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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산 구명조끼

by 프라우지니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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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하는 남편.

남편이 사들이는 물건 중에 가끔은 “이건 왜?”하는 물품들이 있습니다.

 

택배로 배달되어온 물건 중에 뜬금없는 물건은 바로 “구명조끼”

이건 뭔가? 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구명조끼”를 사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네요.

 

작년 9월에 크로아티아를 거쳐서 몬테네그로의 고토르까지 여행을 갔었습니다.

 

남편은 휴가를 가면 한 곳에서 머무는 편한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마눌은 새로운 도시나 지역을 보면서 하는 여행을 선호하죠.

 

그래서 “마눌을 위한 여행”이라고 남편이 붙였던 여행!

 

마눌을 위한 여행이라고는 해도, 남편은 차로 달리는 시간을 하루에 2~3시간 정도로 한정을 해서, 매일 오후쯤에는 남편이 원하는 시간들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해변에서 선탠을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보트를 타기도 하고,

캠핑장 근처의 산이나 들에 트랙킹을 하기도 했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에서 2박3일을 보내고 몬테네그로의 고토르를 가던 길.

달리면 금방인 곳이었지만 고토르까지 한 번에 달리지 않고, 중간에 하루를 쉬어갔습니다.

 

우리가 하룻밤 머물러 간 곳은 Morinj모리니.

도로 옆에 작지만 풍경이 근사한 캠핑장의 하룻밤 숙박비는 20유로.

 

그렇게 캠핑장에 짐을 풀고 우리는 오후에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카약에 바람을 넣어서 바다로 나갔습니다.

 

여행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남편과는 달리 마눌은 “발견의 즐거움”을 좋아합니다.

한마디로 준비를 전혀 안 한다는 이야기죠.^^;

 

"그까이거! 거기 도착해서 관광안내소에 가던다, 동네 가서 볼거리 물어보면 되지!“

 

뭐 이런 스타일입니다.

사전준비 철저한 남편이랑 살면서 스트레스 덜 받는 방법이죠.^^ (핑계야~~)

 

 

 

그날 우리는 생각보다 엄청 멀리 나갔더랬습니다.

 

망망한 바다 위에 우리 카약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생간 보트와 마주쳐서 엄청 반가워서 인사도 했었습니다.

 

우리 카약과는 조금 더 큰 카누를 타고 우리 곁을 지나치신 노부부.

지나치면서 서로 웃으며 짧은 인사를 했었습니다.

 

 

 

남들은 다 크고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온 이곳.

“Our Lady of Rocks" 바위 위의 성모(마리아)

 

우리는 한 시간 넘게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노 저어서 갔었죠.^^

 

이 날 바닷물이 들어오는 코토르 만 쪽으로 나가보려다가 파도가 너무 세서 힘들다 생각한 남편의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지만 말이죠.

 

섬으로 오는 길에는 바람도 불고 파도도 조금 높아서“그냥 돌아갈까?”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일단 생각지도 못한 유명한 관광지에 얼떨결에 도착한 꼴이 된 거죠.^^

 

다들 모터보트 타고 오는 곳에 유일한 무동력 보트, 우리 고무 카약!

 

혹시 우리 비싼 카약에 누가 손댈까봐...

섬에 도착해서도 마눌이 섬을 돌아다닐 동안 보트 옆에 있겠다는 남편!

 

섬을 후딱 돌아본 마눌이 남편에게도 잠시 구경할 시간을 줬습니다.

고가의 카약 때문에 부부가 손잡고 섬 구경은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날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캠핑장 구경을 다니던 마눌이 발견한건 우리가 바다 위에서 만났던 노부부의 카누. 우리와 같은 캠핑장에 머물고 있었네요.

 

남편에게 달려가서 왕소란을 떨었습니다.

 

“남편, 아까 만났던 카누, 우리 캠핑장에 머물고 있다. 우리 그 카누 구경 가자!”

 

그렇게 우리는 이 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스위스에서 오신 부부는 올해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집 나오셨다고 합니다.

은퇴기념으로 하시는 장기여행인거죠.

 

가지고 계신 카누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었죠.

 

 

 

바람을 넣어야 하는 우리 카약과는 달리 뼈대에 비닐만 씌운 캐나다 카누.

우리 것보다 더 안전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말씀.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고, 무게도 꽤 나갔지만 크기만큼은 맘에 들었던 캐나다 카누.

 

당신들이 스위스의 호수지역에 사시니 나중에 스위스로 놀러오면 같이 보트타자고 하셨었는데.. 그저 그분들의 연락처를 받기만 했습니다.

 

이때 이분들과 나눴던 대화가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두 분 다 구명조끼를 입고 카누를 타시는데 우리는 마눌만 입으니 하시는 말씀.

 

“구명조끼는 수영을 할 줄 알아도 꼭 입어야 해요. 물에 빠지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수도 있고, 또 당황해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그러니 구명조끼는 반드시 입어야 해요.”

 

남편은 수영할 줄 안다고 구매도 안했던 아이템이었는데...^^;

 

그리고 또 해 주시는 말씀!

 

“물에 빠지는 훈련은 꼭 해야 해요.

평소에 연습을 해 둬야 보트가 뒤집혀도 당황하지 않고 연습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남편이 평소에 마눌에게 했던 말!

 

“보트가 뒤집히면 일단 물가에서 제일 가까운 땅쪽으로 헤엄쳐서 가!”

'당신은? 배는“
”그냥 당신만 헤엄쳐서 가!“

 

마눌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물에 빠지면 당연히 뜰 테고, 적당히 팔, 다리만 저으면 땅 쪽으로 갈수는 있겠지만, 뒤집힌 배는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하는지는 이야기 한 적이 없습니다.

 

 

이분들이 해 주신 조언은 잊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잊지 않고 있었나봅니다.

구명조끼를 구매한걸 보면 말이죠.

 

구명조끼를 구매한 시점이 지금쯤인걸 봐서는..

뉴질랜드에 가져갈 목적 인 것 같기도 하고!

 

구명조끼를 입어보며 남편이 했던 말.

“우리 아터 호수에 가서 보트가 뒤집힌 훈련해야 되겠다.”

 

보트가 뒤집히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어려움 없이 해변 쪽으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 했었는데.. 현실은 어떻게 펼쳐질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런 훈련을 호수에서도 하고 바다에서도 해야 한다고 하면..

(땡볕에)물에 들어가는 거 질색인 마눌을 물에 빠뜨려 놓는 건 성공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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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동영상을 찾았습니다.

잘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가장 큰 호수인 아터 호수에 보트타러 갔었던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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