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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형편없는 내 기억력

by 프라우지니 201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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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을 받는 2년 동안 나는 “나도 몰랐던 나“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도 몰랐던 “내 놀라운 기억력”

 

시험을 볼 때마다 A4용지 5~6장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암기력.

시험은 다 외워놨던 것들에서 나왔기 때문에 나는 매번 거의 만점수준.

 

(사실 외국인은 현지인과는 달리 대충 외워서는 답안지를 작성하지 못합니다.

그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제대로 문법이 맞는 독일어가 되죠.)

 

마지막 간호조무사 국가고시를 볼 때는 외워야 했던 분량이 자그마치 A4용지 40~50페이지.

몇 백 개가 되는 예상문제와 답들을 몽땅 다 외워서 시험에 임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

“내가 어릴 때 이렇게 공부했음 서울대학교 장학생에, 박사학위도 거뜬했을 텐데..”

 

그렇게 대단한 기억력이었는데..

직업교육을 마치면서 내 “정신‘도 같이 놔버린 모양입니다.

 

요양원 근무할 때는 어르신들의 행동변화나 신체변화에 대한 기록을 해야 하는데..

매번 “이 단어가 맞나?” “이 전치사가 맞나?” 헷갈립니다.

 

현지인들도 틀리는 것이 독일어 문법이고, 사투리로 기록을 해도..

현지인들은 티가 안 나지만, 외국인인 나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써야죠.

 

남편은 매일 한 시간씩 정해놓고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사실 책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근무가 없는 날에도 저는 항상 바쁘거든요.

 

날라리이기는 하지만 파트타임 “가정주부”인지라 집안일도 해야 하고,

몇 년째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인지라 “블로그에 올릴 글도 써야죠!“

 

그리고 요새 내가 미쳐 있는 건 “유튜브“

 

별 대단한 영상도 없고, 구독자도 얼마 없는 초보자인데,

의욕은 백만(구독자를 가진)유튜버입니다.

 

그래서 요즘 더더욱 독일어 공부할 시간이 없죠.

 

집안일을 하면서 유튜브로 독일어 강의 같은 것을 들으면 좋을 거 같은데..

독일어 강의보다는 한국어로 된 동영상을 더 많이 보죠.^^;

 

요즘은 “김창옥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강의한 동영상들이 많아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결론은 독일어공부를 안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요양원에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런 말은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니 당연히 머릿속에 있을 리 만무하죠.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기억나는 말.

알쏭달쏭하면 물어보는 것이 답이죠.

 

앞은 대충 맞는 거 같은데, 뒤에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납니다.

 

“G할배 돌아가셨잖아. 나는 G할매한테 뭐라고 해야 하지?

mein Beila...ge 마인 바이라....게?”

 

내말에 살짝 웃던 동료직원이 하는 말.

“ Mein Beileid. 마인 바이라..이트/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내가 생각한 단어 “Beilage 바이라게“는 음식에 곁들여 나오는 것입니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같이 나오는 감자가 바로 그 바이라게죠.

 

우리나라 음식을 소개할 때 ‘반찬’이 바로 이 “바이라게”에 해당합니다.

 

배우자가 죽었는데 뜬금없는 “내 반찬”이라니..

가서 할매께 이 말을 했으면 할매를 웃겨드릴수는 있었을 거 같습니다.

 

비슷하게 시작한 단어인데 “명복”을 “반찬”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의 슬픈 독일어.

 

 

인터넷에서 캡처한 kardinalschnitte 카디날슈니테 케이크

 

시어머니가 얼마 전에 낯선 케이크를 구우셨었습니다.

생긴 건 조금 투박한데 맛은 좋았던 케이크.

 

며칠이 지난 후 그 케이크를 다시 구을 예정이신데..

그 케이크 이름이 기억 안 난다며 엄마가 물어 오십니다.

 

70대 시어머니가 기억 못하는 케이크 이름을 40대 며느리는 기억을 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 맴도는 ... “Ka 카“뭐로 시작하는 그 단어.

 

“엄마, 그거 Kai...iser...schnitt 카이..져...슈니트 아니에요?”

“응?”

”Ka 카“ 뭐 ”Schnitt 슈니트”인디..“

“아, 맞다. Karninalschnitte 카니날(추기경) 슈니테”

 

며늘이 생각한 “카”의 시작도 맞았고 뒤에 “슈니트(테)도 맞기는 했습니다.

단지 며늘이 말한 카이저슈니트는 “제왕절개”라는 뜻이었죠.

 

엄마가 구우신 케이크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이 비슷하게 시작해서 비슷하게 끝나는 단어.

카.이.저.슈.니.트(제왕절개)

 

여기서 잠깐!

글을 쓰면서 카디날슈니테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왜 케이크 이름에 kardinal(카니날/추기경)이 들어가는지..

 

오스트리아의 한 제과점에서 처음 만든 케이크로 천주교 행사때 만들어졌으며..

노랑과 하얀색의 케이크가 종교(천주교) 색이라 이렇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잠깐 “추기경”으로 검색을 해 보니..

하얀색과 노란색이 들어간 의상도 보이기는 합니다.

 

“명복/Beileid 바이라이트(드)”을 “반찬/Beilage 바이라게"으로 만들어 버리고,

“추기경케잌(카디날슈니테)”을 “제왕절개(카이져슈니트)”로 만들어 버리는 내 슬픈 독일어.

 

기억력 무너지는 나이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나는 요즘 뭘 믿고 이렇게 나태하게 ‘블로거“와 ”유투버“로서만 살려고 하는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슬픈 독일어 단어를 만들어낸 다음에 정말로 공부를 하려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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