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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위기의 여자

by 프라우지니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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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 12년차 국제 부부.

나는 오스트리아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

 

어느 가정이니 마찬가지지만 우리도 살아가면서 매일 크고 작은 사건들에 부딪히죠.

부부간에 일어나는 사건은 자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아마 아이가 있었다면 우리부부의 삶이 더 파란만장해졌겠죠.

각자의 문제 외에 아이들 교육까지 더해져서 서로 다른 성격의 부부가 전투를 했을 테니..

 

나는 남편의 나라에 사는 외국인 아낙이라,

남편이 나한테 잘할 때보다 못할 때가 더 사무칩니다.

 

남편이 잘할 때 내가 느끼는 감격스러운 감사함의 최고가 50%라고 친다면..

남편이 나한테 못할 때 내가 느끼는 서러움의 최저는 200%가 됩니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남편이 나한테 잘했을 때보다 못할 때가 더 많죠.

 

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물론 다 제 편이시니 제 편을 들어주시죠.

“뭐 그런 인간이 다 있냐?”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

 

물론 이런 댓글들이 저에게 힘을 주시려는 분들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내 남편이 그렇게 못된 인간형은 아닌데..”싶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남편이여서겠죠.^^

 

남편은 덩치는 곰인데, 하는 짓을 보면 아주 얍삽한 여우입니다.

마눌의 눈치를 봐가면서 심하게 까부시죠.

 

마눌의 심기가 심하게 불편하면 아기 곰처럼 둔한 척 하면서 재롱을 떨어대다가,

마눌의 다시 유쾌한 상태가 되면 살쾡이가 되어서 발톱을 드러내고 잡아먹으려도 대듭니다.

 

 

 

두주일쯤 전에 한바탕 싸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싸움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남편은 어떻게 하면 마눌이 훌러덩 뒤집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죠. 남편이 마눌이 뒤집어지는 스위치를 살짝 켜신 거죠.

 

우리 부부가 싸움을 시작하면 내가 꼭 챙기는 건 “여권”

집 나와서 바로 한국을 가려고 그러나? 왜 잊지 않고 여권은 챙기는 것인지..

 

이번에는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남편과 이혼을 했다고 해서 한국으로 갈 필요는 없죠.

지금 난 남편과 상관없는 비자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이제는 비자연장 할 때 더 이상 남편의 “월급명세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자서류에 남편이 보태줘야 하는 서류가 없다는 뜻은 남편의 영향권 밖이라는 이야기죠.

 

국제 결혼해서 오스트리아에 들어온 아낙이 남편 없이도 살 수 있는 비자의 종류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59

달라진 내 비자 타이틀

 

보호자처럼 나를 챙기고, 내 어려움을 다 해결 해 주고 나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남편.

더불어 나에게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인내력 테스트도 따라오죠.

 

나는 주 20시간 일하는 시간제 직원이어서 다른 아낙들보다 더 팔자가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집에서 노는 건 아닙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남편의 끼니도 챙겨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옆집에 사는 시부모님의 눈치도 살펴야 하죠.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있네요.

남편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퇴근해서 괜히 마눌을 잡습니다.

 

“청소는 안 했냐, 집이 왜 이렇게 더럽냐?”

“도대체 집에서 하는 일이 뭐냐?”

“하루 종일 그렇게 주방에만 짱 박혀있었냐?”

 

내 기분이 나쁘지 않은 날도 이런 잔소리는 싫지만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 인간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부다..”

 

하지만 내 기분이 꿀꿀할 때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열 받죠.

 

내가 주 40시간 일하면 그만큼 돈을 더 벌수 있지만, 주 20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해도 티 안 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서도 돈이 나오지 않는 일이죠.

 

 

 

얼마 전에는 ‘혼자살기“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 해 봤다는 이야기죠.

 

지금은 주 20시간이지만 주 40시간 일한다면 경제적으로는 넉넉하고!

월 300유로정도면 혼자 살 수 있는 집 하나는 얻을 수 있을 거 같고!

 

주 4일 출근하면 남편이 구박하는 내 독일어 실력도 훨씬 더 좋아질 것 같고!

(아무래도 사람들하고 접촉을 많이 하면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보다는 당연히 늘겠지요?)

 

물론 혼자 사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 혼자 살 집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다 이해도 안 되는 집 계약서의 세세한 사항은 다 번역해서 읽어야겠죠?

 

- 집 얻어 들어가면 전기 계약도 내가 직접 해야 하는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하면 되겠지!^^

 

- 나는 차도 없는데 이삿짐은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여기는 리어카(손수레)도 없는디..

 

- 침대나 냉장고, 세탁기도 다 새로 사야 할 텐데 이건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가장 큰 문제는 여기는 내 친구들이 없다는 사실이죠.

주변에 친구들이, 특히 이혼한 친구들이 있어야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청할 텐데..

 

이래서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내 주변에 이혼한 친구가 한둘 정도 있었고, 혼자 사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한동안은 그 친구네서 살면서 나 혼자 살아갈 집도 알아보고 하면서 조금은 쉬운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여기는 아는 사람도 없으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상황!

마눌의 “이혼하자!”는 말을 남편이 한 번도 정색하며 들은 적은 없지만..

 

마눌의 심기가 매우 심란할 때는 며칠이고 납작하게 엎드려서는 마눌을 떠받드는 남편.

남편은 이번에도 마눌이 “열 받아서 한번 해보는 말”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농담처럼 말하죠.

 

“난 당신이랑 이혼 절대 안 해!”

“그래! 공짜로 집안일에 온갖일 다 해주는 가정부라 놓치기 아깝지???”

 

마눌에게 고운 말이 안 나가는 때인지라 기분 좋지 않는 대답을 듣지만 그래도 싱글벙글.

 

아마도 이때쯤이지 싶습니다.

내가 간절하게 “집 나갈 생각”을 며칠간 생각했던 시기가...

 

http://jinny1970.tistory.com/3084

나를 화나게 하는 남편의 똥고집

 

물론 그깟 햄버거 하나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했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또 그렇게 속이 좁은 여자는 아니거든요.

 

평소에 마눌을 대하는 남편의 행동과 말까지 더해져서..

며칠간 “이혼”“혼자 사는 것”을 곰곰히 생각했었습니다.

 

나만의 공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자유, 나만의 시간

무엇보다 “잔소리 하는 남편이 없는 내삶”을 간절히 원했던 나날이었죠.

 

오스트리아의 법으로 이혼을 하게 되면 각자의 재산을 반씩 나누게 되죠.

 

나보다 재산이 많은 남편이니 남편이 재산과 남편의 받게 되는 월급의 반도 내 소유가 되겠지만..

 

시누이는 법을 전공해서 법률가로 일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마눌에게 한 푼 안줄 수 있는지..” 법에 관한 조언을 해 줄 테고, 남편 또한 평소에 지나치리 만큼 꼼꼼한 성격이라 그동안 마눌에게 (생활비)계좌이체 해 준 기록이랑 여러 가지를 증빙서류로 다 준비해서 마음만 먹으면 “마눌에게 땡전 한 푼”안줄 수도 있거든요.

 

농담처럼 “이혼하면 당신이 백만 유로를 위자료로 줘!”했지만,

정말로 나갈 생각을 하니 “내 짐만 가지고 나가자“싶더라구요.

 

며칠간 우울해 하며 깊게 생각했던 “이혼”은 이번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마눌이 이번에는 신중해졌다는 걸 느꼈는지 며칠 동안 조심 또 조심하는 것도 눈에 띄었고, 아빠가 딸 챙기듯이 살뜰하게 마눌을 챙기는 남편의 사랑 때문에 이번에는 그 마음을 풀었습니다.

 

하. 지. 만.

앞으로도 종종 저는 “이혼”을 꿈꾸지 싶습니다.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서 사는 방법은 알아놔야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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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 부부가 알콩달콩 할때의 모습입니다.

오늘의 이야기와 전혀 반대되는 상황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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