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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시누이보다 더 한 존재, 시동생

by 프라우지니 201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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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아버지의 형제분들은 우애가 남다르십니다.

 

우애가 좋아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형제사이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내가 문제가 있으면 언니나 오빠 혹은 동생에게 상의를 하고, 위로나 조언을 받고 할텐데...

 

여기는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는 않습니다.

 

시삼촌이 이혼하실 당시에 형제들중 아무도 시삼촌에게 이혼사유및 여러가지 상황을 듣지 못했고, 형제분들 또한 아는 척이나 위로같은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께 여쭤보니 본인이 이야기 하지 않으려는 문제라 모른척하셨다는...

 

3형제는 매주 일요일에 우리 집에 모여서 함께 당구도 치시고, 카드놀이도 하시고, 두 분의 고모님들은 매주 오시지는 않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은 형제들이 모임에 참가를 하십니다.

 

가장 큰 행사가 되는 연말에 우리 집으로 시아버지의 형제분들, 3남2녀가 모두 참석 할 때도 있고, 한 여름에 짤츠캄머굿 근처 호숫가에서 모두 모여서 일종의 야유회를 즐기시기도 하십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함께 형제,자매분들의 부부동반해서 여름휴가를 같은 지역으로 다니시고 했는데..

 

연세가 드시고, 돌아가신 분(시고모부님)도 계시다보니 더 이상 휴가는 안 가시네요.

 

남들이 보기에는 참 우애 좋은 남매들인데,.. 전부 “시”가 붙은 사람들이다보니, 누군가에게는 함께 한 그 세월이 힘들었을 수도 있지 싶습니다.

 

마음 편히 가고 싶은 여름휴가를 “시숙, 시동생, 시누이”까지 패키지로 간다?

아무리 외국이라고 해도 “시”자가 들어가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처음에는 항상 불평만 하시는 시어머니가 조금 부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거리를 두면 이런 모습이 안 보일 텐데..

같이 살다보니 너무 적나라하게 알게 되는 시어머니.

 

“엄마는 왜 그러시지?”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었죠.

며느리에게 조금만 덜 보여주셨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운 사이이니 많이 보여주고, 거기서 오는 실망감도 생기게 되거든요.

어느 샌가 나는 엄마를 투덜이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시부모님 결혼사진, 엄마는 참 고우셨습니다.^^

 

매주 찾아오는 시숙내외도 짜증스럽고, 말이 너무 많은 시동생도 반갑지 않고!

와도 새촘하고, 싸하게 쳐다보는 시누이들도 그저 그런 우리 시어머니.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 시삼촌이 오셔도 절대 같이 먹자고 권하지 않는 우리식구.

특히나 엄마가 질색을 하시죠.

 

엄마가 몇 번 시삼촌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네 시삼촌은 오면 케이크이나 이런 거 먹으라고 한조각 주면 어쩌는줄 아냐?

케잌에 코를 박고는 냄새를 맡아.“

 

케이크와 거리를 두고 단순히 냄새를 맡는 수준이 아니라..

케이크에 코가 닿도록 가깝게 댄답니다.  마치 코로 케이크를 먹듯이 말이죠.

 

그래놓고는 자기 코가 닿았던 케이크를 안 먹는다고 내려놓는답니다.

그럼 그 코 닿은 케이크는 누구보고 먹으라고???

 

시어머니는 케이크를 꽤, 자주 구우시고, 맛있게 만드십니다.

 

집에서 구운 케이크를 먹으라고 권하는데,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은 후에 안 먹겠다고 내려놓는 시동생.

 

집에서 만든 케잌이 오래되어봤자 며칠이나 됐다고 냄새를 맡으신 것인지.

그리고는 항상 “내 마누라가 음식을 제일 잘한다."고 하신다는 시삼촌.

 

(지금은 이혼하시고 서른 중반의 노총각 아들 밥 해주고, 요리 해 주면서 살고 계십니다.)

 

나야 가끔 마당에서 마주칠 때만 인사를 하지만,

시삼촌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우리 집에 오십니다.

 

오셔서 형님(울 아빠)와 당구를 치시기도 하고, 대화를 하시다가 가시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시삼촌의 손에는 맥주가 들려있죠.

 

시삼촌은 술을 즐기셔서 코끝이 항상 빨갛지만,

당신의 코는 “술”때문이 아니라 “햇볕”에 타서 그런 것이라고 하시죠.

 

매주 우리 집에 놀러 오시는 시큰아버지 내외분은 수돗물만 드신다고 합니다.

 

케이크이나 음료를 권해도 사양하시고 그냥 수돗물만 드시다가 가시는데,

시삼촌은 오시면 항상 맥주를 드신다고 합니다.

 

아빠가 사다놓은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드시죠.

 

작년 여름 우리 집의 햄버거 점심에 초대되어 오셨던 시사촌과 그의 아들.

 

시삼촌이 드시는 맥주양이 꽤 되는데, 그걸 시아버지가 내시는 모양입니다.

 

보통 “더치페이”가 일반적인 이곳인데,

“내리사랑”이라 아빠가 동생의 술값을 내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들은 시삼촌에 관한 이야기 하나.

 

시삼촌이 평소에 말씀을 웬만한 아낙보다 더 많이 하신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시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셨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하소연 하시듯이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아, 글쎄 며칠 전에 네 시삼촌이 맥주 꺼낸다고 우리 집 냉장고 문을 열지 않았겠니?”

 

보통 남의 집의 냉장고를 여는 건 허락을 맡고 하는 일인데..^^;

 

“냉장고를 열고는 하는 말이 ”너희는 뭘 이렇게 많이 처먹어“ 하기에, ”아이들이 와서 점심도 먹고 해서“라고 했더니만, ”아니 개네들은 따로 밥을 안 해 먹어? 자기네가 알아서 해 먹어야지 왜 챙겨?“

 

여기서 시삼촌이 사용하신 단어가 쫌 그렇습니다.

보통 “먹다”라는 단어는 Essen 에센(우리나라에 이런 제목의 잡지가 있죠)인데,

 

시삼촌이 사용한 단어는 “fressen프레센“

fressen프레센은 사람의 아닌 “동물들의 먹다”입니다.

굳이 해석하자만 “게걸스럽게 먹다, 먹어치우다,

내가 해석하고 이해하는 이 단어의  의미는 ”처먹다.”

 

정말 친한사이라고 해도 동물들에게 사용하는 동사인 "먹다,마시다"는 안쓰는것이 좋은디..

형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형수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이..

 

“너희는 뭘 이렇게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고는 게걸스럽게 먹어?”

 

남의 집 냉장고를 열었으면 꺼내려고 했던 맥주만 꺼내면 되지 웬 헛소리를 하셔가지고..

엄마가 둘러대신 말도 맘에 안 들기는 했습니다.

 

그때 집에 시누이가 휴가를 온 상태라,

시누이가 시부모님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이용했었거든요.

 

우리부부는 시어머니가 ”밥 먹으러 와라~“할 때만 가는데, 시어머니가 둘러대신 말뜻에는 ”우리 부부도 매일 시부모님네 집에 끼니를 해결하고 가는 아들내외가 되어버렸네요.^^;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시어머니가 왜 시삼촌을 질색하시는지 알거 같습니다.

 

시삼촌은 우리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사시면서 평생 같은 주택단지에 사셨습니다.

 

처음부터 시동생을 그리 대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뭘 먹으라고 권해도 코를 음식에 뭍어 냄새를 맡고는 한다는 말이..

 

“내 마누라가 만드는 것이 제일 맛있어.”

 

누가 당신 마누라 음식 잘하냐고 물어봤냐고?

 

형수가 뭘 먹으라고 권하면 “감사히 드시던가, 아님 ”배부르다“고 사양을 하시던가..

왜 그리 미운털 박힐만한 행동을 줄줄이 사탕으로 하셨던 것인지..

 

“시댁식구”중의 최악은 “시누이‘인줄 알았는데..

제 시어머니께 최악의 시댁식구는 “시동생”이었네요.

 

한 집 건너 옆집에 살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고,

말은 시누이보다 더 많고, 얄밉기도 시누이보다 더 한 시동생.

 

시어머니는 당신의 시부모님과 한집에 사시면서 엄청 스트레스 받으셨을 텐데..

거기에 깐족이는 시동생까지 이웃에 살면서 시시때때로 찾아오셨을 테고!

 

어떤 시부모님이셨는지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013

시 할머니의 무덤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네 시누이에게 내가 죽으면 나중에 절대 공동묘지에 묻지 말라고 했다. 나는 XX(남편 성)씨 라는 아주 신물이 난다. 나는 화장해서 양귀비 꽃밭에 뿌려 달라고 했다.“

 

공동묘지는 보통 가족단위로 묻히니 시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할머니/할아버지가 묻히신 묘지에 합장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죽어서도 유골들이 함께 모여서 영원을 기약하죠.

 

시집살이 끔찍했던 며느리에게 이보다 더한 형벌은 없는 거죠.

그 지긋지긋한 시부모님과 죽어서도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니..

 

화장해서 공동묘지와는 뚝 떨어진 곳에 뿌려달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은 잘 새겨두고 있습니다. 시누이에게도 말을 하셨지만, 나중에 필요한 경우에는 나도 시누이의 말에 힘을 실어줘야지요.

 

너무 말이 없는 시누이와도 불편하지만, 너무 말이 많은 시누이여도 문제가 될 뻔 했습니다.

말 많은 시동생을 둔 시어머니가 시시때때로 쌓이는 울화가 푸시는걸 보니 말이죠.

 

스트레스 안 받고, 아니 덜 받고 살아야 할 말년.

 

시어머니는 매주 찾아오는 시숙 내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시고, 한 동네에 살아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시동생의 “생각 없는 말 한마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십니다.

 

시삼촌을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

 

“나는 시동생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나 있는 시누이도 수다스럽지 않아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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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여름 부모님과 저녁 자전거 나들이 갔던 영상입니다.

자주 시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며느리는 아니지만, 가끔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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