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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를 당황하게 한 한밤의 전화

by 프라우지니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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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에 신청한 나의 뉴질랜드 워킹비자.

아빠가 편찮으시다는 이유로 잠시 정지된 상태이죠.

 

“잠시 정지”도 일방적인 내 쪽의 요청.

 

내년 봄에는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멀찌감치 기간을 잡았죠.

대사관에는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었습니다.

 

“봄에 (아빠의) 검진이 있기는 하지만, 뉴질랜드는 6~7월쯤에 들어가게 될 거 같다.” (= 워킹비자는 내년 여름에 사용할 수 있게 받기로 하겠다.)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내년 1월에 재검사를 해야 아빠의 상태를 알 수 있거든요.

 

저는 봄쯤에 그만 둘 예정이지만, 여기서 바로 뉴질랜드가 아닌 중간에 동남아를 거쳐 갈 수도 있으니 뉴질랜드 입국은 일부러 멀찌감치 잡은 거죠.

 

그렇게 한동안 잊고 있었던 뉴질랜드 비자였는데..

한밤에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녁 8시, 평소에 ‘시계’로 사용되는 내 스마트폰이 울렸습니다.

전화를 하는 일도, 받는 일도 거의 없는 편이라 “시계”로 많이 보죠.^^;

 

찍힌 번호는 64로 시작하는 국가번호.

친절한 스마트폰은 그 곳이 뉴질랜드 라는 것도 함께 화면에 표시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나에게 전화를 할 사람이 없는데...”

 

“뭘까?”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아보니 “뉴질랜드 대사관”

내 비자서류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가 직접 오스트리아까지 전화를 했네요.

 

내가 본인인지 확인을 한 후에 영어로 속사포처럼 말을 합니다.

“마지막 보낸 이메일에서 내년 7월쯤에 비자를 받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 서류이지만 진행하고 있던 사람은 남편.

7월쯤에 입국한다는 이메일을 나에게도 확인 차 나에게도 말을 했지만 잊은 지 오래..

 

“그게 7월이었나요? 저기, 잠깐만 기다리세요. 남편에게 불어보고요.”

 

 

 

얼른 아래층에 있는 남편에게 달려갔습니다.

“남편,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전화 왔어.”

“그래서?”

“당신이 전화를 받아봐!”

“내가 왜?”

“당신이 비자 7월 달에 달라고 했어?”

“응”

“봄 아니었어?”

“7월인데?”

“왜 나는 그걸 모르지?”

“내가 이멜 보내면서 읽으라고 줬는데 왜 기억이 안나?”

 

마눌의 일이니 끝까지 대사관의 전화를 안 받으려는 남편이 결국 주방으로 뛰어와서 대사관 전화를 받았습니다.

 

간만에 하는 영어라 나도 당황하고, 남편도 당황하고!

둘 다 식은땀이 나는 순간들이었죠.

 

남편이 담당자랑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나는 옆에서 계속, 쭉~ 듣고 있었죠.

 

“대충 7월이라고 했지만, 아빠가 1월에 검진이 잡혀있고,

검진 후에 결과에 따라서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

 

뭐 이렇게 대화는 마무리 되고 전화는 다시 나한테 넘어왔는데..

대사관 그녀가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왜 2009년도에 비자연장도 없이 2달 더 머무셨어요?”

 

엥? 2009년도? (10년 전의 일이 당장 기억이 안 나죠.)^^;”

 

 

 

일단 전화기를 남편에게 넘겨주고는 얼른 방에 있는 여권을 가져왔습니다.

내 구여권에 그 당시에 받았던 비자들이 붙어있거든요.

 

내 여권에 붙어있는 “비지터(방문) 퍼밋”을 펴서 보여줬더니..

남편이 직원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 내가 뉴질랜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태라 아내가 방문을 했었다.”

 

내 퍼밋의 번호까지 불러주고 대화가 이어갔는데, 대사관 직원의 말을 종합 해 보면..

 

“퍼밋에 허가하는 날보다 먼저 입국을 해서 퍼밋과 상관없이 3개월 관광비자가 적용된 상태였는데, 내가 2달을 더 (불법)으로 머물렀다가 출국을 했다.“

 

일단은 얼떨결에 받은 전화에 얼떨결에 들은 “불법체류”라 부부가 정신이 없는 상태!

 

“아 그랬나요? 몰랐습니다. 이 일로 이번 워킹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있나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 해 주세요.”

“네, 다음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내가 불법 체류를 했었다면, 2012년에 2년짜리 워킹비자를 받을 때 문제가 됐을 텐데..

그때는 조용했던 문제가 이제야 불거져 나온다?

 

대화에 말미에 담당자는 비자에 필요한 모든 서류들을 다 첨부해서 보냈음에도 나의 담당자는 또 다른 것을 요구했습니다. 워킹비자 1년짜리 받는데 뭐가 이리 까다로운지..^^;

 

“부부의 이름이 다 찍힌 전기세 고지서가 있나요?”

“지금 우리가 시댁에 살고 있어서 전기세는 아빠가 내시는데요?”

“그럼 집으로 오는 우편물 중에 부부 이름이 나란히 나온 것이나 같은 주소로 온 (각자의) 우편물을 보내주세요.”

 

본인이 요구한 서류는 대사관 온라인으로 보내주고,

비자 발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1월31일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뉴질랜드 직원.

 

전화를 끊고 나서 우리부부는 왜 “불법체류”를 했는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어제 일도 생각이 잘 안 나는 중년에게 10년 전 일은 멀어도 너무 먼 이야기죠.^^;

 

남편은 뜬금없이 마눌을 타박했습니다.

 

“당신이 여기 적힌 날짜보다 더 일찍 입국해서 그런 거잖아.”

 

 

 

 

내가 2009년 언제 뉴질랜드 입국을 했는지 찾아보니..

내 입국날짜는 12월 9일!

 

방문 퍼밋이 발급된 날은 2009년 12월 18일.

나는 왜 퍼밋의 날짜보다 9일이나 일찍 입국했을까요?

 

"남편, 보통 비자는 정확하게 입, 출국 날짜가 찍혀서 나오잖아.

그런데 방문 퍼밋에는 만기(출국)날만 적혀있어.“

 

보통의 비자는 “입국”과 “출국”에 대한 언급이 비자 아래에 기록이 됩니다. 하지만 내가 받았던 이 방문퍼밋에는 “만기 전에 뉴질랜드를 떠나라”는 말만 있는 상태!

 

“남편, 12월 9일에 입국했는데, 방문 퍼밋 만기일이 딱 1년 뒤인 2010년 12월 9일이야.”

 

마눌의 이야기를 듣더니만 남편도 기억을 더듬는 듯 했습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

 

“맞다, 그때 당신 뉴질랜드에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웰링턴 이민국에 가서 방문 퍼밋 받았잖아.”

 

(나는 안 나는 기억이지만...)

나는 이 “방문퍼밋”을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받았었군요.^^

 

관광비자로 뉴질랜드에 입국 한 후에, 남편의 서류를 첨부해서 “방문퍼밋”을 받았던 거죠.

그렇다면 대사관 그녀의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

 

얼떨결에 전화를 받아서 한방 먹었던 우리부부.

 

그녀가 요구한 서류(같은 주소로 온 각자의 우편물) 준비와 함께 그녀에게 “당신이 착각 한거야!”라는 내용의 이메일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일로 갑자기 뒤통수를 맞을 때는 얼얼했지만..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추리(출국날짜가 입국 날로부터 딱 1년)와 기억을 더듬어보니 찾아지는 퍼즐 조각들!

 

처음 받아서 당황스러웠던 뉴질랜드에서 온 전화!

1월 31일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받을 예정입니다.

 

하. 지. 만!

10년 전의 일을 갑자기 물어오면 우리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당황하겠죠?

 

당신은 1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나이가 들수록 한 달 전 일도 기억하기 힘든 나에게는 무리가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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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어제에 이어지는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시장 2탄"

할슈타트의 작은 광장의 크리스마스 시장을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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