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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안티 천국, 시집살이

by 프라우지니 201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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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시집와서 살고 있는 나는 한국인 아낙!

내 주변의 식구라고는 현지인 남편과 현지인 시부모님.

 

나도 인간인지라 스트레스가 쌓이면 풀어야 하죠.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시부모님에게 섭섭한 것은 남편에게 털어놓고,

남편에게 섭섭한 것이 생기면 바로 시부모님께 달려갑니다.

 

내딴에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기는 한데,

남편이나 시부모님의 반응은 항상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잔소리외에는 입을 다물고 사는 남편에게 시부모님 때문에 섭섭한 이야기를 하면..

벽보고 이야기 하는 느낌입니다.

 

“자기 부모님이니 부모님의 성격을 모를리 없는 남편!”

 

마눌이 섭섭하다고 투덜거리면 한마디 정도 맞장구를 칠만도 하지만 절대 안하죠.

 

시부모님도 마찬가지십니다.

 

남편에게 섭섭한 것을 이야기하면 두 분이 조금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만족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시죠.

 

어떻게?

시어머니는 매번 같은 반응이십니다.

 

“그래도 네 테오는 내 테오보다 낫다.”

 

시아버지와 남편은 이름이 같습니다. 남편은 이름과 성 사이에 "안드레아"라는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서류상의 이름일뿐, 일상에서 쓰이는 이름은 아빠와 같죠.

 

그래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이름이 같은 부자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늙은 테오(아빠)와 젊은 테오(아들)”

“큰 테오(아들)와 작은 테오(아빠)”

“네 테오(아빠/아들)와 내 테오(아빠/아들)”

 

“엄마, 테오가 장보러 가서는 자꾸 잔소리 하고 짜증나게 해요.”

“그래도 네 테오는 낫다, 내 테오는 아예 따라오지를 않아.”

“엄마, 테오가 요리를 해서 자꾸 먹으라 그래놓고 나중에 뚱뚱하다고 구박해요.”

“그래도 네 테오는 요리라도 해주니 내 테오는 요리는 젬병이다.”

 

가끔 엄마도 며느리에게 남편 뒷담화를 하십니다.

“아 글쎄, 네 아빠는 왜 그러냐?

마당에 아직 예쁘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다 뽑아버렸어.”

“아직 꽃이 많이 피어있는데 왜 그러셨을까요?”

“내가 내 남편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 네 남편은 안 그러지?”

“엄마, 내 남편도 아빠 (와 성격과 하는 행동이 거의 비슷한) 아들 이거든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앉아서 서로의 테오를 이야기 해 보면..

닮아도 너무 닯은 두 남자의 성격 때문에 두 여자가 참 피곤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그래도 네 테오가 훨씬 더 낫다.”

 

아빠는 뭘 잘못해도 “미안해”라는 말씀도 안 하시고, “음식이 맛있다”는 말씀도 안 하시고, 뭘 해줘도 “고맙다”라는 말씀도 안 하시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오스트리아 사람인디?) 스타일이시죠.

 

같은 “경상도 사나이형”이라고 해도 남편이 아빠보다는 여우처럼 행동합니다.

마눌의 눈치를 봐가면서 어르고 뺨치는 실력이 300단이죠.

 

장,단점이 제각기 다른 엄마와 나의 “테오들”이죠.

 

아빠는 재테크에 조금 뛰어나신듯 합니다.

그 옛날에 “주식”을 어떻게 아셔서 투자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몇십년 가지고 계신 주식도 있고, 매년 주식에 대한 이자 배당금도 받으는듯 하죠.

 

아빠랑 대화중에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 테오가 집을 살 생각을 안 해죠.

요새는 이자도 세지 않아서 집을 사두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하던데..”

 

 

 

우리 동네에 새로 짓는 주택단지가 있습니다.

내가 자전거 타고 다니는 길목에 있죠.

 

꽤 오래전, 우리가 그라츠에 살 때 “오른 집값”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당시인 2007년, 남편이 집을 사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계획은 곧 오스트리아를 뜰 계획이라 “살까말까”하다가 결국 사지 않는 집!

 

그 주변에 사는 남편의 회사 동료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들었던 이야기.

 

“내가 이집을 사고 4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4만유로가 올랐더라고!”

 

“4천유로”도 아니고, “4만유로”라니 제대로 돈 버는 방법이죠!

그때부터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죠.

 

“집을 사야 돈버는 거야!”

 

하지만 남편은 생각이 다르죠.

“집은 사는 것이 손해!”

 

집은 구입과 동시에 조금씩 낡아가니 여기저기 수리를 해야하죠.

그거나 “월세”나 비슷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빠한테 남편의 이런 점이 못마땅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며느리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개는 왜 그런다냐..”하셔야 위로가 되는데!

 

“집이 있어도 세금을 내면 거기서 거기야!”

 

집이 있으면 집에 대한 세금에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이 월세와 비슷한 금액은 절대 아닌데!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내 동료 “소냐”는..

“한 달에 평균 100유로 정도로 월세 700~800유로 낼 때랑은 비교도 안 된다”던데..

 

아빠는 아들이 집을 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아들이 빨리 집을 사서 분가를 해야 당신들도 “둘만의 편안한 일상”이 되실텐데..

 

집 문제만이 아니고 며느리가 다른 이야기를 해도 아빠의 반응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절대 며느리편이 되시지 않죠.

 

오죽했으면 “아빠는 내 안티?”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나에게 안티는 가끔 내 블로그에 와서 “악플 성향의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로 충분한데!

가끔은 내가 중간에 이간질 하는 나쁜 인간이 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사이좋은 아들과 부모사이를 이간질 하는 악처이면서 못된 며느리???

 

악처이건, 못된 며느리이건간에 나도 인간이라 쌓이는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데... 물론 내게 쌓이는 스트레스는 다 이곳에 풀고 있지만, 그래도 식구들의 작은 호응은 필요한데!

 

작은 호응마져 해 주지 않는 가족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성(시집살이?) 에 갇혀서 사는 (뚱뚱한) 공주 아니, ”며느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방문객”인가 생각까지 듭니다.

 

나에게 이곳은 안티 천국입니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시누이까지!

 

그들이 나와 다른 문화,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인간들이어서 그럴까요?

오늘도 나는 “안티들과의 동거”를 아주 잘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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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끈따끈한 최신 일상의 영상입니다.

11월 중순에 오픈한 린츠의 크리스마스 시장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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