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옆 건물인 시부모님 댁에 요즘 부쩍 자주 드나듭니다.
남편이 엄마네 건물에 갈 때 마다 살짝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네 가면 항상 먼저 엄마한테 말을 건 후에 아빠한테 가!”
남편이 마눌의 말을 새겨듣고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를 며칠 전에 이야기 했었습니다.
아빠와 서로 소,닭보듯이 했던 남편.
(별로 친하지 않은 아빠와 아들입니다.)
아빠가 남편에게 뭔가 부탁할 일이 있어 우리 방에 오셔도..
들어오시지 않고 문 앞에 서서 말씀을 하시곤 하셨었죠.
아빠가 아프신 이후로 남편은 “아빠에 대한 모든 것”을 다 확인합니다.
병원 검진이나 여러 가지 사항들을 자신이 다 관리를 하죠.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이런 행동을 난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아빠가 혹시 잘못되면 엄마가 혼자 남으시니 엄마를 생각해서 그러가 부다..”
하지만 내가 느낀 엄마의 심리변화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죠.
“당신 엄마네 가면 꼭 엄마한테 가서 말 걸고 그리고 아빠한테 가!”
“왜?”
“엄마는 아들바보인데 그 아들이 아빠한테 가면 엄마가 얼마나 섭섭하겠어?”
“에이~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https://pixabay.com/images/search/mother%20and%20son/에서 캡처
우리 집은 시아버지는 딸바보, 시어머니는 아들바보입니다.
그래서 아빠는 시누이를, 엄마는 남편을 티나게 챙기시죠.
내가 그동안 봐온 남편은 엄마에 대한 마음이 참 깊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지 아는 장남이죠.
결혼 전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
“난 결혼 후에 당신이 일을 했으면 좋겠어.”
집에 있으라고 해도 일할거지만 그래도 궁금하니 물었습니다.
“왜?”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부부싸움만 하면 우셨어.
”내가 경제능력이 없어서 이혼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하시면서..”
엄마는 결혼 후에 아빠의 사업체에 직원으로 등록이 돼서 집에서는 아내, 밖에서는 직원으로 사셨죠. 그러니 아빠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상태!
어린 아들은 엄마가 우시면서 하셨던 그 말이 가슴에 박혀 있는 듯 했습니다.
“불쌍한 울 엄마, 능력이 안 되서 평생 그렇게 사셔야 했던 분!”
엄마를 고생시킨 아빠여서 그런지 아빠와는 대화도 거의 없는 아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타 도시로 대학을 갔고, 졸업 후에 또 거기서 취업.
20살에 집 나와서 산 세월이 30년을 바라보는 남편입니다.
집 나와서 산 이후로는 명절이나 가끔 집을 방문하는 정도이니..
아빠와 친해질 시간도 없고, 또 그럴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남편이었죠!
하지만 그랬던 남편이 변해도 너무 변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쭉~~옆에서 남편을 봐온 마눌도 신기한 현상입니다.
“아빠와 아들이 얼마나 대화를 안 했었냐?” 하면..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남편과 저녁에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우리는 인사만 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고 나는 오페라 극장으로 남편은 집으로 오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끊임없이 말씀을 하시니 중간에 말은 끊기도 뭐해도 있다 보니 시간이 흘러 1시간 반!
결국 며느리가 극장에 가야한다는 걸 아신 아빠가 작별인사를 하신 덕에 그곳을 탈출했었는데..
그때 남편이 했던 말.
“지금까지 살면서 아빠랑 했던 대화중에 가장 긴 대화였어.”
아빠와 1시간30분 대화한 것이 가장 긴 대화였다니..
알만한 부자관계죠? ^^
https://pixabay.com/images/search/mother%20and%20son/에서 캡처
요즘 엄마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마당에서 만나는 며느리에게 당신의 심리를 보여주시는 듯도 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네 아빠가 나보고 ”Gute Nacht 굿테 나흐트“하더라.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들었봤다.”
여기서 잠깐!
Gute Nacht = good night = 잘 자요!
“어제 그 말을 듣는데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뭐 힘들다고 그런 말씀도 안 하셨데요?”
아빠는 음식이 맛있어도 “맛있다”하시지 않으시는 스탈입니다.
당근 “사랑한다”는 말을 하셨을 리도 없고!!
아빠가 아프신 후로 마당에서 엄마를 만나면 엄마는 아빠가족들에 대한 뒷담화 비슷한 걸 며느리에게 하십니다.
그동안 들어온 것이 있으니 시할머니/시할아버지가 어떠셨는지는 잘 알고 있고!
시조부님이 어떠시냐구요?
궁금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013
시 할머니의 무덤
아빠께 들은 이야기로는 시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당신네 마당에 집을 지어서 살던 아들의 집 명의까지 다 당신이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아빠가 “내가 지은 건물의 명의는 내 앞으로 돌려 달라.”고 해서 요양원에 들어가시면서 해 주셨죠.
아빠의 형제들은 아빠가 지어서 살던 집까지 “부모님의 유산”에 포함이 되어야 하며, 부모님의 유산이니 아빠도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한다는 조금 황당한 이야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시부모님도 그렇고, 남편의 형제들도 고약한데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을 하셨을까?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여쭤봤는데 뜻밖의 대답을 하시는 엄마.
“딱 두 번 만나보니 아닌 거 같아서 정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네 아빠가 날 안 놔주더라.”
“그럼 엄마는 왜 아빠를 만나셨는데요?”
“울 아빠 때문에 얼른 집을 탈출하려고 했었지.”
우리나라에도 있는 속담이죠.
“노루를 피하니 범이 나선다.”
그렇게 엄마는 성격 까칠한 남편을 만나서 한평생을 사셔야 했고, 남편보다 성격이 더 까칠한 시부모님은 옆집에 사시면서 내 자식이 울면 운다고, 웃으며 시끄럽다고 타박을 하셨고,
남편의 형제들은 주말마다 찾아오고, 휴가 때면 같이 어울려서 휴가까지 가서 평생 “시”가족들과 일상을 사셔야 했던 엄마.
나도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데 엄마가 자꾸 이야기를 꺼내시는걸 보니,
아픈 아빠를 챙기는 아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시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지금 많이 섭섭한 상태이신 거죠.
그런 마음을 며느리에게 자꾸 보이시는 거라 생각해서 남편이 엄마네 집에 갈 때마다 단속을 합니다.
“엄마한테 가서 먼저 어떠시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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