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요양원에 몇 안 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현지인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투리”
말도 빠르고, 거기에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는 언어죠.
여기서 평생을 살아도 내가 넘지 못할 언어의 벽입니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조금은 다른 나의 발음.
날 좋게 보는 사람에게는 “귀엽다” 생각할 수도 있고,
날 재수 없게 보는 사람에게는 “모자라” 보일 수도 있죠.
내년 2월이면 햇수로 5년이 되는 요양원 생활.
하지만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직원들과의 관계죠.
그나마 나이가 조금 있는 50대 동료 직원들은 이미 나를 5년씩이나 봐 왔으니 더 이상 놀리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나를 놀린다”라는 기분이 들 때는 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정도 근무를 한 베테랑들이라, 그들 눈에는 이제 3년차에 들어가는 외국인 직원의 말과 행동이 조금 모자라게 보일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그들이 가끔 생각 없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내 기분이 상해도 그냥 넘어갑니다.
나는 이곳의 “아웃사이더”인 외국인이니 말이죠.
경력이 있는 직원들이 나를 은근히 놀리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요새는 “현지인 실습생”들도 “외국인 직원”을 우습게 보는 거 같습니다.
오늘 크리스마스 CD를 틀려고 기계에 CD를 넣었는데,
음악 대신에 화면 창에 “No"라고 뜹니다.
기계가 CD를 읽지 못 한거죠.
그랬더니 내 뒤에서 날 지켜보던 “간호사 실습생”이 한마디 합니다.
“너 그거 맞게 넣은 거지?”
그 옆에 있던 20대 현지인 남자직원의 실습생이 킥킥거리더니만 한마디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상황을 보아하니 나는 “가난한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인거죠.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CD의 어디가 앞인지 몰라서 뒤집어 넣었다고 생각한 것이고,
그 말을 대놓고 하니 남자 직원이 이렇게 말 한겁니다.
간호사 실습생은 CD의 앞, 뒤를 몰라서 잘못 넣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수로 그럴 수도 있으니 한 말 일수도 있지만!
현지인 남자 직원의 반응은 내가 CD를 사용할 줄 몰라서 그렇게 넣었는데,
그걸 "대놓고 말하면 어떡하냐?“는 말 인거죠.
평소에도 심적으로 피곤한 근무인데, 오늘은 더 피곤했습니다.
젊은 직원일수록 외국인 직원이 하는 말(독일어)나 실수를 대놓고 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이 경험도 부족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도 아직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다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혹자는 말합니다.
“그럼 대놓고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이렇게 미묘한 문제로 화를 내고 따지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죠.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하면서 말꼬리를 돌릴 수가 있으니 말이죠.
이 빌어먹을 나라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과 아주 비슷한 성향”이여서..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얼른 얼굴과 말을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말싸움을 해도 나는 이길 수 없습니다.
내가 하는 독일어가 완벽하지도 않고, 그들과 싸움을 해봐도..
결국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표현들을 다 하지 못할 테니 말이죠.
그래서 요새는 “독일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투리는 당해낼 수는 없지만, 그들과 업무적인 일로 대화를 할 때만이라도 독일어 문법이나 단어 때문에 그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말이죠.
“도대체 당신의 독일어 실력이 어떡길레?” 싶으신가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우리나라에 오래 산 외국인이 한국어로 곧잘 말은 하는데..
엉뚱한 단어를 사용하고, 조사도 맞지 않고, 거기에 발음도 어색하다.
예쁘게 보면 나름 열심히 사는 캐릭터지만,
밉게 보면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아직도 그 정도 밖에 말을 못 해?”
뭐 이런 상태가 되는 거죠.
오늘 낮에 얼마 전에 만난 일본인 아낙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날은 전화기를 가방에 넣어놓고 잘 꺼내지 않기 때문에 전화불통인 날!
퇴근하면서 그녀에게 “근무중이여서 전화를 받지 못했음”을 문자로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저녁 늦은 시간에 그녀가 전화를 했네요.
처음입니다.
누군가와 독일어로 20분 이상 수다를 떤 것은!
생각 해 보니 우리가 린츠에 살면서부터 저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친구 없이 직업교육을 마쳤고, 친구 없이 직장생활도 3년차 이죠.
이렇게 물어보셔서 굳이 한명을 대라고 한다면..
현지인 남편!
남편이 나에게는 "동네북“같은 존재였습니다.
내가 직장에서 당하면 남편에게 와서 “너희 오스트리아 인간들은 왜 그리 재수 없어?”하기도 하고, 내가 당한 일이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울기도 하고, 털어버리곤 했지만.. 남편도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남편은 평생을 살아도 마눌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죠.
남편은 나와 같은 외국인이 아니니..
외국인 아낙이 독일어 때문에, 혹은 조금 우스꽝스러운 발음 때문에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해도 그걸 이해하는 마음보다는 “독일어 공부 열심히 해!”로 답하는 인간형이죠.^^;
일본 아낙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직장 내에서 느끼는 내 외로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근무한지 20~30년 된 동료들은 이미 그들 사이에 끈끈한 관계가 형성이 되어있는 상태라 그들 사이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고,(그들이 내가 들어갈 자리를 비워주지도 않죠.) 이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는 나이 어린 현지인 직원들은 외국인 직원의 말이나 행동 하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려서 근무하는 것이 참 쉽지 않고, 항상 외로워!”
그녀도 내가 느끼는 “외국인 직원”의 느낌을 안다고는 하지만.. 내가 매번 느끼는 그 “내 자신이 놀림감”이 되는 비참함을 실감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녀도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외국인 직원”으로 살아왔지만,
그녀가 일했던 곳은 나름 이름이 알려진 오케스트라.
현지인만큼이나 외국인 연주자들이 많은 곳이죠.
그리고 학력이 사람의 인격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부분 대(학원)졸업자들의 직업의 세계와 중졸자들인 서민들의 세계와는 다르죠.
우리나라 공장 노동자들이 “대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죠.
“자기 나라에서 대학교 졸업하면 뭘 해? 못 사니 우리나라 공장에 와서 일하는데..”
대졸이라고 해도 그들의 나라에서나 그렇고, 한국어 어눌한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나랑 똑같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아니 나보다 못하죠. 나는 현지인이라 그래도 말은 잘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눌하게 말을 하니 모자라 보이죠.
그러니 상대가 대졸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어눌한 한국어를 하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직원.” 내가 대충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슬프지만 이것이 내가 가진 현실이죠.^^;
5년 만에 나와 같은 외국인과 “외국인 직원의 힘든 현실”을 이야기 했습니다.
수다로 털어내고 나니 속은 조금 편하네요.
현지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이런 “서글픈 차별과 내가 느끼는 외로움”.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은 평생 내가 지고 가야할 나의 업보이지 싶습니다.
내가 늙어서 이 땅의 요양원으로 들어간다면..
죽을 때까지 나는 차별 속에서 견뎌내야 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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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Adomt 아드몬트의 크리스마스 시장" 영상입니다.
우리부부의 전투 상황도 들어있죠. ^^;
이미 편집해서 업로드 해 놓은 영상들을 뒤로 물리고,
부지런히 편집중인 "크리스 마스 시장 시리즈" 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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