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마눌과 살고 있는 남편은 이런 저런 한국 음식을 먹습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하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해줄까?"하면 절대 사양하지 않는 두 가지 음식은 ”잡채“와 ”비빔국수“
잡채는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만들기는 귀찮아도 남편이 먹겠다고 하면 가끔 해 먹고, 비빔국수는 초장만 있으면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한 끼라 자주 해 먹는 것 중에 하나죠.
남편이 김치를 먹기는 하지만 아무 때나 먹지는 않습니다.
밥, 국, 반찬이랑 상을 차릴 때 김치를 주면 먹고!
라면이나 국수를 먹을 때 김치를 주면 먹죠.
한국인인 저도 밥 먹을 때 외에는 김치를 먹지 않습니다.
이곳 음식을 먹을 때는 한국 반찬은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죠.
한국인 마눌이랑 살아도 “한국음식 뭘 해 달라”는 말 한마디 없던 남편이 어느 날 한마디를 했습니다.
“집에 김치 있지? 그것 좀 싸줘!”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이 김치를 싸달라니!
“뭐하게?”
“내가 동료에게 갖다 주겠다고 했어.”
“집에 김치가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런 말을 해?”
“.....”
쪼맨한 유리병에 볶음 김치를 꼭꼭 채워서 냄새 날까봐 비닐 봉투에 잘 싸서 출근하는 남편 손에 들려 보냈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김치냄새가 엄청 지독합니다.
내가 이 냄새를 제대로 느낀 건 20대에 했던 유럽 여행 중!
어느 도시인지는 생각이 안 나고..
그 도시에서 만났던 젊은 청년이 여행 오면서 가지고 온 김치 포장이 빵빵하게 부풀어서 금방 터져버릴거 같다고 해서 거기 모여 있던 사람들이 유럽의 어느 거리에서 금방 터질 거 같은 그 김치 봉지를 같이 먹어치우겠다고 뜯었는데..
김치 냄새를 우리에게 익숙한 식당이나 주방이 아닌 길가에서 맡으니 달랐습니다.
김치봉지를 열자마자 풍기는 시어가고 있는 김치냄새!
우리에게는 익숙한 냄새인데 유럽의 길가에서 풍기니 참기 힘든 냄새였습니다.
유럽 여행중이라 한동안 김치 냄새를 안 맡다가 오랜만에 맡아서 더 역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지나치다 싶게 느껴지던 냄새는 김치가 입에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죠.
그때 알았습니다.
김치를 안 먹는 사람에게 김치 냄새가 얼마나 고역스러운지를!
김치는 한식 먹을 때만 먹는 남편이 김치를 싸달라니..
그것도 현지인 동료를 줄 목적이라고 하니 제가 다 당황했었죠.
김치를 싸주면서 한마디 했죠.
“이건 생김치가 아니라 볶음 김치라서 맛과 향이 다를 수 있다고 해!”
김치를 싸갔던 남편이 퇴근하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아침에 김치를 싸줬던 유리병에 남편은 하얀 김치를 담아왔습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담았어? 내가 준 병을 그 친구한테 준거 아니었어?”
“주방에서 그 친구 김치랑 내 김치랑 바꿨지!”
“아니, 두 김치의 냄새는 어떡하고?”
“.....”
김치를 안 먹는 사람에게는 맡기 힘들 정도로 심한 것이 김치냄새인데..
그걸 현지인들만 사용하는 회사 주방(커피 마시고, 음식 데워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바꿨다니 참 대단한 두 사람입니다.
나에게 현지인 김치를 맛 보이고 싶다고 싸줬다고 하니 이 김치를 남편의 동료가 만든 줄 알았었습니다.
자기가 만들었으니 맛보이고 싶어 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남편의 동료가 나에게 보냈던 이 야리꾸리한 김치는 유기농 가게에서 사서 먹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김치라며 배추는 없고, 참 이상한 야채들의 조합이다 싶었는데 이것이 판매가 된다니 참 재미있는 유럽의 김치세상입니다.
내가 보냈던 볶음김치가 맛있다며 부부가 나란히 김치를 먹는 사진을 보내온 남편 동료. 괜히 뿌듯했습니다.^^
나에게 맛보이고 싶다고 보냈던 남편 동료의 하얀 김치.
뚜껑 열고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이건 별의별 김치를 먹는 한국인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
김치 냄새도 알고 사우어 크라우트 (절인 양배추)도 아는 내가 맡아보지 못한 저 세상의 냄새.
냄새만으로도 역겨워 도저히 먹지 못할 거 같았던 이상한 백김치.
김치라며 배추는 안 보이고 당근이랑 이상한 것들만 잔뜩 들어있던 김치.
접시에 담아놓고 재료 분석을 하면서 먹다보니 다 먹어치웠습니다.
냄새는 역했는데, 냄새와는 다르게 먹어보니 또 먹을 만한 맛!
아삭하고 시큼한 것이 김치와는 다른 세상의 맛이었죠.
김치라기보다는 샐러드에 가깝고, 생강이 많이 들어간걸 봐서는 한국김치보다는 태국샐러드라 칭했음 더 좋았을 음식이라 이걸 왜 김치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김치는 아닌 김치.
이건 계속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까먹었고, 지금은 담아놓은 김치들이 있어서 한동안 담을 계획이 없죠.
그렇다고 담아서 나도 안 먹어본 야생김치 3종을 줄 수는 없는 일이고!
최근에 내가 담은 야생김치 3종은 민들레, 질경이, 쐐기풀 김치!
만들어서 아직 나도 맛을 못 본 상태라 어떤 맛인지는 모르는 상태입니다.
김치를 먹을 일이 생기면 3종 세트를 꺼내서 맛보고 여러분께 그 맛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실에 넣어놔도 전부 다 시어 꼬부라진 상태였죠.^^
완전히 신 상태라 김치전을 해 먹었고, 김치 칼국수를 해 먹으니 바닥이 났습니다.^^
김치칼국수는 뭐든지 다 섞어서 짬뽕으로 만든다고 질색하는 남편 입맛에도 딱 맞았는지 방에 갔다주고 나중에 가보니 빈그릇만 있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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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남편이 받아왔던 현지인 백김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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