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친구,S 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는 린츠에 살고, 그녀는 그라츠에 살고 있어서 만나기 쉽지 않는 그녀.
우리가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만난다는 건
나의 변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정말 만날 의지가 있었다면
내가 그라츠로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우리가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휴가를 마치고 매번 들려서 오는 그라츠.
남편에게 부탁을 하면 한두 시간쯤 그녀를 만날 시간은 낼 수 있었죠.
올해는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도 있었는데
교통편을 핑계로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라츠에 머물수 있는 시간은
남편이 전 동료를 만나는 2시간 정도!
우리가 그라츠에 가는 중이라
그녀에게 문자를 했었습니다.
“우리 지금 그라츠로 가는 중인데,
시간나면 ‘Murpark 무어파크‘에 올 수 있어?”
나의 문자에 그녀는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무어파크에서 그녀의 집은 버스나 전차로 가는 것도 쉽지 않고!
걸어가면 40여분이 걸리는 거리!
그녀가 건강할 때 간병을 해 드렸던 남편의 양아버지.
그녀가 10년 이상 정성껏 간병을 한 덕에
침대에서 90살을 맞으셨던 것이 작년!
그녀가 아프면서 간병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죠.
하긴 24시간 간병이라고 해도
남편의 양아버지의 딸에게 정해진 월급을 받았으니..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보면
그냥 “일 부리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집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그녀를 만나러 가려면
무어파크에서 시내까지 전차를 타고 갔다가..
거기서 또 다른 전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더불어 3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전차를 타나, 걸어가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고!
가서 몇 마디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그 시간에 그냥 쇼핑몰을 돌았습니다.
어쩌면 그녀를 만나지 않을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나면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친구.
자기의 삶이나 상황이 온통 불만이고 부정적인 친구,S
그런 그녀가 “대장암”이라고 하니
더 비관적으로 생각할 꺼라 결론을 냈었죠.
가장 최근에 올린 그녀의 포스팅
그녀의 소식은 페이스북으로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뜬금없이 전화를 해 왔습니다.
그동안은 집에만 있었는데,
항상 혼자 있으니 우울증이 심해졌고,
그동안 대장암은 간이랑 소장 등 4곳에
전이가 된 상태라고 합니다.
더 이상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울증이 깊다는 이야기겠죠.
아무도 없는 이 곳, 빈집에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거보다는
그냥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봤지만,
치료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녀!
내년 1월에 남편은 한달여 그들의 모국으로 휴가를 가는데,
그녀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외롭게 삶을 연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님 치료를 중단하고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더군다나 그녀의 엄마도 본국에서 암으로 치료중이신데..
치료를 중단하고 엄마와 나머지 삶을 살기에는
아직 40대 후반인 그녀가 너무 젊고!
그동안 그녀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합니다.
매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그녀의 나라 여권이었는데,
그녀는 결국 “오스트리아 국적” 취득 했다고 합니다.
국적 취득에 필요한 서류중 남편이 준비 해 줘야 하는 것들도 있었을텐데..
감사하게 그녀의 남편이 도움을 준 모양입니다.
국적 취득은 적어도 1,000유로,
많게는 3,000유로가 들어간다고 하던데..
그녀 남편도 석사 학위 엔지니어라 받는 월급을 생각하면 2,000유로 이상은 들었을텐데..
그동안 모아두었던 그녀의 돈으로 충당했지 싶습니다.
그녀는 독일어는 서툴지만, 법적으로 오스트리아 사람이 됐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받게 되는 불이익은 더 이상 없겠네요.^^
계속 남편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이 (혹시) 생활비를 주고 있는지 물어보니..
“건강보험에서 매달 400유로 정도를
생활비(인지?)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머물집이 있고, 생활 할 수 있는 정도의 보조금이 나오니 다행이네요.
병원에 다니는 것은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으니
혼자서 생활하는데 충분하지 싶습니다.
"사람들은 자주 만나냐?"고 물어보니 1주일에 2번 정도 만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자신은 외롭고 우울하다고 합니다.
다들 직업이 있으니 평일에는 일하러 가느라
바쁜 일상 중에도 내 친구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심이 됐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S에게는 턱 없이 부족할 수 있는
“1주일에 달랑 2번의 만남”이지만,
그래도 두 번씩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감사하죠.
사람들은 내 사람과 남의 사람을 구분합니다.
내 친구와 타인으로 사람을 구분해서
타인에게는 나의 좋은 모습과 긍정적인 면만 내보이지만,
친구에게는 나의 전부를 보여주죠,
투덜거리고, 불평을 쏟아내고 남의 욕도 하고!!
친구가 매번 나에게 내보였던 것이 남에게 하지 못하는 말들이며,
마음이라 항상 삐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환경이 항상 불만이고,
자신을 사랑 해 주지 않는 남편도 불만이고!
나에게 S는 “항상 부정적이고 현실에 불만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솔직한 것도 좋고, 나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나를 “항상 부정적이고 현실에 불만족하는 인간”이라
기억하는 것이 슬프기는 하죠.^^;
사람이 살다 보면 항상 만족스러운 현실이나 상황일수는 없죠.
때로는 도망가고 싶은 현실이나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
그저 꿋꿋하게 앞을 보고 살아야 하죠.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자신의 마음을 감췄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아프니 현실이 더 짜증나고 더 비관적일 수 있겠다 싶지만..
만날 때마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을
즐겁게 만나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죠.
그녀가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얼마나 될지 모를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님 아픈 엄마 옆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지는
그녀가 결정 해야 할 몫이겠지요.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던, 조금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소풍이라 하셨죠.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누려야죠!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불평이나 하면서 소비하기 보다는,
감사한 것들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나름의 시간을 즐기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던 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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