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자주 찾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일상이야기를 하시는 유튜버 “줄리아”님.
말도 얼마나 조근 조근, 속삭이듯이 하시는지
여자인 내가 봐도 천상 여자.
얼마 전에 그녀가 올렸던 영상은
결혼 10주년 기념, 남편 자랑 10가지.
남편이 말도 예쁘게 하고,
육아도 잘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술 & 담배도 안 하고,
청소도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아내를 위해서는 아까운 것이 없다는 그녀의 남편,
아내 생일이라고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왕따시 만한 크기로 선물하는 통 큰 남편.
그녀가 손꼽은 10가지 남편의 장점.
내 남편과 비교해봤습니다.
제 남편은 말을 하면
입을 꿰매 버리게 싶게 하고!
아이가 없으니 육아는 필요 없고!
요새는 재택근무로 삼식이가 되어서 당근
요리 & 설거지는 안 하고!
청소를 하는 대신에
집 더럽다고 궁시렁거리고!
아내를 위해 돈 쓰는 거는 벌벌 떨고!
그나마 남편에게 해당되는 것이
두어 개 있기는 합니다.술 & 담배 안하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정도!
그녀가 손꼽은 장점 열 가지중에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말을 예쁘게 하는 남편”
결혼하고 10년 동안 남편이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싸운 적이 없다니..
이거 실화니?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매일 해 준다는 말!
“오늘도 수고 해 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오늘도 너무 아름답다”
출근하면서, 회사에서 문자로,
잠자기 전에도 한다는 말들.
하루에 적어도 한번은
“사랑한다”, “고맙다”
나는 매일 매일이 전쟁인디..
남편이 입만 열면 꿰매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디..^^;
괜히 우울했었습니다.
아내에게 짜게 하는 건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시부모님이 두 분 다 엄청 짜시죠.
평생 알뜰하게 사신 분들이라
아직도 가족의 선물은
“1인당 25유로“인 분들이죠.^^;알뜰하다 못해 짠내 나는 시부모님을 보고
자라면서 몸에 밴 교육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다른 것들 다 양보하고 포기한다고 해도
내가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건
“말을 예쁘게 하는 남편”
사실 나도 말을 예쁘게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거기에 목청은 또 왜 이리 좋은 것인지!
요양원 근무 중 하루에 한번은
듣게 되는 말!
“아니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저 소리 지른 거 아니구요.
제가 원래 목소리가 좀 커요!”
치매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방금 전까지는 “안 들려!” 하시고서는..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해서 말하면
“왜 소리를 지르냐고!!” ^^;
원래 목청이 크니
조금 소란스럽기는 하죠.^^;
원래 목소리가 큰데
남편 옆에 있으면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왜? 열 받는 일이 많아지니.^^
마늘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문이랑 부딪혔다?
남편은 문에 부딪힌 마눌이 아닌
문을 더 걱정합니다.
마눌이 무쇠 팔, 무쇠 다리여서
부딪히면 다 뽀사버리는 로봇도 아닌데..
왜 마눌이 부딪히는 건
다 망가진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같은 말이라도 해도 “아” 다르고 “어”다르죠.
“안 다쳤어?”가 아니어도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단어들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문이 부서지남?
더 세게 부딪혀야지?”
뭐 이 정도도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날 항상 열 받게 하죠.
“왜 가만히 있는 문을 부수고 난리야~”
50대 중년아낙이 뭔 힘이 있다고
한 번 부딪혀서 문을 박살 내겠습니까?
원래 조심성이 조금 딸리는 아낙이라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떨어뜨리고 할 때마다
날아오는 남편의 목소리
“이번에는 뭘 또 고장 낸 거야?”
그깟꺼 고장 나면 사면되는 거죠.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해도
마눌보다 비싸겠습니까?
하지만 남편은 매번 마눌을 잡습니다.
한 번은 열 받은 김에 남편이 아끼는
“100만 원짜리 TV를 뽀사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걸 부수고 나면
“이혼”하자고 덤빌 거 같았죠.
무슨 소리가 나면 마눌이 어떤 상태인지,
다친 것인지 먼저 확인하는 대신에
남편은 마눌이 부딪히거나 떨어뜨린 것들을
먼저 걱정합니다.
“인간아, 하나 밖에 없는 마눌 섭섭하게 하지 마!
난 네가 뭘 망가뜨려도 먼저 네 걱정부터 할 거야.물건이야 아무리 비싸도 또 사면되지만..
사람이 망가지면 복구 불가능하잖아.”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 듯이 미안하다 하지만
다시 또 반복되는 남편의 행동들.
정말 내 남편은 구제불능인 것인지,
입을 꿰매 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 것인지..
도대체 장점이 없어 보이는
내 남편이었는데..
며칠 곰곰이 남편이 행동을 관찰 해 본 결과
드디어 찾았습니다.
내 남편이 다른 남편보다 더 잘하는 것 하나!
남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2015.03.01 - [내생각들] -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남편의 행동
남편은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건 아주 부끄러운 일이죠.
대신에 남편은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말은 아주 밉게 하면서도
하는 행동은 정반대죠.
마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자세히 보니
그냥 쓰다듬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마치 정리 해 놓은 것들이 흐트러질까
아주 살살, 조심 해 가면서
엄청 소중한것을 쓰다듬는다는 느낌?
남편이 말만 조금 더 예쁘게 하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내 혈압이 올라가고, 눈꼬리가 올라가고,
소리를 지를 일이 없을 텐데..
하. 지. 만!
이건 현실 불가능한 마눌의 바람이죠.
남편에게는 교과서 같은 존재인 시아버지.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운 남편!
전립선암 수술을 하셨던 아빠의 한마디에
시어머니가 엄청 놀라셨었죠.
“네 시아버지가 이상해,
사람이 안하던 행동을 하면....”
가뜩이나 암수술을 하신 직후라
불안하던 시기였는데,
이 시기에 환자가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면 가족들이 놀라죠.
이때 아빠가 하셨던 말은 사실 별것이 아니었습니다.
“Gute Nacht 구테 나흐트 (굿 나이트)”
저녁에 침대 옆에 누우신 시어머니께
이 한 마디 했었는데,
시어머니는 완전 놀라셨던 거죠.
결혼해서 40년을 넘게 살면서
이때 처음 이 소리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평소에 참 말씀도 많이 하시고,
잔소리는 늘어지게 하시는 양반이신데..
마눌에게는 한 번도 다정한 적도,
다정하게 말씀 하신 적도 없고,
얼마나 애정표현을 안 했으면
이 한마디에 놀라셨을까요?
이런 시아버지이시니 그 아들도
별로 다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남편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반전이 있으니 다행이죠.^^
말도 행동도 너무 친절하면
심심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인지..
남편은 오늘도 행동과는 전혀 다른 말로
마눌을 한 번에 훌러덩 뒤집어 버립니다.
내 남편은 반전이 있는 인간형입니다.
입으로는 사랑이나 애정이 담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잔소리만 들어져서 꿰매 버리고 싶은 충동을
하루에도 열두번 들게 만들지만...
내 어깨를 다독이고,
내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행동으로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디지털노마드 in 뉴질랜드 (15) | 2020.07.17 |
---|---|
심술 속에 보낸 결혼 13주년 기념일 (4) | 2020.07.15 |
나의 이유 있는 협박 (0) | 2020.07.14 |
날 기겁하게 만드는 남편의 꽃받침 애정표현 (5) | 2020.07.11 |
양귀비 꽃으로 만드는 인형 (8) | 2020.07.09 |
남편 안에는 아이가 산다 (6) | 2020.07.02 |
무능한 아내의 조건, 운전 (12) | 2020.06.26 |
주운 방울무로 후다닥 담아치운 열무김치 (12) | 2020.06.23 |
남편이 동료에게 받아온 김치 (12) | 2020.06.22 |
나의 새로운 도전, 밀프렙 뚱땡이 샌드위치 (11) | 2020.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