

 

그녀는 이혼녀로서 80대의 부모님을 가끔 방문하고, 딸 둘이 낳은 5살 내외의 손주를 3명이나 가지고 있는 할머니이기도 하거든요.

 

어제 근무는 나 혼자 12분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지층(한국 1층).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많이 움직이는 날이죠.

 

어떤 근무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02

나의 이유 있는 거절

 

지층 근무가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날 누군가와 같이 근무하면 조금 편한 근무가 되지마 그렇지 않은 날은 혼자서 뺑이를 쳐야하는 날!

 

출근해서 보니 내 밑에 필리피나 실습생이 달려있습니다.

그녀는 있는 것이 더 불편한 실습생인데..

 

출근하자마다 병동 책임자한테 가서 말했습니다.

 

“나 실습생 떼어줘! 그냥 혼자 근무할래!”

“그래? 그럼 잘됐네, 오전에는 1층에 두고, 오후에는 2층에 보내면 되겠다. 마침 2층 직원 하나가 아프다고 병가를 냈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와서는 근무에 들어갔는데 소냐가 다짜고짜 날 불렀습니다.

 

“너 왜 실습생 싫다고 한거야?”

“그냥 나 혼자 근무 하는 것이 더 편해서!”

“그럼 지층에 목욕하실 분 2분 있는데 그거 네가 할 거야?”

“응, 내가 할께!”

 

 

우리요양원 목욕탕 풍경

 

여름날 목욕탕 근무는 사우나 하는 심정을 해야 하는 근무죠.

 

소냐가 발끈한 것은 내가 실습생을 자신이 근무하는 1층에 떼어냈으니 1층에서 지층의 목욕하실 2분을 대신 책임져야하는 상황이라 그랬던 거죠.

 

아주 짤막하게 소냐에게는 필리피나 실습생의 근무태도가 "나는 불편하다" 했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다른 실습생이랑 지층 근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실망스러웠습니다.

 

오전에 바쁘다는 이유로 몇 분을 씻겨 드리라고 했었는데, 저녁에 잠자리를 봐드리면서 보니 실습생이 간병을 해드린 어르신은 낮에도 밤에 착용해야하는 기저귀를 하루종일 하고 계셨습니다.

 

실습생이 부지런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않으니 나타나는 무성의한 태도였죠.

그걸 보니 짜증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때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차피 지층에 계신 12분은 내가 근무하는 날은 모두 내 책임인데, 그냥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한 분, 한 분 다 봐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기에 나와 근무하는 사람들도 그 정도를 바라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인거죠.

 

나 정도의 근무를 상대방에게 바라기 보다는 그냥 내가 하는 걸로!

그래서 지층 근무를 혼자 했습니다.

 

일 잘하는 실습생도 있지만 아쉽게도 오늘 나와 근무를 해야 하는 실습생은 있어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그냥 나 혼자 했죠.

 

 

덕분에 겁나 바쁘게 뛰어다니는 오전을 보냈습니다.

 

1층에 실습생을 떼어내니 1층 간병이 끝나면 도와주러 오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층을 도와주러 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 혼자 다 해냈죠.

 

점심때쯤 근무인계 회의 때문에 1층에 있는 사무실에 갔는데 소냐가 날 잡고 늘어졌습니다.

 

“너는 누가 근무를 같이 하기 싫다고 하면 좋겠어?”

“무슨 말이야?”

“너 실습생이랑 근무하기 싫다고 떼어냈잖아.”

“실습생이 없느니만 못하니 그냥 나 혼자 하는 것이 속 편해서 그랬지.”

“너한테 버림받은 그 실습생은 마음이 어떡겠냐고?”

“... (날 할 말 없게 만드는 소냐)”

“너도 실습생인 시절이 있었어. 내가 너랑 근무하기 싫다고 떼어낸 적 있어?”
“아니”

 

지금 소냐는 필리피나 실습생과 나를 동급화 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실습생이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아무데나 궁디를 붙이려는 그런 일하기 싫어하는 실습생은 아니었는데..

지금 소냐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뭐 이런 기분이었나 봅니다.

“자기도 독일어 잘 못하고, 직원들이 뭘 지적해도 못 알아듣는 수준으로 실습생으로 와서 이렇게 큰 건데..

감히 자기랑 똑같은 외국 출신 실습생을 거절해?”

 

그렇게 소냐량 말을 하고 있는데 필리피나 실습생이 들어왔습니다.

 

나와 소냐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실습생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습니다.

 

“너랑 근무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층에 근무하면 12분의 어르신이 다 내 책임이거든. 그래서 나 혼자 근무 하는 것이 더 편해서 그렇게 했어. 그것 때문에 속상했던 건 아니지?”

“괜찮아. 나는 너랑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실습생에게 이 말을 듣는데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실습생의 이 말이 나에게는 상사에게 듣는 느낌이었죠.

 

 

필리피나 실습생은 B, A, C랑만 문제가 있죠.

 

무슨 이야기야? 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해야 하실듯..^^

http://jinny1970.tistory.com/3272

나의 진심어린 충고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 다른 직원들도 그녀의 일하는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모르고 있죠.

 

그녀의 근무태도에 대해서 지적을 해 봤는데, 고쳐지지 않는다는 건 나도 이미 해 봤으니 알고! 이 실습생과 근무가 걸리는 직원들은 다 같은 생각일겁니다.

 

“오늘 하루는 어찌 해야 하나~~”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도,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괜히 속이 상합니다.

 

내가 맡은 지층에 계신 어르신들을 내가 직접 간병 해 드리려고 나 혼자 근무를 한 것이고, 내가 실습생을 1층에 떼어놓아서 1층에 근무하는 소냐는 오히려 덕을 봤습니다.

 

실습생을 데리고 다니면 혼자 다루기 힘든 덩치가 있는 어르신이나 와상환자를 간병 할 때는 더 편하거든요.

 

지층에 계신 12분의 어르신.

 

두 분은 목욕하는 날이라 목욕을 시켜드렸고, 그외 10분은 내가 다 찾아다니며 씻겨드렸습니다. 내가 어르신 분들의 피부상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었죠.

 

실습생을 떼어내서 힘든 근무를 한건 오히려 나였는데..

왜 나는 실습생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고, 왜 소냐는 나에게 역정을 낸 것인지..

 

평소에 대놓고 말하는 소냐의 성격이 어느 순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었는데.. 이번일로 그 정점을 찍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실습생이 달리면 군소리 없이 달고 일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퇴직까지는 딱 5일하고 반나절 근무가 남았습니다.

 

내가 요양원과 오스트리아를 떠나 있다 보면 지금은 부담스러운 소냐의 직설적인 성격과 그녀의 오지랖이 그리워질 때가 있을까요?

 

지금은 지나치다 싶은 그녀의 오지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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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내가 얼렁뚱땅 해먹은 간단한 한끼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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