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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이유 있는 거절

by 프라우지니 2019.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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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시간 일하는 나는 동료 직원들에게 문자를 자주 받습니다.

대부분은 “근무를 바꿔 줄 수 있냐”는 부탁이죠.

 

한 달에 달랑 월 8~9회 정도의 근무이다 보니..

풀타임인 주 39시간 일하는 직원들보다는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자유롭죠.

 

대부분은 가정주부이면서 엄마/할머니이기도 한 내 동료들.

 

정말 할머니들이 있냐구요?

나이로 보자면 이제 50대 중반인데, 대부분은 이미 손주를 본 할머니들입니다.

 

식구 수가 많으니 아무래도 집에 일들이 많죠.

그래서 대부분 풀타임인 (할머니) 동료들은 근무를 자주 바꾸는 편입니다.

 

최근에 근무를 바꿔달라는 부탁을 받았었습니다.

그 문자를 보내온 것은 내 동료인 “소냐”였죠.

 

내가 실습생 일 때는 나의 선생님 같은 존재였고,

동료 직원이 된 지금도 모르는 것을 그녀에게 자주 묻습니다.

 

어느 순간 그녀가 나에게 “뚱~”하게 대한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특별하게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는 요양원이니 그러려니..했죠.

 

어차피 그녀와 같이 근무하는 날도 두세 달이 한두 번이니 말이죠.

그런 그녀가 뜬금없는 문자 하나를 날려 왔습니다.

 

 

 

자신이 근무해야 하는 날 집에 “가스공사 때문에 사람이 오는데 그때 집에 있어야 한다고, 그날 자기 근무를 대신 해 줄 수 있냐?“는 문자였죠.

 

부탁을 해온 것은 좋았는데, 사실 신경이 조금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문자를 보내면 젤 처음에 내 이름이 먼저 나왔어야 했죠.

 

이건 전체 메일을 보낸 것인지 그저 “좋은 아침”으로 시작하는 문자.

신경이 거슬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가 부탁한 날을 얼른 확인해봤습니다.

 

그녀가 어디서 근무를 하는지 알아야 내가 대체근무를 해줄지 결정을 할 수 있거든요.

 

매달 새 근무표가 나오면 내가 근무하는 날이 나온 것만 복사를 하면 되지만,

나는 전체 직원이 나온 근무표를 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을 합니다.

 

 

 

소냐가 부탁해온 그날 그녀의 근무지를 확인 해 보니..

내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바로 그 “지층”입니다.

 

몇몇 (유난히 뺀질거리고 일보다 수다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 가운데는 특정한 층만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층,1층.2층에 골고루 근무가 들어가죠.

 

다른 근무보다 5천보 이상을 더 걸어야하는 지층근무.

 

무슨 이야기냐구요?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3100

피하고 싶은 힘든 근무. 지층

 

가끔 자신이 지층에 걸리면 다른 직원과 바꾸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 층에 근무하면 힘들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이건 제 생각입니다.)

 

지층 근무가 나에게 걸리면 다른 직원과 바꾸지 않고 그냥 내가 하지만,

다른 직원의 근무까지 서주고 싶지는 않은 층.

 

전에 안드레아가 “근무 교환”을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시간이 된다고 말한 날은 바로 내 “지층 근무”가 있던 날!

 

그날 내가 “지층 근무”인지 모르나 싶어서 확인 문자를 보냈더랬습니다.

“그날 나 지층 근무라, 근무를 바꾸면 그날 네가 지층 근무를 해야 해, 괜찮겠어?”

 

내 딴에는 그녀에게 내 지층 근무를 떠넘기는 것이 미안해서 물었었죠.

그만큼 나에게 “지층근무”는 (내가 하기 싫다고) 남에게 떠넘기기도 미안한 근무.

 

지층근무가 다른 층보다 조금 더 많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어 죽겠는 층”은 아닙니다.

 

지층에 사시는 어르신들과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에게는 즐거운 근무거든요.

 

그동안 봐온 소냐의 성격을 봐서는 그날 일이 없는데 바꿔달라고 할 아낙은 아니지만,

소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내가 다른 날 보다 더 피곤한 근무를 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

 

“지층 근무는 내게 주어지는 한 달에 2번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됐어.”

 

이미 서두에 내 이름 없이 온 문자에 조금 마음이 상했었지만..

부탁을 거절하는 마음은 미안했습니다.

 

사실 그날 일이 없었는데 뻥을 쳤거든요.

“안타깝게도 나 그날 시엄마랑 시내에 나가야 해, 미안해!”

 

내 미안하다는 문자에 소냐는 댓구가 없었습니다.

 

보통은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고마워!”하고 마음에는 없는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솔직 화통하고 쿨한 소냐는 답장을 하지 않는 걸로 “서운함”을 드러낸 거 같습니다.

 

다른 층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었는데, 지층은 조금 심한 요구였고!

소냐가 부탁한 근무 날 이틀 뒤에 내 지층근무가 있어서 정말 피하고 싶었습니다.

 

소냐의 부탁을 거짓말까지 해서 거절을 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이유 있는 거절이었습니다.(미안해, 소냐!ㅠㅠ)

 

오늘도 지층근무를 한 날이네요.

오늘은 21,000보 걸었습니다.^^

 

많이 걷는 것이 건강에 좋으니 돈 벌면서 건강을 챙긴 날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직원의 근무까지 대신 서주기는 조금 피곤한 날의 근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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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올린 요즘 날씨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짧아지면서 덩달아 나도 어두울때 출근을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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