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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무능한 아내의 조건, 운전

by 프라우지니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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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재택근무중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택근무라고 하면 아무 때나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또한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남편이 일하는걸 보면 사무실 근무와 똑같습니다.

아니, 사무실보다 더 힘든 근무 환경입니다.

 

화장실도 급하게 다녀와야 하고, 점심도 테이블 위에 놓고는 잠시 짬을 내서 한입 베어 물고는 일을 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모든 직업군이 이런 상황은 아니겠지만..

남편은 정말 머리에 쥐가 나게 열일중입니다.

 

 

 

남편은 동료들이랑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함께 원격조정으로 서류도 작성하고 정말 옆에서 봐도 겁나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어느 날 엄마가 사색이 되어서는 우리 집에 오셨습니다.

 

남편과 대화를 하시겠다고 찾아오셨는데, 남편은 통화중이라 당장 대화는 힘든 상태!

 

엄마는 급한 일이니 얼른 당신의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하셨지만 며느리가 남편의 일하는 방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시게 했습니다.

 

남편이 짬을 내서 전화를 끊어야 엄마와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거든요.

 

엄마는 아들이 재택근무를 하니 아무 때나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오신거지만, 옆에서 본 남편의 재택근무는 회사에 출근하는 거 보다 훨씬 더 힘든 환경이라 짬을 내기고 힘든 상태.

 

무슨 일로 그러시냐? 여쭤보니 시아버지가 타고 가셔야 할 택시가 아직 안 왔다고 합니다.

 

아빠는 매일 12시 30분에 병원에 방사선 치료를 다니시고 계시고!

 

택시는 매일 12시 정각에 왔었는데 오늘은 12시 10분이 넘어가고 있는데 안 오고 있는 상태.

 

 

 

 

 

택시가 안 오면 아빠는 오늘 방사선 치료를 못 가시죠.

 

시내까지는 차를 차면 1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택시는 아직 안 오고 있고, 혹시 시간이 늦으면 아빠는 오늘 방사선치료를 받으실 수 없는 상태.

 

아빠가 방사선 치료를 받으시는 그 병원, 그 방사선실!

아빠가 방사선 치료를 하시는 그 곳에서  며느리가 실습을 했었습니다.

 

나도 병원의 암병동 실습 중에 반나절정도, 방사선 기계가 있는 곳에 가서 암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에 그 방에 들어가서 환자들이 정확한 지점에 방사선이 갈수 있게 고정하는 일을 했었죠.

 

그래서 시어머니가 사색이 되셔서 울먹이시는데 걱정 마시라 했었죠.

 

병원이 방사선과에는 암환자들이 매일 방사선 치료를 하는 스케줄이 있어서 한 20분 늦었다고 해도 방사선 치료를 못 받는 시스템은 아니거든요.

 

환자 한명이 조금 늦으면 그 뒤에 환자인데 시간보다 먼저 온 환자가 들어갈 수도 있고, 조금 늦는다고 해서 “치료”를 못 받는 건 아닌데 그걸 모르시는 시어머니는 패닉상태였죠.

 

 

 

남편에게 눈치를 줘서 남편이 잠시 통화를 멈추고 짬을 낸 사이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가 타고 가실 택시는 아직 안 온 상태이고, 아빠 진료는 12시 30분인데, 지금 12시 10분이 넘었어. 당신이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할거 같아.”

 

남편이 동료랑 통화를 하면서 일하고 있는 상태지만 일단 아빠가 병원 가는 것이 더 급하니 남편도 동료에게 “일은 잠시 후에!” 하자는 일단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남편이 방에서 나와 주섬주섬 차 열쇠를 챙기고 하는 동안 엄마의 표정은 조금 진정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나서는 중에 늦게나마 택시가 도착했고, 아빠는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셨고, 남편도 다시 자신의 일에 복귀를 했죠.

 

엄마가 운전을 하실 수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 엄마가 운전을 하셨겠지만..

울 엄마는 장롱 면허이십니다.

 

장롱 면허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여기서도 면허만 따놓고 운전을 안 하는, 아니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죠.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운전을 하실 일이 없으셨습니다.

 

젊으실 때는 아빠와 같이 일을 하시니 아빠가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출, 퇴근을 같이 하셨고, 은퇴하신 후에도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야 할 때는 아빠와 동행을 하셨죠.

 

엄마가 집에서 하시는 일은 삼식이 남편의 하루 세끼를 책임지는 것.

그 외는 다 아빠가 알아서 하십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시는 것이 별로 없죠.

 

하다못해 장보는 것도 대부분은 아빠가 자전거를 타기시고 한 바퀴 도십니다.

엄마는 집 안에서 밥하고, TV를 보시면서 하루를 보내시죠.

 

 

 

엄마가 젊으셨을 때도 언제나 아빠와 함께하시니 운전할 일이 없으셨고!

이제는 다시 운전을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 70대 초반.

 

가끔 엄마가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우리 쪼맨한 차사서 둘이 타고 다니자!”

 

운전을 못 하시는 시어머니가 직접 운전을 하실 일은 없고, '며느리한테 운전을 시키시려나 보다' 했었죠.

 

시어머니처럼 집에서 살림만 해서 운전을 못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씩씩하게 운전도 잘하고 가정을 잘 꾸리는 아내도 있습니다. 우리 시고모님처럼 말이죠.

 

고모부가 암으로 몇 년 투병을 하실 때, 고모가 고모부를 차에 모시고 다녔습니다.

 

직접 운전해서 우리 집에 오시기도 하고, 형제들의 모이는 호숫가에도 오시곤 하셨죠.

 

결혼 이후에 일을 한 번도 일 한 적 없이 전업주부로만 사셨던 고모셨지만 운전은 하실 기회가 있으셨나봅니다. 그러니 고모부가 아프신 후에는 직접 운전을 하셨겠죠.

 

운전을 못해서 사색이 되신 시어머니를 보니 나도 시어머니처럼 무능한 아내임을 실감합니다.

 

나도 장롱면허입니다.

저는 2개국 (한국, 오스트리아) 장롱면허 소지자죠. ㅠㅠ

 

오늘 엄마의 무능력한 아내의 느낌 너무 잘 압니다.

 

나도 그런 상황이 있었고, 그걸 겪고 난 남편이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마눌에게 운전면허증을 따게 한 일이니 말이죠.

 

어떤 일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6

한국 장롱면허로 오스트리아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하다.

 

그 당시 우리가 살던 웰링턴 언덕 위에 '하타이타이'는  웰링턴 공항에 파란 바다게 눈앞에 펼쳐지는 전망이 끝내주는 부잣집 동네.

 

동네가 언덕인데,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이라 운전하기도 쉽지 않았고, 또 경사가 심해서 초보 운전자들은 절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것도 핑계라면 핑계죠.

 

 

 

오스트리아에서 이론 공부와 주행공부를 하고 주행시험까지 통과해서 한국처럼 매 10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면허증이 아닌 오스트리아 영구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운전을 못합니다.

 

면허증을 딴 후에도 주기적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 법을 까먹지 않는데..

몇 년 동안 운전할일이 없으니 다 까먹어 버리고 말았죠.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는 건 나에게는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546

남편에게 받는 운전연수

 

말을 예쁘게 못하는 남편이 소리까지 질러대니 심각한 상황이었죠.

 

막장부부처럼 둘이 나란히 앉아서 도로주행을 하면서 차가 떠나가라고 서로 소리를 질러대고..

 

“이혼하자”도 나왔었고,

“차에서 내린다고 달리는 차에서 문도 열어봤었고..”

 

오스트리아에서 주행시험을 보고 운전면허까지 땄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는 또 “얼음“

 

마누라가 운전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살살 달래가면서 운전을 가르쳐야 하는데..

남편의 성격상 그건 불가능하죠.

 

그러니 마눌이 운전에 재미를 붙일 일은 절대 없고!

 

나도 시어머니처럼 비상사태에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색이 되어서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러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시어머니를 보면서 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비상사태가 생긴다면 그때는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제라도 남편이 운전할 때 옆 눈으로 잘 째려봐둬야 되겠습니다.

 

클러치는 어디에 있고, 액셀레이터는 어느 쪽에 있는지도 살펴둬야 나중에 버벅이지 않고 해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또 다시 “무능한 아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뉴질랜드 길 위에 나서면..

그때는 정말로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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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남편이 만드는 "자기만의 한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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